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아이를 품에 안고 잠들어야 하는 이유

조회 2614 | 2014-04-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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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아이가 가장 예쁜 순간을 투표한다면 1위는 단연 아이가 자고 있을 때일 거다. 깨어 있을 때 예쁜 짓이 10이라면 90은 미운 짓, 위험한 짓, 말썽쟁이 짓이니까 말이다. 나는 요즘에야 아이가 잘 때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의 이유와는 좀 다르다. 잠들기 전 마주 누워서 내 얼굴을 부비고 잠들어서는 내 다리 사이에 작은 두발을 넣고 비비거나 꼬물꼬물 움직이는 아이의 손길과 발길이 느껴질 때 한없이 평온해진다. 아침에 곤히 잠든 아이 옆에서 조심스레 빠져나오면 얼마 못 가 엄마의 빈자리를 느낀 아이가 방에서 따라 나와 졸음에 취한 눈으로 달려와 폭 안긴다. 바쁜 출근 시간이지만 그렇게 잠시 껴안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아침의식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주중에 아이와 눈 마주칠 시간은 하루에 두어 시간도 되기 힘들다. 헐레벌떡 집으로 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한 30분 아이와 놀고 나면 세수하고 잘 준비를 해야 한다. 재우고 나면 시원하면서도 섭섭하다. 일하는 엄마는 아이와 소통하며 교감하는 시간에 늘 갈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수록 아이와 눈을 맞추고 대화할 때만 소통을 하는 건 아니란 걸 느낀다. 아이가 자면서 엄마 품에 파고들고 짧은 다리를 엄마 배 위에 올려놓는 것도 속 깊은 대화만큼이나 밀도 높은 교감이다.

얼마 전에 나온 < 엄마냄새 > 라는 책에는 '양육의 333 법칙'이라는 게 나온다. 하루 3시간 이상 아이와 같이 있어주어야 하고,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해당하는

3세 이전에는 반드시 그래야 하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져 있다 해도 3일 밤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이를 집에 두고 회사에 복귀한 이후 하루 한 시간 이상

눈 맞추기도 힘들지만 나는 여기서 말하는 3시간에 함께 자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엄마의 냄새와 체온은 자면서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워킹맘 중에는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만 아이를 보러 가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다. 어떤 친구는 친정과 30분 거리에 살지만 부부가 워낙 바쁜데다 할머니가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키워주기 때문에

아이를 친정집에 맡긴다고 한다. 나도 아이를 키우지 않을 때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허구한 날 야근에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엄마도 아이도 힘들게 사는 것보다 능숙하고 안정된 조부모의 육아 환경이 더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엄마가 주 양육자가 될 수 없더라도 아이와 같이 살면서 스킨십은 끊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형편이 다 다르고 조부모나 다른 양육자라도 아이를 잘 키울 수는 있다.

다만 이럴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부모 관계, 그러니까 아이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부모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쿨한 엄마들은 '굳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있나, 아이는 아이의 인생이 있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살아가면서 겪을 힘든 순간에 괴로움을 덜어주고 나눠야 할 사람은 바로 엄마가 아닐까.

그리고 가급적 일하는 엄마일수록 아이를 데리고 잤으면 좋겠다. 다음날 일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 아이를 도우미나 할머니와 재우는 워킹맘들도 있다. 물론 아이가 밤새 울고 보챈다면 매일 아이를 끼고 자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아이를 끌어안고 자는 동안 엄마 냄새와 체온을 느끼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엄마가 비어 있는 시간의 어느 정도 보상은 된다. 어디 아이에 대한 보상뿐이랴. 잠든 아이의 보드라운 살결과 달콤한 숨소리가 주는 충족감은 엄마에게도 힘든 내일을 지탱하게 해주는 에너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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