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독립심 발달을 돕는 법
아이는 언제부터 엄마와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이며 주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태어날 때 아이는 자신이 엄마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독립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손과 발이 자신의 것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감정적인 발달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며 자기 자신을 생각과 감정이 있는 개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점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발달 시기
아기의 주체적인 의식이 발달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립니다. 처음에는 엄마와 자신이 하나이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6개월 정도가 되면 자신이 엄마로부터 분리된 존재이며 엄마가 자신을 혼자 둘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분리불안’이 생겨 엄마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 상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분리불안’은 만 2세가 될 때까지 지속됩니다. 그러나 사회성을 갖게 되면서 엄마가 자신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떠나도 곧 다시 돌아온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아이는 성장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서서히 형성해 나갑니다. 아이의 독립성이 발달하게 되면 무엇이든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짜증 부리는 일이 많아집니다.
발달 과정
1~6개월
6개월 미만의 아기도 자신의 엄마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구별합니다. 아기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음식과 사랑, 관심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첫 3개월 동안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 대해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기본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며 반사작용을 조절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독립성의 신호를 처음으로 보내는 시기는 약 4개월 정도 됐을 무렵입니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엄마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울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것은 아이가 자신이 독립성을 가진 존재이며, 자신의 행동이 엄마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는 첫 단계입니다.
7~12개월
7개월 정도가 되면 아이는 자신이 엄마로부터 독립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큰 인식의 변화를 거치게 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독립성에 대한 이해는 아기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아기는 엄마에게 애착을 갖게 되어 엄마가 단 몇 분 동안이라도 자신의 곁을 떠나면 눈물 범벅이 되어 울기도 합니다. 엄마는 항상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아직까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보육원이나 보모에게 맡기면서 아기가 보지 않을 때 몰래 나가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하면 아기는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까 봐 더 두려워하게 됩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아이에게 꼭 인사를 하고 아이가 볼 때 문 밖으로 나오도록 하세요.
최근 영국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 결과는 아기들이 얼마나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무지한지를 보여줍니다. 연구자들은 한 살 미만의 아기 몇 명을 거울 앞에 두고,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지 지켜봤습니다. 그 결과 아기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톡톡 치는 등 다른 아기들을 대하듯이 행동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각각의 아기들의 코에 빨간 립스틱을 칠한 뒤 거울 앞에 다시 내려놓자, 아기들은 자신의 코가 아닌 거울에 비친 코를 만졌습니다.
12~24개월
이제 아기는 자기 자신을 엄마나 주변 세상으로부터 독립된 존재로 여기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연구에서 21개월 아기들의 코에 립스틱을 묻히고 거울을 보여주자 아이들은 거울이 아닌 자신의 코를 만졌습니다. 즉 아기들은 거울 속에 비춰진 모습이 곧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만 2세가 되어도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을 보육 시설이나 보모에게 맡기고 떠나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예전에 비해 훨씬 빨리 그런 상황에 적응하며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기억력과 경험을 통해 엄마가 나가더라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계속되는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엄마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신뢰감을 바탕으로 아기는 이제 자기 혼자서 과감히 뭔가를 시도해볼 만한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예를 들면 혼자 카 시트에 기어 올라가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됩니다. 아기가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쓰는 것은 독립성을 갖게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외출할 때마다 똑같은 옷을 입겠다고 고집을 피울 수도 있고, 특정한 음식만 먹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25~36개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독립성을 가지려고 애를 씁니다. 엄마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면서 계속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볼 겁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해도 벽에 계속 낙서를 하는 등의 행동을 보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혼자서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다음 단계
나이가 들면서 아이의 독립성과 자의식은 더욱 성장합니다. 해가 지날수록 자기 뜻대로 하고 싶어하는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집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능력 범위에 대해 더 잘 알게 됩니다. 그리고 혼자서 먹기, 친구 사귀기 등에 익숙해지고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게 됩니다.
부모의 역할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애정이 필수적입니다. 부모가 계속해서 사랑과 지지를 보내면, 아이는 독립을 위해 필요한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부모와의 강한 애착관계 형성은 유아기 때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아기가 울면 바로 반응을 해주고, 배가 고프면 먹여주고, 기저귀가 더러워지면 갈아주고, 아이가 놀랐을 땐 달래주는 등의 행동들은 모두 부모와 아기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하는 바탕이 됩니다.
아이에게 안전한 집 안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주변을 탐색하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면서 독립성을 키워나갑니다. 아이를 쫓아다니면서 “안 돼”라는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물건은 미리 치워두세요. 이렇게 하면 아이의 행동을 막음으로써 아이를 짜증나게 하는 경우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독립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엄마로부터의 위안과 사랑을 덜 필요로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걸 알아두세요. 물론 아이가 자랄수록 손이 덜 가는 건 사실이지만, 아이는 여전히 부모의 꾸준한 관심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아이가 혼자서 뭔가를 하려고 시도하면 격려해주고, 안정을 얻기 위해 다시 부모에게 돌아오면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아이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런 과정을 필요로 할 겁니다.
주의할 점
10~18개월 사이의 아기에게 분리불안이 생기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만약 엄마가 옆에 없을 때 아기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엄마가 자리를 비운 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슬퍼하거나 안정이 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불안한 상태가 너무 지나치게 심각해 보인다면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