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키’는 사람의 매력을 따지는 몇 가지 기준 가운데 필수 요소가 돼버렸다. 그러니 키 작은 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하지만 키는 단순히 사람의 외모를 따지는 기준만은 아니다. 유독 작은 키는 아이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가를 살펴봐야 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성장장애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고 그 원인과 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100명 중 3번 안에 들면 ‘키 작은 아이’
일반적으로 같은 성별, 같은 연령의 아동 100명을 무작위로 뽑았을 때 키가 작은 순서로 1번부터 3번까지 3명을 ‘키가 작은 아이’라고 말한다. 또한 1년에 아이가 4㎝ 이하로 자라거나(3세 이후), 또래 아이에 비해 10㎝ 이상 작을 때도 성장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다. 특히 출생부터 만 2세까지를 제1발육 급진기라 부르며, 이때 아이들은 평균 13~25㎝ 정도 키가 큰다. 그러나 영유아들에게는 단순히 수치적인 문제만 따지기보다는 뒤집기, 기기, 걸음마 등 아이 발달과 더불어 성장장애를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장장애의 원인은 1차성과 2차성으로 구분하며, 한방에서는 선천지기와 후천지기로 부르기도 한다. 1차성 성장장애의 원인은 골격 형성 장애, 염색체 이상, 선천성 대사 이상, 자궁 내 성장지연, 저신장을 동반한 특이증후군 및 유전적 저신장 등이 있다. 유전적 저신장은 질환이라기보다는 주로 양친으로부터 작은 키의 유전적 소질을 받아서 생기는 것이다. 특별한 유전병이 없어도 임신 중 산모의 건강 상태에 따라 성장장애아가 태어날 수 있다. 자궁 내에서 성장이 지연되는 것은 태아 감염이나 태아가 독성 물질에 노출됐을 경우, 태아의 영양이 손상됐거나 산모에게 심각한 질환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아이들의 약 10~15%는 따라잡기 성장이 없이 크면서 성인이 될 때까지도 계속 다른 아이들보다 작고, 성인이 되어서도 키가 작은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산모가 임신 중에 술, 담배 혹은 약물 등에 자주 노출되면 성장장애아를 분만할 확률이 높아진다.
성장장애,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최근 큰 키를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아이에게 성장 호르몬을 맞출 것인가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저신장은 그 원인에 따라 성장 호르몬 투여 효과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 저신장의 원인과 예후에 대해 충분히 의논을 해야 한다. 특히 만 3세 이상의 아이들 중 1년간 키가 5㎝ 이하로 자라는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한?양방에서 성장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논의되고 있고 실제로도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성장장애 치료는 저신장을 초래한 원인을 규명하고 그 원인 질환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인간 성장 호르몬이 대량 합성되면서 이를 이용한 저신장 치료가 많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저신장의 치료에서 성장 호르몬의 치료가 절대 필요한 경우는 성장 호르몬 결핍증, 신부전에 의한 저신장, 터너증후군 등에 불과하다. 그 외에 기타 저신장증인 특발성 저신장, 자궁 내 성장 지연에 의한 저신장 및 골격이형성, 유전성(가족성) 저신장, 체질성 성장 지연 등의 경우 호르몬의 치료 효과는 단기간의 성장 속도 촉진이 관찰되고 있지만 조금 더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키 크기’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부모들이 주의해야 할 또 한 가지가 바로 ‘키 크기’에 대한 환상과 오해다. 예를 들어 아이의 키가 작아서 성장 클리닉 전문 한의원을 찾는 부모 중 일부는 아이가 한의원에서 지어주는 약재를 먹으면 갑자기 키가 쑥쑥 자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분명 오해이자 착각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키가 자라지 않는 데는 잦은 감기와 기침으로 폐기능이 허약해졌거나, 소화기 이상으로 밥을 잘 안 먹어 영양 부족 현상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이런 원인들을 찾고 해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성장장애를 극복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무조건 1등이 되려는 부모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 클리닉을 찾는 아이들 중 실제로는 지극히 정상인 경우가 많다. 상대성장률 50~60%(100명 중 키 순위 50~60번째의 의미) 정도만 되도 성장에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모들은 또래 아이들 중 (키로)상위권에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