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울떄 안아주지 말라는말...

조회 5903 | 2013-04-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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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청소기, 드라이기 얘기가 한창입니다.

엄마들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TV 프로그램에도 나왔다더군요.
간단히 말하면 아기가 울 때 진공청소기나 헤어 드라이기를 틀어 아기 옆에 놓아 주면 아기가 울음을 그친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이 얘기를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전에 영어권 논문에서 읽은 적이 있기는 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아기의 울음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말이 많고 아기가 울 때 대처하는 방법도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첫째 아기가 울 때 즉각 달려가지 말라는 소아과의사가 많습니다.

그건 30년 전 제가 미국에서 아기를 낳고 키울 때 우리 교수가 가르쳐 준 것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1분쯤 기다렸다가 가고 그 다음에는 아기를 울리는 기간을 조금씩 늘려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보았지요. 그런데 아기의 울음을 듣고 있자니 엄마가 미칠 거 같아서 안 되겠더라구요.

1분은 커녕 10초도 앉아 아기 울음을 듣는 걸 참지 못하겠는데 어찌 3분, 5분을 기다리라는 건지
그러다가 소아정신과를 공부하면서 그런 방법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잔인하기까지 한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였지요.

생각해 보십시오.

아기는 말도 못하고 자신의 처지를 알려줄 방법이 울음밖에는 없습니다.

엄마나 다른 어른의 손길을 부르는 것이 아기의 울음이라 할 수 있고 뭔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할 때 아기들은 웁니다.

 그냥 허전하고 심심해서 우는 아기도 물론 있고 안아달라고 우는 아기도 많습니다.

그렇게 우는데 진공청소기나 드라이기 소리가 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아기는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지금까지 울었던 이유는 다 잊어버리고 아기는 놀라서 잠잠해질 수밖에요.

그러면서 아기는 생각할 겁니다.

‘그래, 이 세상에는 나를 안아주고 사랑해 줄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거야. 나는 울지도 말고 아예 이 세상을 믿지 말아야 해. 아 세상은 참 매정한 곳이로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TV 프로그램에서는 진공청소기 소리는 태내 환경과 비슷해서 아기가 울음을 그치는 거라고 했다나요.

태내 환경이라구요. 그렇다면 아기가 엄마 자궁에 있는 동안 제일 많이 들은 소리는 단연코 엄마의 목소리입니다.

도대체 어느 집에서 진공청소기를 항시 틀어 아기가 태내 환경의 소리로 진공청소기를 꼽겠는지요.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얘기이고 그럴싸하게 꾸며대기는 했지만 근거도 없고 전혀 틀린 말들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아기가 많이 운다고 약을 먹이라는 충고를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기다 비하면 진공청소기는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우리나라 아기들의 울음에 대하여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가정에서 자라는 아기들에 비하여 영아원에서 자라는 아기들은 하루의 울음 기간이 거의 두 배로 길었고 아기 혼자 지내는 기간도 훨씬 길었으며 그 반면 성인과의 피부접촉은 절반에 그쳤습니다.

또 우리나라 아기의 울음을 서양의 연구보고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가정이나 영아원의 아기들은 서양아기들의 울음보다 짧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른이 아기와 피부접촉을 하는 기간도 가정 영아는 서양 아기들보다 훨씬 길었고 영아원 아기들은 서양 아기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즉 아기의 입장으로 보면 서양 아기들은 우리나라 영아원의 아기들보다 훨씬 더 불리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 때문인지 더 많이 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덧붙쳐 우리나라 아기 중에는 영아 선통은 238명중 한명도 없었습니다.

울음연구의 전문가들은 영아 선통을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울고 이런 울음이 3주 이상 지속될 때로 하고 있습니다.
아기는 출생 후 수개월동안은 어른과 가까이 피부접촉을 해야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데(Bowlby 1958, 1969) 아기의 울음이 바로 이런 피부접촉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이는 아기가 살아 남기 위해서도 절대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든지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되면 아기는 울어서 어른을 가까이 끌어 들여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이기도 하구요.

 사람은 다른 동물에 비하여 아기가 엄마와 접촉이 유난히 긴 동물에 속하는데 이는 사람 젖이 빨리 소화되는 것과 아기가 자주 엄마 젖을 먹는 것과도 일맥상통하고 또 다른 동물에 비하여 인간 신생아는 움직일 수도 없는 의존적 상태라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은 영아기에 엄마와 항상 접촉하고 있는 사실은 수 백 만년의 진화 과정동안 지속되어 왔는데 다만 지난 수백 년 동안 서구국가를 중심으로 변화가 오기 시작하여 접촉의 기간이 짧아지고 분유를 먹이면서 먹이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었고 아기의 울음에도 덜 반응하게 됐던 거지요.

이러한 변화가 아기의 발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정확하게 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는 인간이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어렵고 뚜렷하게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변화, 예를 들어 학교에서의 따돌림, 타인을 향한 무차별 공격 등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요.
우리는 돌아다보아야 합니다.

과연 우리가 다음 세대들을, 특히 어린 아이들을 제대로 잘 키우고 있는지를.
인간 아기는 태여 날 때 본능 가운데 공격성을 갖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엄마가 아기를 안고 오랫동안 피부접촉을 하고 사랑과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러한 공격성 본능은 부드럽게 길 들여 지고 화가 나더라도 이를 문화인답게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엄마의 따뜻함, 사랑이 그런 문화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우는 아기는 반드시 안아서 달래 주어야 합니다. 다른 학설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어른의 관심을 불러 들이려는 아기의 울음을 무시하거나 꺾으면 안 되겠습니다.

         

                                                                      출처-www.breastmil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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