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詩 / 임영준

조회 1673 | 2014-09-2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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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디디고 은하수 건너
무량을 품고 우주를 떠돌겠지요
티끌을 털고 혼돈을 헤치고
허무로 물든 영계에 녹아들겠지요
허나 절대 잊지 않으렵니다
내 한때 그래도 누구의 소중한
존재였음을 결코 잊지 않으렵니다
찢기고 허물어져 지워져도
눈 부릅뜨고 지키고 있었는데
일그러지지 않고 터지지 않고
오로지 한 가지만 생각했었는데
아들로 지아비로 아빠로 살았던
그 살가운 시절만 기억하렵니다
예정된 궤도를 달려가는 이 시간
고통에 떨고 슬픔에 절어 추락한
지친 낙엽들과 함께 울부짖습니다
별리의 공포를 거두어가소서
절망에 무릎 꿇지 않게 힘을 주소서
사랑하는 이들을 영원히 보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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