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나무는 반듯한 나무보다 더디게 성장하기 마련이다. 우리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부정한 자세로는 키가 쑥쑥 자랄 수 없다.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을 방해하는 나쁜 자세는 어릴 때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자세만 바르게 해도 찾을 수 있는 우리 아이 숨은 키, Glow Up!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밤에 다리가 아프다며 1시간 간격으로 잠을 깨는 아이 때문에 여간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다리를 한참 주물러주면 잠이 들긴 했지만, 얼마 못가 다시 깨곤 했죠. 이후 병원에서 아이의 바르지 않은 자세가 원인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사실 아이가 평소 다리를 벌린 채 무릎을 꿇고 잘 앉는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게 다리 변형으로 이어져 통증을 가져왔으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죠. 1년 남짓 치료 끝에 이제는 다리 아프다고 호소하는 횟수도 많이 줄었고, 잠자다 깨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또래보다 유난히 작았던 키도 부쩍 자랐다는 것입니다.
바른 자세가 중요한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누구나 이를 실천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나쁜 자세로 인해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이를 바로잡으려 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어릴 때부터 바로 서고, 앉고, 자는 습관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아이레그의원 송동호 원장은 바른 자세가 아이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성장을 돕는다고 조언한다.
“요즘 아이의 성장 문제로 불안해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오로지 키 성장 자체에만 신경을 써요. 근데 한번 생각해보세요. 키만 훌쩍 크면 뭐합니까? 건강하고 아름답게 커야죠. 즉 성장이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조화롭게 이뤄져야 합니다. 자세가 반듯하면 키가 커 보이고, 균형 잡힌 체격으로 인해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워 보여요. 그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안정되기 때문에 집중력이 향상되고 자신감이 넘쳐 사회성도 좋아져요. 이처럼 아이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하기 위해선 바른 자세가 밑바탕이 돼야 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척추는 엄마의 배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에 C자 모양이다. 이후 허리 근육이 발달하면서 생후 3개월 정도 지나면 목을 가누고, 5개월 이후부터는 뒤집기를 시작한다. 척추 근육이 형성돼 허리를 뒤쪽으로 젖힐 수 있게 되는 생후 7~10개월 사이엔 안고 서기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생후 12개월 정도 되면 비로소 걷기 시작한다. 이렇듯 걸음걸이와 척추의 모양이 잡히는 시기부터 엄마는 아이의 자세를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습관적으로 무릎을 꿇거나 다리를 벌려 W자로 앉아 있는지, 머리가 앞으로 쏠려 걷거나 옆으로 삐딱하게 기울어져 걷는지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 이렇게 바르지 못한 자세는 신체 불균형으로 인한 여러 질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쁜 자세가 불러오는 질환들
O자형, X자형 다리 | 잘못된 다리 모양은 아이 성장과 관절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즉 다리 자체로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골반이 기울어지거나 허리가 휘는 등 체형 전체에 변화를 준다. 이는 성장기 아이에게는 성장장애로 나타날 수 있고, 때로는 관절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다리가 태어나자마자 곧게 펴지는 것은 아니다. 대략 생후 18개월까지는 O자형 다리를 하게 되는데, 엄마의 배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자세가 얼마 동안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후 생후 24개월가량이 지나면서 조금씩 펴지는 듯하다가 3~5세엔 오히려 약간 X자형 다리가 된다. 그러다 6세 이후부터 서서히 곧고 반듯한 다리 모양을 갖춰간다.
하지만 아이레그의원 송동호 원장은 모든 아이가 이러한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3세 이후 아이도 O자형 다리가 있을 수 있고, 생후 24개월 미만인데도 이미 X자형 다리가 와 있는 경우가 있어요. 일반적으로 O자형 다리는 발목을 붙인 상태에서 무릎이 벌어진 것을 말하고, X자형 다리는 무릎을 붙인 상태에서 발목이 벌어진 경우를 말해요. 둘 다 벌어진 정도가 5cm 이상이면 비정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엄마들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어 그냥 놔두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아이의 다리의 휜 정도가 심할 경우엔 생후 18개월 이전이라도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다리가 심하게 휜 경우 다리 기형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유아기 경골 내반증으로 나이가 들어도 다리가 곧게 펴지지 않고 O자형 다리가 점점 심해지는 질환이다. 대게 생후 10개월 전에 빨리 걸음마를 시작하거나 비만하고, 성장판에 손상을 줄 정도로 쿵쾅쿵쾅 뛰어다니는 아이에게서 발병 가능성이 높다. 또 장시간 모유만 먹거나 아토피피부염 등으로 편식하는 아이는 비타민 D 부족으로 인해 구루병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기형 질환의 경우 생후 36개월 이전에 조기 발견하면 보조기 치료를 통해 교정할 수 있지만, 늦을 경우 교정 수술이 불가피하다.
척추전만·후만·측만증 |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까닭에 문제가 생기면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대표적인 척추 질환에는 척추가 앞으로 빠져나가 등이 휘고 배가 나오는 척추전만증, 어깨가 구부러져 움츠린 자세가 되는 척추후만증, 허리가 꽈배기처럼 뒤틀리면서 S자형으로 휘는 척추전만증 등이다. 모두 평소 바르지 못한 자세가 원인이다.
사실 5~6세 이전의 아이에게서 척추 질환이 발견되는 건 아주 드문 경우다. 대부분 선천성 질환으로 치료가 쉽지 않다. 그 이후로는 잘못된 자세가 원인이 돼 후천적으로 생기는 것으로 적절한 치료를 통해 교정 가능하다. 따라서 엄마는 아이의 척추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을 가능한 빨리 알아챌 필요가 있다. 아이의 척추에 문제가 생겼다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 아이가 서 있을 때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질 경우, 한쪽 어깨가 내려앉을 경우, 양쪽 유두와 견갑골(날갯죽지)의 균형이 맞지 않을 경우, 골반 높이가 차이 날 경우, 몸을 90°로 구부렸을 때 한쪽 등이 올라갈 경우 척추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바른 자세를 갖기 위한 습관들
좌식 생활에서의 잘못된 자세 고치기 | 좌식 생활에서 오는 잘못된 자세가 다리와 척추 등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습관적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거나 다리를 벌린 채 W자로 앉고, 가부좌를 틀거나 다리를 한쪽으로 모아 옆으로 두고 앉는 것 등이다. 이러한 자세는 우선 척추가 앞으로 굽어지고 목이 구부정해지기 쉽다. 또 무릎 관절이 뒤틀리고 무릎 주의의 근육이 항상 긴장돼 연골을 마모시킨다. 심하면 무릎이 변형되거나 관절염이 올 수 있다. 또 골반을 옆으로 벌어지게 만들어 반복될 경우 다리를 휘게 해서 체형을 변화시킨다. 이는 좌식 생활을 하는 동양에서 O자형, X자형 다리가 유독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좌식생활이 지니는 문화적 의미를 떠나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입식이 좌식 생활보다 훨씬 좋다고 할 수 있다.
아이레그의원 송동호 원장은 “생후 7개월경 아이가 앉기 시작할 때 잘 관찰했다가 무릎을 꿇거나 W자로 앉으면 바로 교정해주세요. 이런 자세가 지속되면 돌 무렵 됐을 때는 벌써 다리가 O자형이나 X자형으로 휘어버리거든요. 의자에서 생활하는 것이 방바닥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좋아요. 부득이 바닥에 앉힐 경우엔 편안하게 다리를 펴거나 등받이가 있는 좌식 의자에 앉히도록 하세요”라고 조언한다.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앉지 않기 | 아이가 책상에 앉아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할 때 가장 나쁜 자세는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앉는 것이다. 머리 무게 때문에 목의 근육이 뭉치고 통증이 생긴다. 이로 인해 머리로 가는 혈관이나 신경이 압박을 받게 돼 쉽게 피로해지고 심하면 두통이 생길 수 있다. 또 굽은 등을 바로 세우려다 보면 허리에 무리를 줘 요추전만이 올 수도 있다.
아이의 어깨와 얼굴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책을 읽을 때는 독서대를 사용하고, 컴퓨터 모니터는 눈높이에 맞추도록 한다. 의자에 앉을 때는 의자 안쪽으로 엉덩이를 바짝 밀어 넣고 허리와 의자가 직각이 되도록 앉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 자세가 익숙해질 때까지 아이 곁에서 행동을 지켜본다.
척추에 부담 주지 않고 가방 메기 | 아이 가방은 너무 무겁지 않고 등에 착 밀착되는 것을 고른다. 가방의 길이를 적당하게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방을 멨을 때 주먹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방 끈 길이를 짧게 한다. 가방이 아래로 처지면 움직일 때마다 가방이 흔들려 아직 무게 중심을 잘 잡지 못하는 아이의 경우 넘어지기 쉽다. 가방을 꾸릴 때는 무거운 물건은 위쪽으로 넣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이 등 쪽에서 멀어지면 무게 중심이 뒤로 쳐지면서 어깨와 허리의 부담이 가중된다. 한쪽 어깨에 걸쳐 옆으로 메는 가방은 척추와 어깨에 그만큼 부담이 가기 마련. 한쪽 어깨에 걸쳐 메는 습관을 가진 아이라면 엄마가 양 어깨에 번갈아 메도록 고쳐준다.
발 크기에 맞는 신발 신기 | 아이가 금세 자란다는 생각에 실제 사이즈보다 큰 신발을 신기곤 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나치게 큰 신발은 아이의 걸음마 의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걷거나 서는 자세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된다. 꽉 조이는 신발 역시 마찬가지. 신발을 신었을 때 발가락에서 5mm 정도 여유 공간이 있는 것을 선택한다. 또 발바닥 안쪽이 아치형으로 된 것이 좋고 발 모양을 잡아주는 가죽 소재를 고르는 게 좋다.
알맞은 높이의 베개 베기 | 베개가 불편하면 아이의 숙면을 방해한다. 너무 낮은 베개는 고개가 앞으로 쏠려 잠을 못 자거나 코를 곯고 높은 베개는 목과 등뼈, 허리가 밤새 긴장하게 된다. 지속될 경우 항상 피로하고 긴장성 두통도 생긴다. 누웠을 때 목뼈가 자연스레 C자가 되는 4~5cm 높이의 베개가 적당하다. 베개 속은 전체 부피의 80% 정도로 채운 게 좋다. 옆으로 누워서 잘 때 허리가 받는 압박은 반듯하게 누워 있을 때의 3배에 달한다. 그러나 잠자는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처음엔 높이가 낮은 쪽 어깨를 밑으로 해 눕고, 잠이 올 듯하면 다시 반듯하게 눕게 한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뇌에 바른 자세가 적응돼 반듯하게 누워 자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
잘못된 자세 꾸짖지 말고 이해시키기 | 자세가 바르지 못하다고 아이를 혼내는 것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만 준다. 또 이러한 스트레스는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사실 아이들은 어떤 자세가 좋고 나쁜지 잘 모를뿐더러 그 방법을 일일이 설명해줘도 그대로 따라 하지 못한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서 더 잘 배운다. 따라서 부모가 무조건 잘못된 자세를 꾸짖기보다는 스스로 바른 자세를 취하는 본을 보여야 한다.
밖에서 햇빛 받으며 마음껏 뛰놀게 하기 | 요새 아이들은 밖에서 뛰놀 공간이 없어 실내에 갇혀 지내기 일쑤다. 이렇게 실내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세가 나빠지기 마련이다. 즉 운동을 하지 않으니 근력이 약해지고, 자세 역시 흐트러지는 것. 또 햇빛이 부족한 실내 생활은 비타민 D 부족을 야기하는데, 요새 아이들 80~90%가 이에 해당한다. 비타민 D는 칼슘의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하므로 아이 성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또 뇌 속에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시켜 스트레스도 덜어준다. 밖에서 신나게 뛰논 아이는 잘 먹고, 잘 자기 마련. 숙면을 취하는 동안 성장호르몬도 충분히 분비돼 키도 쑥쑥 크게 된다.
Tip
자세에 관한 잘못된 상식들
일찍 걸음마를 떼면 또래보다 키가 빨리 자란다? NO
엄마 욕심으로 무리하게 걸음마를 떼면, 유아기 경골 내반증 등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성장 단계를 밟는 것이 가장 좋다. 늦게 걷는 아이는 근육 질환이 있거나 신경·발달학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 외에 심한 평발인 경우도 그럴 수 있다. 보통 생후 15개월이 넘어서도 걷지 못하면 전문가를 찾아 진단받도록 한다. 그 전까지는 아이가 순리대로 성장 발달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보행기를 일찍 태우면 아이가 일찍 걷는다? NO
보행기를 일찍 태우면 빨리 걷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행기를 타면서 움직이는 것은 바닥을 밀면서 움직이는 동작으로 걸을 때 움직이는 동작과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보행기를 많이 타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걷기나 기기 등의 운동발달 면에서 더욱 늦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보행기를 태우는 시기는 아이가 허리를 펴고 똑바로 앉을 수 있는 생후 7~10개월 정도가 적당하다. 보행기를 태우는 시간도 하루 30분씩 2시간 정도만 타도록 한다.
기저귀를 오래 차고 있으면 다리가 휜다? NO
두툼한 기저귀를 오랫동안 차고 있으면 다리 근육에 무리가 가는 건 사실이다. 몸에 맞지 않는 기저귀를 차면 어정쩡한 자세로 걷게 돼 자세가 비뚤어지기 마련. 하지만 요즘은 아이 연령에 맞춰 가벼우면서도 흡수력 좋은 기저귀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오래 엎으면 다리가 휜다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포대기로 장시간 엎을 경우 고관절이 접히게 돼 다리가 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요새는 아기띠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가부좌가 안짱걸음을 교정하는 데 효과적이다? NO
오랫동안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골반뿐만 아니라 이와 연결돼 있는 대퇴골도 함께 돌아가 8자 걸음을 걷게 된다. 단 안짱걸음을 걷는 경우 안으로 틀어진 대퇴골을 돌려주기 위해 일정 기간 가부좌를 권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가부좌가 바른 자세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는 안짱걸음을 걷는 경우에 한에서이지, 정상적인 사람이 가부좌를 계속할 할 경우 8자 걸음이 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