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범죄가 다있죠

조회 1984 | 2014-12-1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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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데 저랑 같이 스카이프 영통(영상통화)으로 야하게 즐길래요?'

스마트폰 채팅 앱에서 27세 서울 여성이라고 자신을 밝힌 상대가 대뜸 물었다. 서로 알몸을 보여주며 야한 얘기를 하자는 거였다. A씨는 이게 웬일인가 싶으면서도 '돈 내는 거 아니죠?' '제 몸도 보여줘야 하죠?'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안 할 거면 말고요.' 상대가 쿨하게 나오자 A씨는 더 안달을 냈다. 굴러들어온 호박을 그냥 걷어찰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잠깐이라도 먼저 벗은 몸을 보여주면 함께 벗겠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여성은 물었다. '그러면 님도 같이 벗을래요?' A씨는 민망하다면서도 '당연히 그래야죠. 오는 게 있음 가는 게 있는 건데'라며 결국 몸캠 피싱에 낚이고 말았다.

몸캠 피싱은 남성을 꾀어 영상통화나 화상채팅으로 알몸을 보여주게 한 뒤 그 영상을 녹화해 들이밀며 금전을 갈취하는 범죄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는 요즘은 컴퓨터로만 영상통화를 할 수 있던 과거보다 피해 범위가 넓다. 피해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경찰청이 11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진행한 '2014 사이버안전 지식나눔 콘퍼런스'에선 몸캠 피싱을 비롯한 사이버범죄 사례가 소개됐다. '몸캠 피싱-이래도 벗을 건가요?'를 주제로 발표한 경기도 일산경찰서 사이버팀 원은경 수사관은 "범인들 입장에서 이 범죄는 실효성이 높고 비교적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피해는 정신적 압박이나 금전적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영상 유출로 삶이 파탄날 수 있다는 두려움은 피해자를 자살로 몰아가기도 한다. 지난달 4일 서울 광화문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20대 남성이 그런 경우였다. 그는 "3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학교에 몸캠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었다.

원 수사관은 "보통 수십만∼수백만원을 요구하는데 대부분은 송금해도 동영상 삭제는커녕 추가로 돈을 요구한다"며 "애초 음란 채팅을 하지 않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경찰에 접수된 몸캠 피싱 피해 신고만 10월까지 704건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양홍석·홍성진 수사관은 신종 사이버범죄 스캠(신용사기) 역시 로맨스를 가장해 남성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자동차정비업자 B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건은 '굿네스 벨로'라는 사람이 페이스북 메시지로 '친구가 되고 싶다'며 이메일 주소를 남기면서 시작됐다.

이메일에 답한 B씨에게 굿네스는 자신이 라이베리아 출신 24세 미혼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의사 아버지에게 380만 달러(약 41억8000만원)를 상속받았는데 계모에게 여권을 빼앗긴 상태니 은행 예금을 찾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돈을 찾아주면 한국에 와서 B씨와 결혼하겠다고 했다.

B씨에게는 얼마 후 외국 은행 명의로 굿네스의 상속금 380만 달러를 확인하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변호사가 작성한 서류가 도착하면 72시간 안에 송금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사는 B씨에게 업무추진비가 필요하니 1470달러를 부치라고 요구했다. B씨는 변호사라는 흑인 말투의 남성과 통화도 했다. 굿네스는 B씨에게 빨리 돈을 보내달라고 재촉했다. B씨가 의심하고 송금을 미루자 '내 사랑 너무 보고 싶어요' '달링 나를 여기 버려두는 건가요' '달링 나를 믿지 못하는 건가요' 등의 이메일을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사진과 이메일 대화만으로 상대를 신뢰해선 안 된다"며 "모르는 이메일은 함부로 열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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