어머니를 위한시

조회 4517 | 2014-08-10 18:06
http://www.momtoday.co.kr/board/29991

이런 사람들도 잘 견디고 사는데....

힘냅시다.

그래도 우린 먹고 사는데 걱정은 없잖아요

 

어머니를 위한 시
( 어느 아프리카 지역 사진을 보며 아픈 마음으로 쓴 시입니다/참빛)

하나) 어머니 개인 날에는 밭으로 가셔요...

어머니 햇살 눈부시게 모래밭에 쏟아져
두둥실 춤추고 싶은 날에는 우리 밭으로 나가요
오늘따라 자부둥 묶어맨 두건이 춤추듯 예뻐요
보세요 꽃나비들 우리 뒤를 따르며 춤추지요
푸릇푸릇 연초롱 이파리도 너울울실 춤추네요 하하
오늘은 먼저 떠나신 아빠도 함께 춤추며 오실거예요
어머니 전 엄마품에 안겨서 한껏 춤출거예요
형들 누나들이 애무만져 일그러졌어도
엄나 난 엄마 젖가슴에 안기기만 하면
하 부러울게 없다구요 엄마 최고

어머니 텃밭에서 애성기진 아가 채소 뽑아다가
식초와 소금, 어머니 사랑손 얼벼 부드러운 나물 만들면
애꿎은 밥상도 오늘은 활짝 웃을 수 있겠지요
형 누나들 모두 모여 따뜻한 아침을 맞도록 해요
몇 년만에 돌아온 맏형도, 매일 삯일 나가는 누이도
돈 벌러 탄광으로 떠난 둘째 형도
오늘은 모두 모여 아버지 이야기 나누도록 해요
열어놓은 창가로 너울 너울 나비 날아와
춤추는 날 모두잊고 하하호호 웃을 수 있을 거예요

둘) 기어코 누이의 눈물을 보았어요

어머니
그날 저는 기어코 누이의 눈물을 보고 말았어요
비오다 멈추어 햇살이 자잘히 내려앉던 오후
동무들과 뛰어놀다 돌아온 저는 집 뒷뜰에서
하늘로 오르며 춤추는 연기를 멀리서 보고
그날도 어머니가 밥을 짓고 있는 줄 알았어요
마당을 돌아 뒷켠으로 드러선 저는 어머니 대신
부억 한켠 의지하여 지그시 눈감고 선 누이
흙담 한켠에 피어난 해바라기처럼 서서 서성이던 누이

어머니
잘마른 장작 가마에서 밥이 되고 있던 건 무엇일까요
부글부글 부끄럽게 피어오르며 끓던 국솥에는
무엇이 끓어오르며 병져 누운 엄말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한달에 한번씩이나 들려주시는 드문한 아버지의 발길
싯누런 구리촌의 먼지를 밤낮 그대로 마시면서도
자식들에겐 환한 웃음 보따릴 들고 오시던 아버지,
칠남매를 돌보시다 몸져 누워 열병으로 신음하시는
어머니의 아픔을 뒤로 하고 뿌리채 뽑아온 고구마 씻어
솥에 넣어 펄펄 끓이고, 푸성긴 채소잎 소금에 넣어
까만 남비솥에 끓이면서 멀리 하늘을 바라보던 둘째 누이,

어머니, 그날 전 언제나 하얀 이 보이며 웃어주던
햇살같은 둘째 누이의 눈망울에 걸린 이슬방울 같은,
연기에 가려져 보일듯 말듯 흘러내리는 한 줄기
너무 고와서 시려서 아파서 주춤서며 돌아서야 했던
누이의 해바라기 꽃망울같은 눈망울에 걸린
너무 시려서 고운 수정같은 눈물을 보고야 말았어요

셋) 오늘은 제가 물을 길어 올께요

어머니 오늘은 제가 물을 길어 올께요
아직 어리지만 제 손은 튼튼해요
어머니 오늘은 하루 좀 푹 쉬도록 하세요
식사 후 설걷이와 가족 빨래도 제가 할래요
그보다 어머니 손이 빨리 회복되셔야 해요
마디마디 퉁퉁 부어오른 손을 볼 수가 없어요
낮부터 밤까지 매일 빨래만 하시는 어머니
동리 추장집 마님의 빨래와 다림질
윗 집 일 다니는 아줌마 가족의 빨래
거기에 죤 락스까지 섞은 물을 장갑도 없이
종일 담그고 짖이기고 계시는 울 엄마
어제 오후 학교 다녀오는데 퉁퉁 부어 오른 손으로
밥 하시느라 나무를 자르며 연기에 눈물 비비던
어머니 모습 뒷전에서만 물끄러미 보았어요
죄송해요 어머니, 저라도 짐을 덜어드리고 싶어요
그러니 어머니 오늘은 손에 물 대지 마세요
단 하루만이라도 제가 어머니의 손이 되어 드릴께요
부어오른 어머니 손 맛사지 해 드릴께요
울 학교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네가 엄말 위해 기도하렴!하나님 저 높은 곳 어딘가에 계시는 하나님
잘 사는 미국에만 계시지 마시고, 세탁기 있고
로봇 컴퓨터로 다 해주는 나라에만 계시지 마시고
저희 잠비아 정글 마을 땀부에도 찾아와 주세요
제 눈물 바칠께요 어머니 손 꼬옥 만져 주세요 네.
                                                                    .김동욱

이전.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