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사이가 좋은 엄마와 아이. 항상 뭔가 통하는 듯 깔깔거리지만 아빠만 끼면 왠지 어색해진다. 가족 일에 적극적이고 아이에게 친근한 프렌디도 많지만, 가족에게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아빠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원인은 뭘까? 왕따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거지.”
“아빠는 뭐니 뭐니 해도 돈 잘 벌어오는 게 가장 중요한 거 아냐?”
친구 같은 아빠, 프렌디가 강조되는 요즘. 이렇게 생각하는 간 큰 아빠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에 비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아빠가 대체로 아이와 친밀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아빠 세대가 자랄 때만 해도 그들의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지금은 아이에게 아빠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이를 소홀히 한다면 아빠로서 인정받지 못함은 물론 아이의 미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아이랑발달심리클리닉 석세진 소장은 “아빠의 역할을 경제에 대한 책임으로 국한시킨다면 아빠 양육으로 인한 많은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대가족을 이루고 동네 어른, 아이들과 교류하며 자랐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가장 큰 모델링 대상이죠. 엄마는 물론이고, 아빠의 정서적 지지와 가치관을 접한다면 단단한 내면을 가진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가족과 점점 멀어지는 아빠, 왜 그럴까?
가족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아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양육은 엄마에게 일임한 채 자발적 왕따가 되는 경우와 원하지 않는데 어느 순간 소외된 경우다.
심각한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 자라 그것을 답습하거나 남자로서 성격을 강조하는 아빠, 사회적인 일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것을 귀찮아하며 스스로 멀어지길 원하기도 한다. 아내에게 “당신이 알아서 잘하잖아. 나는 좀 내버려둬”라며 자발적 왕따 아빠가 되는 것. 이런 아빠는 경제적인 부분만 도움을 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맞벌이를 해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남편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여겨 부부 사이까지 멀어지기도 한다.
또 자신은 가족과 멀어지길 원하지 않은 데,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으로부터 서서히 따돌림을 당하는 아빠도 있다. 말수가 적고 과묵한 아빠의 경우에는 스스로는 노력한다고 하지만, 아이에게 호응을 잘 못해주거나 함께 잘 놀아주지 못하기도 한다. 이렇듯 의지도 있고 노력도 하지만 결과가 그렇게 좋지 못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감정 표현에 약하거나 어떻게 놀아주고 대해야 할지 몰라 표현이나 행동을 하기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런 아빠는 함께 시간을 보내도 아이와 친밀감이 커지지 않아 소외당하기도 한다.
엄마가 아빠를 소외시키거나 무시하는 것도 원인이 된다. 아빠가 “이번 주말에는 여기 가면 어떨까?”라고 할 때 “됐어. 거기 갈 바에야 여기 가는 게 낫지”라거나 “당신은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며 무시하는 경우, 아이에게 아빠의 지위와 권위는 바닥에 떨어진다. 이렇듯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가족과의 활동에서 소외되기 마련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힘들다. 석세진 소장은 “아내가 남편을 무시하는 원인으로는 성격이 비난적이거나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빠의 가족 활동 참여를 유도하려면 먼저 부부가 함께 대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부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죠”라고 말한다.
또한 멀리 떨어져 사는 등의 물리적인 시간이나 여건이 잘되지 않을 경우 자연적으로 가족과 아빠의 거리가 멀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도 가족이 함께 연결될 수 있는 끈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멀리서 일하느라 가족들과 만날 시간이 적은 아빠, 어떻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고 해서 무조건 멀어질까? 한 무역회사의 대표는 일 년 중 200일을 해외로 출장을 다닌다. 그런데 가족은 아빠가 곁에 없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무리 먼 곳으로 출장을 가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반드시 엽서나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라고. 어떤 때는 너무 바빠 “?”라고 달랑 적어 엽서를 보낸 적도 있지만, 가족은 반갑게 받았다고 한다.
아무리 간단한 내용이라도 꾸준히 항상 친근하게 안부를 묻는 편지와 전화라는 끈이 있었기에 1년에 절반 이상을 외국에 나가 있어도 아빠의 빈자리를 가족은 느끼지 못한 것이다.
친근한 아빠 되기, 어떻게 해야 할까?
석세진 소장은 “요즘은 친구 같은 아빠, 프렌디가 강조되고 있죠. 그런데 친구 같은 아빠가 되면 아이의 버릇을 나쁘게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구 같은 아빠는 항상 맞장구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의 눈높이와 입장이나 감정을 이해해주는 소통이 잘되는 아빠를 뜻하죠. 자신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되, 잘못된 행동에는 가르침을 주는 진정한 프렌디를 아이는 만만하게 보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엄마, 아빠가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이를 키운 경우 아이의 성취 능력이 훨씬 더 많이 발달한다. 엄마의 정서적인 지지도 중요하지만, 아빠의 지지 또한 굉장히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아주면 아이에 대한 정서적 지지가 굉장히 잘 이뤄지고 가족 사이의 친밀감이 높아져 화목해지는 가정이 된다. 이런 친밀감은 가족 내의 의사소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에게는 엄마 한 명의 롤모델이 아닌, 엄마․아빠 두 명의 롤모델을 보고 자라는 것이 훨씬 더 크고 풍성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아이에게 무한한 장점을 주는 친근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빠 자신에 대해 점검하기_ 좋은 아빠가 되기 전에 먼저 아빠 자신에 대해서 점검하고 파악해보자. 만약 가족과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면 자신의 성격, 욕구, 아빠의 역할에 대한 인식, 가족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 부부에 대한 가치관, 성격, 자아 등을 파악해 가족에게서 소외되는 부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빠 중에 “남자는 원래 동시에 여러 가지를 못해. 지금 회사에서 내 위치를 유지하는데도 힘든데, 아빠 역할까지 제대로 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여긴다면 이런 가치관도 점검해봐야 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어느 정도의 희생과 힘듦을 감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빠가 자신이 힘든 것만 집중해서 생각한다면 ‘아빠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라고 자신의 가치관이나 마인드, 스트레스 해소 방법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어떤 부분에서 배우자와 트러블이 생기는지, 그리고 부부 대화 방식 등을 점검해야 한다. 엄마의 마음, 상황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과 규칙적인 시간 보내기_ 시간을 정해두고 아이와 규칙적으로 시간을 보내자. 아빠가 가능한 요일과 시간을 정해 그 시간만큼은 아이와 함께 보낸다. 어떤 것을 할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은데, 사정에 따라 그때그때 변경해도 괜찮다. 만일 토요일 오후 2~5시에 아이와 항상 놀아주기로 했다면 “이번 주 토요일은 비가 온다니까 바깥에 나가기보다 집 안에서 블록 놀이를 할까?”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두면 된다. 아이와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지 모르는 아빠는 한 가지 놀이를 정해서 목표를 잡고 놀아주어도 좋다. 만약 그날 불가피하게 다른 일이 생긴다면 아이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평소 일상 속에 아이를 돌보는 일 중 한두 가지를 정해 아빠가 항상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씻고 옷 갈아입고 아이의 숙제를 봐주고 30분 동안 놀아주는 것을 꾸준히 하면 일상 속에서 서서히 아이와 친근해질 수 있다.
아빠의 강점, 흥미를 이용한 활동하기_ 자신의 취미 생활이나 여가 활동에 대해 중요성을 과도하게 부여하는 아빠는 주말에 자신의 취미 활동을 하러 나가기 바쁘다. ‘내가 행복해야 가정도 행복하게 이끌어가지’라는 아빠의 생각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취미와 가족의 활동을 적절히 조합하고 시간을 안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취미와 흥미, 가족 구성원의 강점, 흥미에 초점을 맞춰 가족 활동을 계획해보자. 야외 활동을 좋아한다면 야외로 나가는 것을 계획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면 가족과 함께 소풍을 가고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좋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다양한 정보 습득과 공부_ 어떻게 해야 좋은 아빠, 친근한 아빠가 될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엇보다 가족이 구체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보 수집과 실천이 필요하다. 아빠 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며 시중의 다양한 교재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족의 대화에 관한 책이나 부모와 아이가 놀이에 필요한 책, 미술, 신체 활동, 놀이 활동에 대한 책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석세진 소장은 “특히 아이와 소통이 잘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화법과 같은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죠. 아이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아이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지지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소통 방식을 배우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아빠 학교나 책, 정보를 얻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죠”라고 말한다.
친근한 아빠 만들기, 엄마의 힘이 중요해요!
가족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부부 관계다. 친근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부부 관계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아빠가 소외되거나 왕따가 되는 경우 엄마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는데, 친근한 남편이 되어야 친근한 아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생각하자. 부부 관계가 좋은 경우에는 아빠가 ‘친근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방법적인 부분만 배워도 금방 해결이 된다. 그런데 부부 사이가 문제가 있는 경우, 아빠가 아이와 잘 놀아주려고 노력해도 엄마가 옆에서 불만의 표현을 하면 아빠도 흥이 나지 않고 아이도 눈치를 본다.
친근한 아빠를 위해 엄마의 노력이 항상 필요하다. 만약 주말에 놀러 가는 것을 아이와 얘기할 때는 “우리 ○○ 체험전 갈까?”라고 의견을 나눈 뒤 “아, 그런데 아빠에게 여쭤봐야겠다”라고 아빠가 없는 상황에서도 아빠의 존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에게 아빠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항상 말해준다. 가족의 활동에 아빠가 참가를 하든 하지 못하든 항상 함께 의논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한다. 이렇게 엄마가 아빠의 존재에 대해 언급을 해주면 아빠가 사회생활로 바빠서 가족 활동에 자주 참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는 아빠의 존재를 항상 함께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