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가락 거는 엄마의 자세

조회 1726 | 2014-07-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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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나랑 꼭꼭 약속해요!
맺을 약(約)에 묶을 속(束). 약속을 한다는 것은 실타래를 묶는 일과 같다. 묶는 행위 자체는 간단하지만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금세 풀리기도 하고, 잘못하면 복잡하게 엉킬 수도 있다. 아이와 약속을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아이와의 약속 잘 지키는 노하우 공개.

“약속은 구름, 약속을 지키는 일은 비”라는 아랍의 격언이 있다. 하늘에는 늘 구름이 떠 있지만 그 구름이 모두 비가 되어 내리는 것은 아니다. 약속을 지키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우리는 살면서 많은 약속을 하고, 그중 상당수의 약속을 어긴다. 하지만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그리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부모의 약속 한마디가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각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내민 조그만 새끼손가락을 쉽게 보았다간 큰코다친다는 얘기다.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의 이정화 소장은 부모가 아이와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이후 세상에 대한 아이의 신뢰감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의 창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한지에 따라 이후 사회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을 믿거나 경계하는 등 타인과의 관계의 질을 규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약속은 세상과의 약속에 대한 신뢰의 초석이 됩니다. 아이의 일상은 사소하고 작은 행동의 연속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책임지는 태도를 부모가 모델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모와 아이가 서로 간의 욕구를 파악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친다면 약속의 중요성은 물론 타인과의 제대로 된 소통 방법, 책임감 등을 명확하게 심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의 약속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폴란드의 소도시에 어느 가난한 어머니와 아들이 살았다. 어머니는 러시아에서 온 망명객으로 종종 폴란드 경찰의 주의를 끌며 이웃들에게는 경계와 멸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억척스러운 성격의 어머니는 아들을 앞세우고 이웃들에게 외친다. “내 아들은 프랑스 대사가 될 사람이야!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을 것이고, 위대한 극작가가 될 거란 말이야! 입센, 가브리엘 단눈치오가 될 거라고! 내 아들은 말이야, 런던식으로 차려 입고 살 거야!” 어린 아들은 그때 당시 이웃들의 미움에 찬 눈초리와 비웃음을 수치스럽게 기억하지만 훗날 결국 프랑스 영사가 되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으며, 유명한 작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런던식 옷차림까지 고수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세상 사람들에게 호언장담한 약속이 아이의 일생을 결정짓게 된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약속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약속을 잘 지키는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는 약속을 하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러한 확신은 사람을 신뢰하게 하고, 어떤 일이든 참을성 있게 기다릴 수 있는 인내와 끈기를 키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부모의 일관성 있는 양육 태도와도 관계가 있다. 같은 상황인데 어떤 때는 약속을 지키고, 어떤 때는 지키지 않으면 아이는 혼란을 느끼고 불안해한다. 부모의 마음대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약속은 아이의 정서를 불안정하게 하고 상황에 쉽게 휘둘리는 성향으로 만드는 것이다. 약속은 아이의 도덕성과도 깊은 연관을 가진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옳은 행동임을 인식하고 약속을 성공적으로 이루었을 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게 된다.

안 하느니만 못한 약속의 경우
거래성 약속과 내용이 옳지 못한 약속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떼쓰지 않으면 아이스크림 사줄게” “사진 잘 찍으면 놀이공원 데려갈게” 등 특정 조건을 내걸고 하는 거래성 약속은 아이로 하여금 외부적인 보상에 지배되도록 만든다. 아이가 어떤 일을 하든 자기 내부에서 올라오는 동기에 주목하기보다는 외부적인 보상에만 연연하게 되는 것. 자신의 행동이 외부의 자극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자연스레 수동적인 태도를 갖는다. 스스로의 성취감이나 자아의식이 제대로 형성되는 데 악영향을 미치는 거래성 약속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불량 식품 맛보게 해줄게” “선생님을 꼬집어줄게” 등 내용이 그릇된 약속도 하지 않는 것이 옳다. 도덕이나 사회적인 규칙에 어긋나는 일들이 상황에 따라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것은 아이의 가치판단을 헷갈리게 한다. 원칙이 바로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고, 약속의 진정한 의미를 망각하게 하는 타당하지 않은 방법이다.

아이와의 약속 잘 지키는 노하우

약속은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나중에 하기로 해!” “맛있는 거 사줄게!” 등 애매하고 명확하지 않은 약속은 지키기 어렵다. 나중이 언제인지,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부모와 아이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약속이 잘 지켜졌는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해진다. 부모는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상심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것.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정해두면 약속을 지키는 것이 좀 더 쉽고, 그 약속의 실행 여부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어 좋다.
일방적인 약속은 금물!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반대로 부모가 강압적으로 어떤 약속을 하려는 것은 진정한 약속의 의미에 어긋난다. 약속은 부모와 아이 모두의 상호 합의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가 무리한 요구를 하며 조를 때 들어준다고 해서 그것을 약속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약속을 하기 전에 먼저 아이와 부모의 욕구를 합의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이가 일방적인 약속을 하고자 할 때는 단호하게 제지하고 약속을 하는 일이 혼자만의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기
약속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로 정한다.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약속을 하면 그 약속을 어기게 되기 십상이다. 아이와 약속을 하기 전에 지킬 수 있는 내용인지 먼저 파악하고 지킬 수 없을 것 같은 약속이라면 확실하게 거절한다. 단, 이때는 약속을 할 수 없는 이유와 약속을 하더라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 아이에게 충분히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그저 NO!라는 말로 단번에 약속을 거부해버리면 아이는 상처를 받고 약속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과정 공유하기
무조건 “약속해!”라는 말로 끝내기보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모가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알려주는 게 좋다.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과정을 아이와 함께하면 약속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느끼고, 아이 역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현명한 대처법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기
부득이하게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먼저 약속을 어기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한다. 상황이 아무리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부모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사과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면 아이는 자신이 약속을 어기는 것도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그릇된 생각을 하기 쉽다.
아이의 속상한 마음 헤아리기
아이는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잊지 않고 기대한다. 그만큼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느끼는 실망감도 크다. 부모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분노할 수 있다. “엄마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정말 속상하겠다. 슬프고 화나는 마음 엄마도 이해해” 하고 아이가 약속에 대해 얼마나 기대했는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아이의 감정이 어떠한지 잘 헤아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 설명하기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이유를 설명해준다. “엄마가 갑자기 회사에 어려운 일이 생겨서 오늘 저녁에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 하고 자세하게 말해주어야 아이가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대충 변명으로 둘러댄다든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냥 넘어가자는 식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구체적인 대안 제시하기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며 다음에 어떤 방법으로 약속을 꼭 이룰 것인지에 대해 알려준다. “이번 약속은 엄마가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대신 이번에 지키지 못한 약속을 다음 주 월요일 저녁 7시에 다시 잡기로 하는 것이 어떨까?” 하고 대안을 제시하되 처음 약속을 했을 때보다 더 구체적으로 정해두어야 아이가 안심하고 부모의 말을 한 번 더 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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