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 유지 비호감 개선

조회 1862 | 2013-10-2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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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의 유지와 비호감의 개선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 ‘관상’의 주인공 김내경은 얼굴을 보자마자 이목구비와 생김새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성품과 운명에 대해 읊어가기 시작하고 그의 말은 조금도 빗나감이 없다. 영화정보 보러가기

영화 ‘관상’의 주인공 김내경은 얼굴을 보자마자 이목구비와 생김새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성품과 운명에 대해 읊어가기 시작하고 그의 말은 조금도 빗나감이 없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모 그룹의 입사 면접에서 관상가가 면접관으로 참여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관상을 통해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없다. 하지만, 성품이나 운명까지는 아니더라도 타인에 대한 첫 인상에 의해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의 형성 여부가 좌우되는 경험은 많았을 것이다.

호감의 형성과 유지

호감의 형성에 중요한 첫 인상의 강력한 힘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왔다. ‘호감과 비호감’에서 소개했듯이 상대의 인상 파악은 0.1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Willis & Todrove, 2006)1). 이는 사람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사물이나 심지어는 웹사이트에 대한 인상도 0.05초 만에 형성된다고 한다(Lindgaard, Fernandes, Dudek, & Brown, 2006)2).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판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들을 처리하는 것인가?

인간의 정보 처리 과정을 고려해 볼 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정보를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처음에 제시되는 몇 가지 정보에 기반하여 판단이 이루어지는데, 이를 초두 효과(primacy effect)라고 한다. Asch(1946)3)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성격을 묘사하는 여러 개의 형용사를 순서만 다르게 하여 제시하였고, 먼저 제시되는 형용사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즉, 먼저 접한 특징에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이후의 정보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정보를 수집해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굳이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쉽게 첫인상을 형성한다.

한번 형성된 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호감의 유지 혹은 비호감의 개선에 앞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이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첫인상을 형성하고 나면 상대방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즉, 첫 인상에서 형성된 호감이나 비호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비호감이야’라는 판단을 내리고 나면 상대방에 대해 더 이상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은 첫 대면에서의 호감 형성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첫 대면에서 형성된 인상을 잘 바꾸지 않는 걸까?

먼저 확증편파(confirmation bias)라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는 증거에 초점을 맞추고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누군가가 믿음직스럽다거나 지적으로 보인다는 등의 판단을 내리고 나면, 자신의 판단과 다른 행동을 했을 때 애써 무시하거나 변명거리를 찾아준다. 마찬가지로 까다로워 보인다거나 이기적으로 보인다는 등의 인상이 형성되고 나면, 이후의 부드럽고 조화로운 행동들은 가식적이라거나 아부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판단의 변화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와 같은 선택적 증거 수집 경향으로 인해 첫 인상에서 호감을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로 감정 지속(affect perseverance)의 법칙을 들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근거가 사라져도 정서적 판단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Sherman & Kim, 2002)4). 즉, 누군가에게 호감이나 비호감을 형성하고 나면 그 정서적 판단이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담 시간에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지도교수의 모습에 따뜻함과 자상함을 느꼈다면, 이후 강의 시간에 딱딱하고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그 분에 대한 정서적 판단이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회사 동료와의 첫 만남에서 짜증을 느꼈다면 이후 그 마음이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이를 종합해 보면, 먼저 호감을 형성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에 대한 정서적 판단이 이루어지고 나면 좀처럼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형성된 호감이나 비호감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며, 호감의 유지를 위해 드는 노력에 비해 비호감의 개선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감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첫 대면에서 이루어지는 인상 형성, 두 번째로 관계를 맺어 나가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공감의 힘, 마지막으로 좀더 긴 시간에 걸쳐 호감을 유지하거나 비호감을 개선하는데 역할을 하는 평판의 중요성의 순으로 살펴 보려고 한다.

좋은 인상의 형성

좋은 인상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당장 서점에 가면 좋은 인상을 형성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생각만큼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개하는 방법은 상당히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앉는 자세부터 시작해서, 외모 가꾸는 방법, 말수와 말투, 표정, 향기, 대화법, 운동법 등등…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도 있고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행에 옮겼을 때 성공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물론 책만 읽고 정작 직접 해 보지는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모두 맞는 방법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고 상황도 다르고 또한 사회와 문화적 영향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점점 글로벌화 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어느 상황에서나 누구에게나 통하는 기술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상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출처: gettyimages>

하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만한 부분들이 있다. 먼저 외모에 대해 고민해 보자. 우리는 잘 생기고 예쁜 외모만을 선호할까? 정말 잘 생겼지만 부담스럽다거나 잘 생기진 않았지만 대하기 편하다는 등의 평가를 듣는 예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마도 모든 이가 좋아하는 외모를 가진 사람을 찾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편한 인상을 주는 사람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상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웃는 인상이다.

호감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웃는 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웃는 인상의 영향력은 누구도 무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서 연구로 유명한 Paul Ekman은 “웃는 얼굴은 30 미터 밖에서도 알아본다. 웃음은 우리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며 그에 대해 응답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라며 웃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을 터뜨리라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밝은 인상을 유지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선천적인 외모는 바꿀 수 없지만, 인상은 노력을 통해 형성할 수 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은 “사람은 40 이후에 자신의 인상에 책임을 져야 한다(every person is responsible for his own looks after 40)”라는 말을 남겼다. 인상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공감의 힘

2012년 모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에서는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춘 김도진(장동건 분)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흔히 말하는 외모와 스펙에 경제적 여유까지 모든 걸 갖춘 인물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현실에서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약간의 빈틈 정도는 보이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호감을 느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인 느낌이 들어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공감할 부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예를 보자. 2013년 방영된 ‘주군의 태양’에서 귀신을 보는 여주인공이 그렇지 않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남자 주인공은 “상대방의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하며 그들의 간극을 메워 나가려고 한다. 상대방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이 공감에 이르는 길일 것이다. 그런데 항상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비호감이다.

이전 캐스트(‘관계의 종류’, ‘호감과 비호감’)에서 사람들의 관계와 호감의 형성에 유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비슷한 주제나 특징을 통해 서로의 의견이나 마음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은 타인의 정서 상태를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공감은 단순히 걱정하는 말을 건네거나 표현을 하는 게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같이 생각해 본다는 점에서 동정과는 다르다.

공감의 기본적인 방법은 대화이다. <출처: gettyimages>

타인에 대한 판단 중 상당 부분은 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업무와 관련된 대화에서부터 개인적인 고민 상담까지…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파악하게 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공감이다. 물론 비슷한 취미를 가졌다거나 공통의 주제가 있다면 대화를 진행해 나가기가 매우 수월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누군가와의 만남을 준비한다면 그 사람의 관심사에 대해 미리 알고 가는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전문적인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진 않다. 모르는 주제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경청하는 건 어떨까?

공감의 기본적인 방법은 대화이다. 대화를 나눌 때 사용하는 기법 중 ‘I message’ 혹은 ‘I statement‘가 있다. 예를 들면, 친구가 고민을 털어 놓을 때, 흔히 ‘이렇게 하면 좋겠어…’라는 식의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려고 한다. 물론 친구에게 제시한 방안을 통해 고민이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단지 해결 방안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고민을 같이 나눌, 즉 공감해줄 대상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만약 친구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면,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며 쉽게 공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고 이때 I message 기법을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내가 너의 입장이라면…’ 혹은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과 같은 방식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려고 하자. 아마도 단순히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가까움을 느낄 것이다.

평판의 중요성

평판이란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말한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흔히 아는 사람을 통해 그 사람의 됨됨이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반대로 누군가는 나의 평판에 대해 물어보고 있을 것이다. 즉, 평판은 사회적인 신뢰도라고 말할 수 있다. 평판은 짧은 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상호 관계를 통해 얻은 본인의 경험과 다른 경로를 통해 얻은 정보들이 축적되어 구성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경로로 획득한 정보들만으로 평판이 형성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신뢰도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진은 아마존과 이베이의 판매자들에 대한 평판에 대한 비교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아마존의 평판에 대한 신뢰도가 이베이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5).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구매자들이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아마존의 시스템을 제시했다. 구매자들은 정보를 주로 긍정적인 평가만 올려져 있는 이베이에 비해 아마존의 평가가 훨씬 더 유용하고 신뢰가는 정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좌)과 이베이(우) 웹사이트 화면

평판은 특히 채용 장면에서 아주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지원자들의 평가를 위해 SNS를 들여다 본다고 한다. 물론 방법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일종의 평판 확인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직을 위해 원서를 제출했을 때에도 이전 직장 동료들을 통해 평판을 확인하며, 심지어는 대학교나 고등학교 동창들을 통해 파악하기도 한다. 정직한 사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등등… 그렇다고 지금 동창들에게 전화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전화 한 통화로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 주변에 있는 동료들에게 충실하게 대하는 것이 이후의 평판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평판은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상당히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연예인 노홍철과 서인영의 예를 보면, 데뷔 초 비호감 연예인으로 평가 받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본인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호감 연예인으로 거듭나고 있다(물론 여전히 비호감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비호감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비호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조급한 마음에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조금 더 길게 보고 자신의 평판을 향상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호감을 유지하고 비호감을 개선하는 방법

호감의 유지나 비호감의 개선인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타인의 정보 처리 과정에 영향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은 부정적 정보에 더 가중치를 두어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번 평가가 이루어지면 그것을 뒤집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언제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호감을 유지하고 비호감을 개선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 인상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타인과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배려하며, 자신의 평판을 향상시키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 등등… 그런데 혹시 귀찮다거나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 등으로 지름길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태훈/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와 석사, 미국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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