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대득(小讓大得)

조회 1329 | 2015-08-0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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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대득(小讓大得)

 

 

교수회의 때 일입니다. 학과장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본부에서 교수님 컴퓨터 구입비가 나왔는데

모두 4대를 구입할 액수입니다. 어떻게 하지요?”

 

학과 교수는 모두 5명인데 4대 밖에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제가 양보하지요. 저는 지금 갖고 있는 컴퓨터를 써도 됩니다.”

 

무언가 어색한 상황이 될까봐 얼른 대답했습니다.

 

젊은 교수들이 미안해 할까봐 지금 컴퓨터가 나름 쓸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은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인 내게 최신의 컴퓨터는 언제나 탐이 나는 물건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양보를 하지 않으면 불쾌한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으나 이번에는 내 구형 컴퓨터를 한 번 더 아끼기로 했습니다.

 

학과장은 안도의 표정으로 내게 감사의 표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남는 금액으로 내 연구실에 팩스를 설치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학과에 다시 컴퓨터 구입비가 할당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수회의에서 논의될 필요도 없이

내 연구실에 새 컴퓨터가 설치되었습니다.

 

반년이 지났으니 지난 번 구매한 컴퓨터 보다 성능이 좋은 신제품이었습니다.

 

지난번에 받은 팩스까지 생각하면 나만 혜택을 받는 모양이 되었지만

아무도 내 특혜를 뭐라 할 이유가 없었으니 조금 양보한 결과로 큰 덕을 본 셈입니다.

 

이미 선인들이 체득한 지혜지만 역시 스스로 경험해 보니 확신이 더 커졌습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지만

거꾸로 소양대득(小讓大得)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손봉호 / 전 대학총장

*** 지하철 사랑의 편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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