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 60% "유아 왕따 본 적 있다"]
중·고교생 왕따와 다를 바 없어 - 반에서 힘 있는 아이가 주도, 옷·외모 등으로도 시비 걸어
유아 따돌림, 학교폭력의 씨앗 - 유아기 때 폭력성, 습관화돼
남 배려하는 법 가르쳐야 초·중·고교 학교폭력도 줄어
내성적인 성격의 A양은 올 초부터 유치원에서 왕따를 당해왔다. A양은 놀이를 할 때면 같은 반 B군을 따라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B군이 "너랑 안 놀 거야. 저리 가"라고 소리를 지르자 다른 남자 아이들도 A양에게 "나도 너랑 안 놀아"하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A양은 이때부터 어떤 놀이에도 끼지 못하는 왕따가 됐다. 아이들은 A양이 교실에 들어오거나 유치원 버스에 올라타면 "A 왔다"하고 소리를 지르며 단체로 도망가거나 가방으로 얼굴을 가려버린다.
초·중·고교뿐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왕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본지가 전국의 유치원 원장·원감·교사 20명에게 '최근 1년 사이 왕따를 당한 원생을 본 적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이 중 60%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5년 전과 비교하면 유아 따돌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교생과 비슷한 유아 왕따
유아 왕따는 초·중·고교에서 발생하는 왕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에서 인기 있고 영향력이 있는 아이가 한 아이를 싫어하면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싫어하고 따돌린다.
옷이나 외모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부모 이혼 후 할머니와 사는 여섯살 C양(서울)은 최근 할머니에게 "나 옷 좀 많이 사줘"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할머니는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 상담하다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은 반 또래 아이들이 C양에게 "너는 왜 맨날 같은 옷만 입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같은 반 아이들은 "C는 옷도 별로 없고 같이 놀아도 별로 재미없다"며 몇 개월째 노는 데 끼워주지 않고 있었다.
경기도의 한 유치원 교사는 "최근 따돌림을 당하던 여섯살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내가 죽으면 애들이 다 좋아할까?'라고 물었다는 소식을 듣고 교사들이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유아 왕따가 학교 왕따로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를 따돌리거나 따돌림을 당한 아이 중에는 학교에 들어가서도 학교 폭력의 가해·피해학생이 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의 한 유치원 김모 교사는 9년 전 유치원생이었던 D군의 최근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유치원에서 D군은 태도가 산만하고 다소 공격적이라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D군은 "같이 놀자"는 의미로 툭 쳤지만, 다른 아이들은 "D는 시도 때도 없이 때린다"며 피하는 식이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 D군은 학교에서 또래 학생을 때리고 돈을 빼앗다가 처벌받은 '학교 폭력 가해학생'이 돼 있었다.
고려사이버대 민성혜 아동보육학과 교수는 "유아기 때 남을 따돌리고 괴롭힌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이래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폭력이 습관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유아기 때부터 편견을 갖지 않고 남을 배려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시작해야 초·중·고교의 학교 폭력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04/20120704001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