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의 갈등 해결하는 사랑 에티켓

조회 3055 | 2014-08-0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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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다는 것 기억하세요!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에 살다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이웃과 갈등을 자주 겪는다. 아이 뛰는 소리, 음악 소리, 청소기 돌리는 소리 등의 층간 소음을 비롯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일, 주차 문제 등등…. 서로 얼굴 붉히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홧김에 이사를 할 수는 없는 일. 이웃과의 갈등을 해결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해답은 무엇일까?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생활은 철저한 공동생활이다. 공동생활은 여러 사람이 같이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 의식이 필수. 하지만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활하는 한편, 공동 공간을 공유하는 관계이니만큼 생활 소음이나 무심코 하는 행동으로 인한 크고 작은 마찰을 피할 수는 없다. 당사자에게는 무엇보다 큰 고통으로 다가오는 이웃 간 트러블. 나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또한 뜻하지 않게 가해자가 될 수도 있기에 더더욱 더불어 사는 공동생활을 위한 ‘사랑 에티켓’이 필요하다.


가장 빈번한 이웃 트러블 요인, 층간 소음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이웃 간 트러블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층간 소음이다. 층간 소음은 아이가 뛰는 소리, 문을 닫는 소리, 애완견이 짖는 소리, 늦은 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세탁기, 청소기 등을 사용하는 소리, 화장실과 부엌에서 물을 쓰는 소리 등을 말한다. 모두 사람이 생활하는 데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소리지만, 이들이 위층으로부터 침입하는 소리라면 귀에 거슬리는 ‘소음’으로 다가온다.
“위층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발뒤꿈치로만 걸어 다니시는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쿵쾅거리는 소리가 그치질 않아요. 청소기나 세탁기도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돌리고요. 게다가 종종 손자들이라도 오는 날이면 천장이 꼭 무너질 것만 같다니까요. 그럴 때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가슴도 막 뛰어요.”
임신 7개월째인 황선영(37세) 씨는 윗집에서 들리는 층간 소음 때문에 태교는커녕 스트레스만 자꾸 커진다고 호소한다. 몇 번 올라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드렸지만 그때 잠시뿐 이제는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는단다.
층간 소음의 고통은 비단 아랫집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일 경우 그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 여섯 살, 세 살짜리 아들 둘을 키우는 박지윤(41세) 씨의 설명이다.
“둘째 아이가 활동적이어서 잘 뛰어다녀요. 공 던지는 것도 좋아하고요. 아니나 다를까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랫집 아주머니가 올라와서는 ‘조용히 해달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겪어봐서 그 심정을 아는지라 되도록 뛰지 않게 하고, 밤에 일찍 재우려 무척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애들이잖아요. 한계가 있긴 하죠.”
이렇듯 이웃 간 갈등의 큰 원인이 되는 층간 소음은 유독 당사자가 불쾌감을 느끼는 것에서 비롯되는데 여기에는 까닭이 있다. 이른바 ‘칵테일파티 효과’라 불리는 현상 때문. 시끄러운 칵테일파티장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주위의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더라도 당사자는 그 소리에 반응하듯이, 여러 음원 중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를 선별해서 듣는 현상을 칵테일파티 효과라고 한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의 차상곤 소장은 “층간 소음에 피해를 당한 사람은 유독 그 소리가 귀에 거슬렸기 때문에 주위 다른 사람들이 위층의 소음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도 혼자 예민하게 잘 들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당사자에겐 불쾌하게 들릴 수 있다고. 또 간헐적으로 들리는 소음이 규칙적으로 들리는 소음보다 소리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듣는 이의 귀를 더 거슬리게 한다.

이웃사촌 ‘원수지간’ 만드는 또 다른 원인
층간 소음 외에도 공동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애완견 사육 문제. 애견족들에겐 강아지가 가족 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사정이 다르다. 소음 문제를 비롯해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 등으로 시선이 곱지가 않다.
채연이(4세) 엄마 김소정(36세) 씨는 “아파트 단지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목줄을 매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봐요. 우리 애가 강아지를 무서워해서 목줄 없이 다가오는 강아지를 보면 놀라서 막 우는데, 어찌나 화가 나는지요. 개를 산책시킬 때 목줄 매는 것은 기본 에티켓 아닌가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 상당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되는 등 위생상 문제도 적지 않다. 어린 개의 배설물에 의해 더렵혀진 토양과 공기 중에 노출되는 개 회충알은 복통, 알레르기, 시력 상실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웃의 애완견이 영 꺼림칙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쓰레기 배출 문제도 이웃 갈등에 자주 거론되는 단골 소재다. 음식물 쓰레기를 복도에 내놓거나 엘리베이터 안에 흘리는 일 때문에 냄새가 진동해 이웃의 원망을 사는 것이 일례. 복도에 화분이나 의자, 상자 등을 내놓아 통로를 좁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주차장에서 주차 선을 지키지 않은 채 차를 세우는 경우, 아파트 단지 내에서 과속으로 달리는 경우,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 등이 공동주택 안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들이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여러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주택에서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만큼 주의도 필요하고 이해도 필요하다. 자신만 독불장군처럼 살다보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게 마련이고, 단순한 갈등을 넘어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공동주택에서 서로 예의를 지키지 않아 이웃 간에 폭행은 물론 극단적으로 살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져 뉴스에 등장한 적도 있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상곤 소장은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한 번쯤 자신의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는 한편, 최소한 지켜야 할 에티켓 등을 체크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당하는 이웃만이 아니라 결국은 자신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습니다. 누구나 층간 소음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무심코 행하는 배려 없는 행위로 인해 타인이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당사자도 같은 이유로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해를 유발하는 당사자는 자신의 행위가 이웃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먼저 생각한 뒤 행동해야 하며, 무엇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행동인지를 염두에 두고 생활해야 한다. 한마디로 상대편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 또한 피해를 당하는 당사자 역시 공동주택이라는 특성을 인식하고 어느 정도 이해하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웃 갈등 미연에 방지하는 공동생활 지침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층간 소음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벼운 물건이 떨어지거나 긁힐 때 생기는 경량 충격음으로 부엌의 도마 소리나 식탁을 끄는 소리가 이에 해당하며 고주파를 발생시킨다. 또 하나는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거나 부딪치는 중량 충격음으로 저주파가 강하며 사람이 뛰거나 걸을 때 발생한다. 이 중 불쾌감이 많고 심하면 정신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은 중량 충격음. 층간 소음 방지를 위해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카펫 등은 고주파 소음을 차단하는 것으로 경량 충격음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만 저주파가 강한 중량 충격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사업 승인을 받은 공동주택의 바닥 구조 기준(210㎜)도 저주파음이 강한 중량 충격음을 저감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공동주택의 형태를 인정하고 서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해답인 셈. 실내에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한창 뛰어노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쿠션이 있는 전용 바닥재를 까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이의 수면 패턴을 조절해 밤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함께 실천해야 할 사항. 이와 함께 세탁기, 청소기, 오디오, 운동기구 등도 밤 시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쓰레기는 분리해 지정된 장소에 버린다
재활용 쓰레기를 지정된 장소에 분리해 버리지 않고 복도나 계단에 쌓아두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의자나 상자, 화분 등을 내놓고 오래도록 치우지 않는 일도 종종 있다. 이러면 오가는 데 불편할 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일 경우 찌꺼기가 흘러 냄새가 나고 위생에도 좋지 않다. 자신에겐 좀 더 편할 수 있지만 이웃에겐 큰 민폐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베란다에서 흡연 및 투척 행위를 삼간다
위층에 사는 사람은 아래층 베란다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가 냄새는 물론 간접흡연이 되기 때문에 건강에도 해로워 불쾌할 수 있다. 반드시 실외에서 흡연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을 비롯해 담배꽁초를 베란다 밖으로 버리는 행위도 주의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척하는 행위는 쓰레기나 빈병, 장난감 등도 예외가 아니다.
주차는 구획선에 차례로 주차한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려 할 때 종종 주차 선에 걸쳐 주차하는 차들 때문에 불편하게 주차하거나 아예 주차를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한다. 부득이하게 이중 주차를 할 때는 기어를 중립에 두고 바퀴의 상태를 일자로 둔다. 아울러 차문을 열 때는 옆 차를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여는 것을 생활화하며 평소 아이에게도 주의할 수 있게 일러둔다.
펫티켓을 지킨다
펫티켓이란 애완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에티켓’의 합성어로 애견족이라면 배설물과 소음 등으로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예절을 말한다. 애견과 외출할 때는 반드시 목줄을 매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방지하고, 배변 봉투를 휴대해 배변을 하면 즉시 수거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소변을 보거나 낮선 사람을 보고 짖을 수 있으므로 되도록 안고 나간다. 공동주택 안에서 짖지 않도록 훈련시키는 것은 기본.

이웃 간 갈등이 생겼을 때는!
이웃에게 본의 아니게 불편을 끼쳐 갈등이 생겼다면 먼저 이해를 구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다툼이 있을 때 사건의 본질보다는 대응 태도가 문제가 되어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웃는 얼굴과 부드러운 말씨가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불편함을 일으키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사람이듯이 이를 줄이는 것도 사람에게 달렸다는 것. 두 살 터울 아이들 엄마인 송정화 (38세) 씨는 소음 문제로 아랫집에서 인터폰이 왔을 때 직접 찾아가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떡을 조금 사 가지고 가서 웃는 얼굴로 ‘아이들이 어려 소음이 안 생길 수가 없다’고 이해를 구했죠. 그러면서 소음 방지용 매트를 깔려고 하는데 어느 쪽에 깔아야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겠느냐고 상의를 했어요. 그 뒤부터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마다 웃는 얼굴로 대해주시더라고요. 성의를 가지고 상대를 배려하려는 태도가 마음을 누그러뜨린 것 같아요.”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는 최혜정(27세) 씨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썼다고 귀띔한다. 거실에 소음 방지용 매트를 깐 것은 물론, 아이들이 집 안에서 놀 때 양말을 신기거나 면 소재로 된 슬리퍼를 신긴단다.
“혹시라도 모를 안전사고를 고려해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양말을 신겨요. 또 마룻바닥에 플라스틱 장난감을 떨어뜨리면 큰 소리가 나기 때문에 플라스틱 장난감은 침대나 소파 위에서 가지고 놀도록 하고, 마루에서는 천 재질로 된 장난감을 가지고 놀도록 해요. 또 식탁 의자 다리에 못 쓰는 테니스공을 씌워 끌리는 소리가 나지 않게도 했고요.”
그런가 하면 반상회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이외숙(42세) 씨는 반상회 때 쓰레기 처리 문제를 거론했단다.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 등을 복도에 쌓아두는 몇몇 집 때문에 무엇보다 아이의 안전과 위생이 걱정됐어요. 하지만 직접 보고 얘기하면 얼굴을 붉힐 것 같아 반상회 자리에서 얘기했죠. 마침 같은 문제를 항의하는 분들이 있어서 빠르게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답니다.”

Tip 그래도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관리소에 부탁하는 것이 좋다. 공동주택 관리규약 내에 ‘층간 소음 방지’ 항목이 있어 소음 유발자에게 권고할 수 있다. 1차 경고, 2차 시정 경고, 3차 벌과금 부과 등이 있으며 이 항목을 지키지 못할 경우 최후에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소음으로 인한 소송은 쉽지 않으며, 그보다는 당사자 간 폭행, 폭언으로 인한 소송이 더 많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비해 상대에게 받은 폭언의 녹음, 소음 피해를 당하고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내용증명 등을 준비해두면 법원에서 주장할 수 있다. 만약 윗집이나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싶다면 주거문화개선연구소(www.noisestop.co.kr),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http://edc.me.go.kr)에 상담을 신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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