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다툴 때 부모의 중재 요령

조회 4791 | 2014-07-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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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꼭 재판관이 되어야 할까?
아이들은 서로 즐겁게 놀다가도 사소한 이유로 싸운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들이 잘 놀고 있어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아이들 주변을 서성인다. 분쟁이 일어나면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바로 개입해서 막으려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모의 행동이 아이들을 망친다고 입을 모은다. 재판관이 되기보다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이가 친구나 형제와 즐겁게 놀다가 갑자기 다툼이 생기면 대부분의 부모는 어디선가 ‘짠’ 하고 나타나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상황을 종료시키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현명한 부모의 판단도 아이들에게는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그뿐만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부모의 중재가 아이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수동적 자세를 갖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홍아동발달연구소 홍선자 소장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나이의 아이들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체득하거나 선생님께 배워 잘 알고 있습니다. 또 놀이터에서 친구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부모에게 수도 없이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도 친구를 때리거나 친구의 물건을 뺏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이기 때문에 순간의 욕구를 참지 못하고 친구의 것을 뺏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때리는 등 작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자꾸 개입해서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는지 지적하면 아이들은 항상 부모가 상황을 정리해주길 기다립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마음이 다급하더라도 아이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보고,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을 정도만 조율해주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한다.

부모의 역할, 어디까지일까?
아이들은 3~4세가 되면 자의식이 생겨나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5~6세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화가 이루어진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원인과 결과를 추측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이 스스로 그것을 해결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결론을 지어주면 아이는 스스로 판단하는 주도권을 뺏길 뿐 아니라 어떠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모에게 조르르 달려가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소위 ‘이르는’ 버릇이 생긴다. 또 아이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해주던 부모가 없어 혼자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부모가 아이의 분쟁 상황에 너무 방관만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럴 경우 아이는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판단하고 오히려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친구와의 문제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또 스스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그저 현재의 상황에서 도망치고 외면하려는 버릇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친구나 형제끼리 아프게 때리거나 큰 피해를 주는 상황이 아닌 사소한 분쟁의 경우엔 되도록 상황을 지켜본다. 문제가 심각하게 진행되면 어느 정도 중재를 나서되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분쟁 상황에서 누군가를 야단쳐야 할 경우 가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부모가 기분 내키는 대로 야단을 치거나 상황을 종료시키면 아이는 잘만 피해가면 부모의 체벌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꾸 변명을 한다. 그러므로 ‘때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거나 ‘먼저 뺏은 친구가 잘못’이라는 등 가치 기준을 세우고 아이들에게 누가 잘못했는지 상황을 돌아보게 해야 한다. 아이들은 일단 부모에게 야단을 맞으면 창피한 생각에 그 이후에는 의사 전달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므로 먼저 야단친 후 아이 마음을 다독이기는 힘들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고 문제 행동이 발견되면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문제를 지적할 때는 직접적으로 하기보다 간접적인 지적으로 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

형제나 친구와 다툴 때 부모의 올바른 처신
아이의 싸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_ 아이들은 수시로 싸운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싸움을 보면서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나’ 하며 지레 걱정하거나 다른 부모를 의식해서 말린다. 하지만 이런 말과 행동은 아이에게 불안함을 심어주고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지게 하므로 절대 하지도, 내색하지도 않아야 한다. 아이이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조금 여유롭게 아이들의 싸움을 바라본다.
형제는 항상 공평하게 대한다_ 부모는 아이 서열에 따라 책임을 지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을 동등한 처지에 두고 설득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형이니까 또는 동생이라는 이유로 서열을 만들지 말자. 이는 아이들에게 ‘내가 형이기 때문에’ 혹은 ‘내가 동생이니까’라는 마음을 자리 잡게 하는 원인이다.
경쟁의식을 부추기지 않는다_ “누가 먼저 하나 보자” “누가 1등으로 밥 먹나 보자” 등의 말은 은근히 아이들에게 경쟁의식을 일으키게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서로 먼저 하겠다거나 지는 것이 싫어서 싸움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조금 귀찮아서 빨리 하게끔 유도하기 위해 형제의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의 행동에 항상 관심을 둔다_ 말썽을 피우는 것은 관심을 받고 싶다는 의미다. 아이가 주로 다른 아이와의 놀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쪽이라면 “넌 누구 닮아서 그러니?” 등의 말보다 아이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늘린다.
놀이의 롤모델이 되어준다_ 형제들은 주로 함께 놀기 때문에 다툼이 많다. 그럴 때는 문제 해결보다 부모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놀 때 함께 사이좋게 노는 방법을 직접 보여준다. 아이들은 부모의 놀이 방법을 모델 삼아 동생이나 형제들과 논다. 아이들끼리 놀도록 놔두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이는 형제 놀이뿐 아니라 친구와의 놀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역할놀이를 해본다_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이들은 친구의 처지에서 먼저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친구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함께 친구와 처지를 바꿔 역할놀이를 해보면서 물건을 뺏기면 친구 마음이 어떨지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감정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준다_ 아이의 말을 왜곡되게 받아들이지 말고 아이의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읽어서 말해준다. ‘이러이러해서 서운하구나’라는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풀리게 만든다.
받을 벌을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_ 심각한 잘못을 저질러서 아이에게 체벌을 할 경우 몇 가지 벌 중에 스스로 고르게 한다. 예를 들어 게임 금지, TV 시청 금지 등 불필요한 것 중에 몇 가지를 정해서 한다. 단, 벌칙을 정할 때 공부하기, 밥 잘 먹기 등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분쟁을 해결하는 부모의 나쁜 말 VS 좋은 말 

“부모가 재판관이 되려고 하지 마라”

상황을 종결시키려 하기보다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알고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부모는 형제끼리 또는 친구끼리의 다툼에서 분쟁을 해결하려고 말을 했다가도 아이들이 계속 고집을 피우면 결국 협박조로 말하게 된다. 그러나 협박조로 말하거나 대충 타협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 다음에 사준다는 식으로 대충 상황을 무마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이는 물건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을 위로받거나 공감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 나쁜 말의 예
“이번엔 네가 잘못한 거야!”
“이거 다 갖다 버릴 거야.”
“엄마가 형한테 덤비지 말라고 했지!”
“넌 왜 동생한테 양보하지 않니.”
“○○는 이 장난감 가지고 놀고, △△는 이것 가지고 놀아.”
“둘이 똑같이 나눠! 다음에 사줄게”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라”

친구와 다투고 나면 가해자든 피해자든 그 누구보다 아이 자신의 마음이 가장 아프다. 이 경우 아픈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너는 이렇지만 이건 안 돼”라고 말하기보다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준 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주면 아이는 스스로 그 상황을 해결하는 능력도 보인다. 또 같은 상황이 되면 부모 없이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 좋은 말의 예
“가지고 싶은 것을 뺏겨서 많이 속상하겠구나.”
“네가 꼭 갖고 싶다면 친구에게 ‘돌려달라’고 말하렴.”
“우리 ○○가 엄마보다 더 참을성이 많네. 대단한데?”
“우리 친구에게 ‘빌려줄래?’라고 말해볼까?”
“너의 소중한 물건을 친구가 그냥 뺏으면 네 기분은 어떨 것 같아?”
“‘친구야, 내가 이거 뺏어서 미안해’라고 먼저 말해볼래?”

싸움보다 더 중요한 ‘화해법’
아이들끼리 다툼을 잘 정리하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할 것이 바로 화해다. 그저 형식적으로 “미안해”라고 말하고 상황을 종료시키면 아이들은 습관처럼 말하고 다시 그런 상황을 만들기 쉽다. 그러므로 싸우고 난 뒤 사과하는 법,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주기 등이 싸움을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싸움에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깨닫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부모가 싸운 뒤에 화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이 좋다. 물론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가끔 사소한 말다툼을 하더라도 모른 척 다시 이야기하는 것보다 서로 화해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화해를 할 때는 ‘너’가 아니라 ‘나’부터 시작해서 화해를 청해야 한다. 예를 들어 “네가 이래서 내가 이랬어”가 아니라 “내가 이래서 네가 이랬구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같은 상황을 말하고 있지만 그 뜻은 하늘과 땅의 차이다. 나의 행동을 먼저 반성하고 상대의 마음도 읽어주는 좋은 화해법이다.
아이와의 놀이나 일상생활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잘못한 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먼저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 미리 조심하고 예방하는 것이지만 다툼이 일어났다면 기분 좋게 화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잊지 말자.

Tip 부모의 분노 조절법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더 불같이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부모 스스로도 자신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부모가 먼저 치밀어 오르는 분노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들어 하소연한다.
- 육아 관련서를 자주 읽고, 특히 바이블처럼 가지고 있다가 마음이 힘들 때마다 펼쳐본다.
-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하나하나 되짚어본다.
- 아이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등 과도한 생각으로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 독서 토론, 등산 등 취미 활동으로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 육아를 모두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부부가 함께 공동으로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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