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이, 길들이는 법 있나요?

조회 4037 | 2015-08-3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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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이, 길들이는 법 있나요?

약속은 그때뿐이에요. 언제나 말만 앞세우고 막상 지켜야 할 순간이 오면 지키지 않아요. 본인 약속은 안 지키면서 엄마가 한 말 한마디는 꼭 지키라고 따져요. 언제나 이런 아이와 분쟁이 이젠 지겹습니다. 아이 기르기가 두렵기만 합니다.


  엄마부터 책임질 말만 하세요

  하루는 어떤 교사가 내게 와서 하소연을 하셨어요. 한 여학생이 하도 망나니 같아 “이놈,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릴라.”고 했대요. 그랬더니 얼른 제 다리를 책상에 올리며 “어서 부러뜨리세요.”라고 하더래요. 그 분은 오래 전 일을 떠올리며 여전히 붉으락푸르락 화를 내셨어요. 그 아이가 아주 맹랑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어른도 어른다워야 했어요. 교사가 교사다워져야 함은 물론입니다. 교사는 이미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했고 아이 앞에서 봉변을 당해 마땅했어요. 아이들 말대로 매를 벌은 거지요. “너 이러면 안 돼, 나빠. 바르게 자라길 바란다.”하고 말해야 했지요. 누구나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해서는 안 됩니다.
 
  살면서 말만 잘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요. 특히 아이 기르는 동안. 바른 말만큼 중요한 건 없어요. 길에서 말 안 듣는 아이한테 “두고 간다.”하고, 컴퓨터에 빠진 아이보고 “당장 인터넷 끊는다.”하고, 말 안 듣는 아이에게 “다시는 장난감 안 사준다.”고 하지만 늘 데리고 다니고, 끊지도 않고, 아이가 조르면 귀찮아 뭐든 사주거든요. 그런 엄마의 말이 아이들에게 신뢰가 갈까요? 아이들은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고 생각할 거예요. 말 하는 어른부터 주의해야 해요. 엄마부터 약속을 지켜야지요.

  우리 가족은 모두 장난꾸러기에다 말이 많아요. 그리고 모두 말을 잘 받아쳐요. 내가 “옷을 허물 벗 듯 벗어놓는다.”고 하면 11살 아들은 얼른 “엄마, 나 전생에 뱀이었나 봐.”라고 했어요. 엉망으로 쓴 글씨를 보고 “야, 잘 생긴 사람 글씨가 이게 뭐니?”하면 “천재는 악필이라는데 엄마, 난 천재의 조건을 갖추었어요.”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어요. 그래도 필요한 말만 하는 습관을 들여 필요치 않은 말,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 편이에요.
  말에 대한 책임은 초등학생 때, 숙제하기·준비물 챙기기를 통해 본격적으로 단련했어요.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이에게 어려운 문제는 엄마에게 9시까지 가져와 물으라고 했어요. 전업 주부들은 퇴근을 않으니 밤늦도록 잡무가 많아요. 해서 그렇게 머리를 쓴 건데 밤에도 아이들이 달려들어 근무를 시키데요. 몇 차례 주의를 주고 그 후론 살펴주지 않았어요.
  9시가 지난 다음에는 아이가 아무리 애원해도 “10시네! 엄마 없네.”하며 고운 말로 아이에게 바로 알렸지요. 웃으며 말했지만 속 좁은 엄마는 아이를 보며 속상했어요. 내일 학교에 가서 혼날 것이고, 점수가 깎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때론 아이가 답답해, 안달이 나기도 했지만 장차를 위해 보이지 않는 탯줄을 끊는다는 마음으로 참고 견뎠어요.
  아이기에, 한두 번의 말로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8시경이 되면 한 마디씩 주의를 주어 준비시켰어요. “오늘은 엄마 도움 받을 숙제 없니?” 아이는 차차 길들어 갔고 제 시간을 조절하고 약속을 지킬 줄 알았어요.
 
  숙제가 익숙해지자 얼마 후부터는 준비물은 미리 챙겨두도록 가르쳤지요. ‘준비물은 미리 챙겨 가방 안에 넣어둘 것, 부피가 큰 것은 가방위에 놓아둘 것’ 그래도 현관 앞에 두고 가는 경우가 종종 생겼어요. 어떤 날은 아이가 전화를 했어요.
  “엄마, 준비물 좀 가져다주세요.”
  “내가 학생도 아닌데 왜 학교 가니?”
  “일 년에 한 번이잖아요.”
  호기 있게 “평생에 한 번이잖아.”하며 센 카드를 쓸 수도 있지요.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도 앞으로 학교 다닐 11년을 생각해 “일 년에 한 번이잖아.”하며 11개의 카드를 주머니에 남길 줄은 알았던 거예요. 엄마의 ‘말에 대한 책임 교육’의 결과였어요.
  내 사전에 공짜는 없어요. 학교에 아이 준비물 가져다주기는 엄마의 일이 아니잖아요. 그 무렵, 남자가 됐다며 밖에 나서면 엄마 손을 안 잡는 터이기에 뽀뽀하면 가져다준다고 했어요. 멀리서도, 준비물을 가져다주는 엄마를 향한 감사의 마음이 철철 넘치는 아이가 보였어요. 당연히 아이에게 근무 외 수당으로 뽀뽀세례를 받았지요. 14년 전의 행복한 추억이 있을 뿐 그 후로 그런 기억이 거의 없어요.

  엄마부터 책임질 말만 하고, 아이 역시 그렇게 가르치니 아이를 기르면서도 번거롭거나 수다스럽지 않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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