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포기....

조회 2089 | 2011-03-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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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6개월정도 지나서 아기를 선물받았죠.
고령(?) 결혼이라 저도 고령이었지만 남편이 워낙 고령이신지라 ^^ 너무나 기쁜 선물이었답니다.
대기업이긴 하지만 부서자체가 워낙 일이 많은 부서라서 야근도 많고 휴가도 제대로 못가고 9개월 만삭 몸으로
크리스마스 이이브날에는 밤샘까지 회사에서 할 정도였지요.
그래도 아가가 복덩어리인지 임산부이고 곧 출산휴가 들어갈 예정임에도 승진 되었답니다.
대부분 출산휴가 들어갈 예정이면 승진 안되쟎아요. 대기업인 저희회사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전 정말 축복받은 아가 덕분에 승진되고 바로 다음달 아기낳고 출산휴가 들어갔습니다.
4개월 출산휴가 보내고 복직하고 이러저러한 게 벌써 1년이 넘었네요. 지난 1월이 아가 돌이었어요. ㅋㅋ
요즘 전 제가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제 보물이랑 행복한 하루하루 만들고 있답니다.
 
그런데 저희 회사는 과장으로 승진하면 해외연수를 보내줘요. 원하는 곳으로 그룹 만들어서 보내주는데
비용도 주고 휴가도 주죠. 엄청 좋죠? ㅋㅋㅋ
저도 과장되면 보내주는 그 해외연수가 탐이 나서 과장되고 싶었었답니다.
 
그런데 작년 과장이 되는 해 가야하는데 도저히 아기 때문에 갈 수가 없겠더라구요.
뱃속에 있으면 넣어가지면 젖먹이 아기를 두고 도저히 갈 수 없었어요. 6개월 젖먹이를 어찌 떼놓고...
도저히 상상이 안되더라구요. 회사에서는 가야한다고 난리난리... 남편은 어딜가냐고 난리난리~
저도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어서 회사를 그만두면 그만두지 못 간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다행히 제 사정 아시는 임원분께서 1년 연기를 해주시더라구요. 넘 좋았죠. 감사했지요..
 
그런 1년이 바로 올해랍니다.
올해 과장교육 받고 연수 가야한다고 하네요. 울 아기 이제 14개월...
1박 2일 과장연수 다녀오고 아무리 가까워도 해외이니 약 5~10여일동안 아기 옆자리를 비워야한다니..
작년이랑 다를 게 없네요. 지금까지 단 하루도 제 옆에서 안 재워본 적이 없거든요.
직장생활에 바쁜 엄마지만 새벽에 들어가도 아가는 꼭 제 옆에서 데리고 자요.
아가도 제가 퇴근 안하면 거의 안 자고 기다리는 편이고요. 워낙 엄마를 사랑하셔서~ ^^;;
요즘 가뜩 재롱떨고 이쁜 짓 하는데... 놀이교육 정서교육이 중요한 시점이라는데...
사원때부터 꿈꾸던 해외연수지만 도저히 갈 용기가 안 나네요.
다른 전업주부 엄마처럼 하루종일 같이 있어주는 것도 아닌데... 엄마 욕심 차리자고 며칠씩
엄마자리를 비운다는 게.... 아니다 싶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안 가겠다고 했습니다.
 
다들 그러죠. 동료든 후배든 선배든... 아깝다고..
그런 해외연수 다시 없을 기회이고 공짜로 휴가줘서 다녀오라는데 왜 안 가느냐고... 눈 딱 감고 가라고 아깝다고...
근데....... 저도 알죠. 직장 생활에서 다시 없는 좋은 기회이고 시기라는 걸..
직장생활하는 저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이지요.
하지만 직장생활하는 엄마 둔 우리 아기에게는 무서운 며칠일 수도 있쟎아요.
엄마없는 두려움...
 
아빠도 있고 외할머니도 있고 이모들도 있지만... 아무리 엄마랑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엄마쟎아요. 엄!마!
 
저도 엄마라는 말 들을때마다 울엄마 생각하면서 가슴 찡한데..
우리 아가도 아무리 하루 몇시간 못 봐도 그립겠지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해외연수랑 휴가가 아무리 아까운들... 우리 아가랑 함께한 시간보다 아깝진 않거든요.
다른 나라 문화를 보는 시간보다 바쁜 하루 일에 지쳐 들어가서 서너시간 아가랑 노래부르며 책보는 시간이
저에게는 더 많이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되네요...
 
그 가치는............. 그 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해외는 제돈 들여서 울아가랑 가야겠어요. ㅋㅋㅋ
 
저 잘한거죠? ^^
 
우리 아가 보고싶네요. 열심히 일하고 일찍 퇴근해야겠어요~~~~~~~~~~~
 
 
 
ps. 울남편이 제 입장이라면 연수가겠죠? --;
    음... 그걸 생각하니 좀 쌰~~~~~~~~ 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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