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부모 품을 벗어나는 아이를 위하여

조회 2478 | 2014-05-1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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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헤어져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구나!”

“차라리 배 속에 있을 때가 편했다!”고들 한다. 어딜 가나 엄마 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고, 눈에 안 보이면 숨이 넘어갈 만큼 소리 지르며 우는 아이 때문에 한시도 쉴 틈 없는 엄마들. 하지만 이랬던 아이도 결국 제 발로 엄마 품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이별에도 예의가 따르는 법. 우리 아이 상처 주지 않고 홀로 서기에 성공하는 법을 알아보자.

벌써 보름째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 때문에 온 집안은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정원(5세)이와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에 지친 엄마는 결국 두 손 두 발 들고 말았다. 직장을 포기하고 정원이를 돌보기로 결심한 것.
“이러다 정말 정원이에게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돼요. 차라리 내 일을 포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아이가 나와 떨어지는 것을 너무 힘들어해 별 뾰족한 대안이 없어요. 내가 아이를 돌볼 수밖에요. 힘들게 들어간 직장이지만 어쩔 수 없네요.”
박미애 씨는 기어코 자기 발목을 꼭 잡고 안 놔주는 아이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혹시라도 아이가 엄마 때문에 정서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또한 지켜볼 수 없다”며 결심을 굳힌 듯했다.

아이의 분리불안, 어디에서 오는 걸까?
감히 상상도 못한다. 엄마와 서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엄마 없이 뭐든지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가 엄마와 떨어질 때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분리불안’이라고 한다. 분리불안이 시작될 때 엄마들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 때문에 몹시 힘들다. 아이는 태어난 직후부터 6개월 정도까지 엄마를 자신의 일부로 여기고 살다가 이후에 엄마가 자신과 별개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한다. 엄마와 자신이 서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한국아동․청소년문제연구소 최윤원 소장은 “0~2세의 아이들은 부모의 전폭적인 사랑이 필요해요. 부모와 애착 형성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많이 안아주고 많이 웃어주는 것이 좋아요. 엄마에 대한 믿음이 강하면 아이는 엄마 이외의 사람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마음껏 발휘합니다. 반대로 엄마에 대한 믿음이 약하면 엄마 옆을 떠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친 아이라면 30~36개월에 엄마와 심리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에 대한 일정한 상이 아이 마음속에 자리 잡기 때문이죠”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아이가 원하는 것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줘야 한다는 것.
“안아달라면 안아주고, 젖을 달라면 젖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달라면 갈아줘야 합니다. ‘나는 충분히 보호받고 있구나’ ‘세상은 안전하구나’ 하는 안정적인 애착 형성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부모와 애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를 놀이방이나 유아교육기관에 맡겨두면 오히려 불안과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가중돼 성격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며, 독립성이나 자신감도 생기지 않습니다.”

내 아이 ‘홀로 서기’, 완전한 애착이 관건
아이의 ‘홀로 서기’라는 것도 사실은 부모와의 애착이 완전히 이루어진 다음에 가능하다. 부모와의 관계가 안정적일 때 아이는 외부 환경을 탐색하고 빠르게 적응한다. 아이의 독립성을 키운다고 무조건 부모와 떨어뜨려놓는 것은 아이에게 불안을 가중시키고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떨어지게 할 뿐이다.
최윤원 소장은 “생후 8개월이 지나면 아이는 낯을 가리기 시작합니다. 엄마와 낯선 사람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엄마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울며불며 온갖 방법을 동원해 불안을 표현하죠. 엄마와 안정적인 애착 형성이 잘된 아이는 빠르면 두 돌 이후부터 엄마보다 세상에 훨씬 더 재미를 느끼고 제 발로 엄마 품을 벗어납니다”라고 말한다. 
아이마다 차이가 있지만 분리불안은 3세 전후에 사라진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늦는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다만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와 안정적인 애착 형성을 위해 아이의 욕구를 재빨리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것.
“부모와 애착 형성으로 생긴 자신감과 믿음은 아이가 독립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데 기초 체력이 됩니다. 독립성을 키운다는 목적으로 엄마 곁을 떠나 놀이방이나 유아교육기관에 보내겠다는 단순한 발상은 아이의 성격 형성이나 심리 발달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아이와 부모, 이별에 대처하는 법
놀이방에 가기 전에는
아이가 놀이방에 가는 것이 처음이라면 우선 아이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선생님이 수업하는 모습이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하자. 처음 두 시간 정도 함께 있었다면 다음에는 1시간, 30분으로 시간을 조금씩 줄이면서 차츰차츰 헤어지는 연습을 한다. 부모가 바쁘다고 이러한 적응 시간을 갖지 못하면 아이는 쉽게 절망하고 포기할 수 있다. ‘힘들면 엄마가 언제든 도와주러 올 거야’라고 말하는 등 아이에게 한결같은 믿음을 주고, 놀이방 시간이 끝나 집에 돌아와서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자. 그러면 아이는 ‘엄마와 헤어져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구나’ ‘놀이방 선생님들도 나한테 잘해주네’라고 점차 안정적인 모습을 갖는다.
인사하며 헤어지고, 즐겁게 맞이하기
놀이방 앞에서 울며불며 안 떨어지려는 아이를 던져놓듯이 선생님에게 맡기고 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 또 아이가 노는 틈에 몰래 빠져나오는 것도 좋지 않다. 하루 이틀은 괜찮을지 몰라도 계속되다 보면 아이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아이가 울 경우에는 충분히 달래주고, 엄마와 왜 헤어지는지, 언제 만나는지 말해주자. 그리고 헤어질 때는 아이와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를 한 후 헤어지도록 한다.
헤어질 때는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유치원에 간다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 보면 집이라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엄마가 아닌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아이는 새로운 공간과 친구들을 좋아하며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는 이런 상황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 중에는 엄마와 떨어질 때는 심하게 울다가도 엄마와 떨어진 후 흥분을 가라앉히고 언제 그랬느냐 싶게 잘 노는 아이도 있다. 이 경우는 분리불안이 아니다. 헤어지는 연습이 잘 안 돼 그런 것이다. 이때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더 크게 울어버린다. 유치원에 가기 전에 아이에게 왜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유치원에서 무엇을 하게 될지, 엄마는 그동안 무슨 일을 하는지, 엄마가 언제 다시 오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해준다. 다정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해야 한다. 미안해하면 아이는 더 떼를 쓴다. 아이에 대한 걱정을 붙들어 매고 부모 품을 벗어나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아이를 이끌어줘야 한다.
걸을 수 있는 데도 무조건 안아달라고 할 때
충분히 걷고 뛸 수 있는데도 안겨 있는 상태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는 이미 불안장애라고 볼 수 있다. 밖에 아이가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든지 다리가 너무 아플 때를 제외하면 정상적인 아이들은 걸어 다니는 것을 무척 기뻐한다. 잘 걸을 수 있는데도 엄마한테 안겨 있으려고 하는 것은 아이를 불안하게 하는 다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엄마 품에서 내려오기 싫어한다면 몸이 아프거나 그 공간이 낯설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안아달라고 조르는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아이를 무조건 품에서 떼어놓으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무엇 때문에 엄마 품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지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먼저다.
아이 혼자 재워야 할 때
언제부터 아이를 따로 재워야 할까? 아이 방을 마련해놓고도 따로 재우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를 당장 떼어놓자니 정서 발달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돼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3세가 되면 아이는 엄마와 떨어져도 그것이 완전히 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한다. 이 시기부터 아이에게 따로 자는 것을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아이가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면 억지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
5~6세 정도가 되면 아이의 기본적인 생활 습관과 성격이 모두 형성된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따로 재우는 것을 연습시킬 수 있다. 단 단계를 밟아가며 서서히 시도해야 한다. ‘이제 다 컸으니까 혼자 자라’는 식의 무조건적인 방법은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상처만 준다. 아이 방의 문을 열어놓고 엄마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거나 방을 예쁘게 꾸미고, 침대를 새롭게 들여놓는 등 아이가 자신의 방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자. 따로 재울 수 있는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아이의 정서적 안정이다.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혼자 자는 것을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순간이 바로 ‘따로 재우기’를 시도할 수 있는 때다.
둘째 출산으로 큰아이를 떼어놓아야 할 때
첫째 아이의 경우 부모가 나 아닌 다른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을 보면 심한 배신감과 충격을 받는다. 첫째 아이에게 동생이 태어난다는 것을 미리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동생을 낳기로 한 긍정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동생을 기다리게 도와주자.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있을 때는 매일 아이에게 전화하자. 또 동생 때문에 첫째 아이가 자는 방이나 위치를 옮긴다면 동생이 태어나기 몇 개월 전 미리 해두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첫째 아이는 자신이 밀려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기가 집으로 온 다음에는 부모가 아기 돌보기에 바빠서 첫째 아이에게 소홀할 수 있다. 첫째 아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가능한 아기 돌보기에 동참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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