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사용 백서

조회 4317 | 2013-09-1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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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둔 음식이 상했고, 나는 마음이 상했다. 냉동실에 넣기만 하면 뭐든 두고두고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정말 몰랐다. 냉동실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식재료마다 냉동 보관 방법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식재료를 냉동 보관할 때는 밀폐용기나 냉동용 지퍼 백을 쓰는 것이 가장 좋다. 산화의 원인인 공기를 차단해야 재료 본연의 맛이 최대한 유지되고 위생적으로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주부들이 흔히 사용하는 랩과 비닐은 보기보다 냄새나 공기가 잘 통과해 식품이 건조되고 맛도 없어진다. 또한 식재료마다 다른 올바른 냉동법을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육류

표면이 마르거나 변색되지 않도록 올리브 오일을 바르고 한 번 먹을 만큼씩 나눠서 지퍼 백에 넣어 보관한다. 판매용인 발포 스티로폼 접시는 냉동실에 넣으면 단열 효과가 있어 냉동 속도를 느리게 하고 해동 시 고기의 육즙이 빠져나가게 하니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어패류

생선은 씻어서 핏물과 이물질, 내장을 제거하고 키친타월 등으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토막 내서 한 끼 분량씩 나눠 보관하는 것도 좋다. 조개류는 해감 후 씻어서 한 줌씩 보관하거나 끓여서 육수와 함께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한다.

채소류

채소는 살짝 데쳐서 냉동 보관하면 비타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양념류

파, 마늘, 생강은 다지거나 송송 썰어 냉동 보관한다. 한꺼번에 통에 담아 보관하면 덩어리로 얼게 되므로 지퍼 백에 얇게 펴서 냉동한 후 똑똑 뜯어서 사용한다.

◆냉동실도 공간 구분이 필요하다

 

냉동실에 음식을 아무렇게나 넣어두면 어떤 음식이 언제 들어갔는지 몰라 버리기 십상이다.
먼저 맨 위 칸은 음식을 넣었다 빼기가 불편하므로 건어물, 한약재, 분말 등 자주 쓰지 않는 가벼운 식재료를 수납한다. 키 높이 칸에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자주 쓰는 재료를 넣어 눈에 잘 띄게 하고, 가운데 칸은 아이스크림처럼 잠깐 수납해야 할 음식을 위해 비워두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야 냉동실 정리를 다시 할 필요가 없다. 육류나 생선류는 도어 포켓에 넣으면 쉽게 상할 수 있으므로 온도가 가장 낮은 맨 아래 칸에 보관한다.

◆냉동실에서도 영양소는 파괴된다

 

식재료를 냉동실에 넣으면 영양소가 그대로 보존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단기간이면 몰라도 장기간 보관 시에는 식품의 변형과 영양소 손실이 일어난다. 특히 냉동실의 온도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식품에 포함된 수분이 기화했다가 다시 냉각되면서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은 냉동상이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냉동상이 보이면 식품이 손상된 것이다. 특히 비타민은 냉동실에 3일 이상 보관하면 활성도가 급격히 줄어든다. 때문에 채소의 영양소 손실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살짝 데친 후 냉동하는 것이 좋다.

◆냉동식품은 1~2개월 안에 소비한다

 

책이나 인터넷, 냉장고 사용 설명서 등을 보면 식품별 냉동실 유통기간이 각각 다르게 명시되어 있다. 같은 식품인데 어떤 책은 유통기한이 3개월이라 하고, 어떤 책은 1개월밖에 안 된다고 해 어느 정보가 맞는지 아리송하다. 냉동식품의 보관 기간은 냉장고의 성능, 냉동 전 재료 상태, 냉동 방법 및 포장법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때문에 대략의 기간을 추정해 표기한 것일 뿐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식품별 냉동실 유통기한은 참고만 하고 안전성을 고려해 냉동 후 1~2개월 안에 소비하는 것이 좋다.

◆시판 냉동식품도 관리가 필요하다

 

시판 냉동식품은 손질부터 냉동까지 꼼꼼한 공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믿고 먹을 만하다. 하지만 잘못 관리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냉동식품을 살 때는 포장 안쪽을 들여다봤을 때 얼음 결정체가 없고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하게 언 것을 고른다. 얼음 결정체가 있으면 장기간 보관했거나 재냉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동할 때는 냉동식품을 신문지에 싸 봉투 가운데에 담고 다른 물건들로 주위를 감싼다. 다른 냉동식품을 함께 구매해 보냉 효과를 높이는 것도 좋다. 포장 그대로 냉동실에 넣으면 공간 낭비가 심하므로 분량을 나눠 지퍼 백에 재포장한다.

◆냉동 속도가 신선도를 좌우한다

 

대부분의 주부들이 냉장고의 초기 설정을 바꾸지 않고 사용한다. 하지만 식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급속 냉동은 필수다. 저속 냉동은 세포의 수분을 큰 얼음 덩어리로 만들어 맛과 식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강'으로 설정하면 급속 냉동이 가능한 반면 전력이 많이 소비된다. 그러므로 식재료를 되도록 얇고 작게 썰고 간격을 띄워 서로 달라붙지 않게 얼린다. 바깥에서 안으로 얼어 들어가기 때문에 재료가 두껍고 간격이 좁으면 저속으로 얼 수밖에 없다. 또 열전도율이 높은 금속제 트레이를 바닥에 깔면 냉동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냉동 효과를 높이려면 성에부터 없앤다

 

냉동실에 1㎝ 이상 성에가 끼면 냉동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겹겹이 쌓인 성에가 냉기의 순환을 막기 때문이다. 또 성에 때문에 하루에 약 800w의 전력이 낭비될 수 있으므로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최대한 성에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성에는 냉동실 내·외부 온도차 때문에 생긴다. 때문에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는 여름철에는 성에가 낄 확률이 더 높다. 성에를 제거할 때는 냉동실 속 음식물을 모두 꺼낸 후 뜨거운 물을 뿌리고 성에가 다 녹으면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다. 이때 마무리 단계에서 식용유를 발라두면 다음 청소 때 성에를 제거하기가 좀 더 쉬워진다.

◆냉동실은 가득 채우는 것이 좋다

 

냉장실은 60%, 냉동실은 80~90%까지 가득 채우는 것이 좋다. 냉동실은 실온에 약해 문을 한 번 열 때마다 온도가 급상승한다. 냉동실의 문을 6초간 열어두면 그 사이 올라간 온도를 다시 내리는 데 30분 이상 걸릴 정도다. 이렇게 내부 온도가 오르락내리락하면 음식물도 쉽게 상한다. 하지만 냉동실을 가득 채워두면 온도 변화를 최대한 막아 냉기를 보존할 수 있다. 또 얼어 있는 식재료가 보냉제 역할을 해 서로 냉기를 전달하는 선순환 효과도 볼 수 있다. 가득 채운 냉동실은 전기요금 절약에도 한몫한다.

◆전기요금 낮추는 냉동실 사용법이 있다

 

여름철에는 냉장고 사용 빈도가 높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냉장고 문은 자주 여닫지 말고 필요한 식재료는 한 번에 같이 꺼낸다. 음식물은 되도록 작게 나눠 저장하고, 뜨거운 음식은 반드시 식혀서 넣는 것이 좋다.

또 냉장고 뒷면은 벽과 10㎝ 이상, 윗부분은 30㎝ 이상 떨어지도록 배치해야 전력 효율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냉동실은 섭씨 영하 15~18℃, 냉장실은 3~4℃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해동도 테크닉이 필요하다

  

실온에서 해동을 하면 미생물 번식 가능성이 있으니 되도록 하루 전에 냉장실로 옮겨 해동하거나 완전히 언 상태로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봉지째 찬물에 넣어 녹일 때는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물을 자주 갈아주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고르게 해동하고 싶을 때는 식재료가 가장 딱딱한 상태에서 해동한다. 식품의 일부가 녹은 상태에서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전파가 녹은 부분에만 집중돼 고르게 녹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번 해동한 식품을 다시 얼리면 식중독 위험이 있으므로 필요한 분량만 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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