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기형이란 출생 전부터 발생한 신체적 이상으로서, 그 원인의 상당부분은 아직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태아의 경우 외부 요인에 의해서 선천성 기형이 발생하는데 환경적 요인이 선천성 기형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려준 사건들이 있으며, 이에 몇 가지 대표적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라는 약이 임산부들의 입덧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런데 임신 초기에 이 약을 사용했던 임산부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 중 상당수가 해표지증(phocomelia)을 가지고
태어났다.
*해표지증 : 팔과 다리의 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아 바다표범처럼 물갈퀴 모양을 가진 질환
이 시기에 전 세계 46개국에서 적어도 10,000명의 아이들이 탈리도아미드에 의한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특히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하였다. 탈리도마이드 베이비(thalidomide baby)라고 불리던
기형아 발생은 20세기 의학사 중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었고, 이 후 새로운 약물을 판매하기 전
시험단계를 보다 엄격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약물로 인해 태아가 영향을 받은 또 다른 사례로서 디에틸스틸베스트롤(diethylstilbestrol, 줄여서 DES)이라는 약물이
있다. 이 약물은 합성 여성호르몬(합성 에스트로젠이라고 함)의 일종으로 대략 1940년부터 1970년까지 임신 합병증을
줄이고 유산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이유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1971년에 한 유명 의학 잡지에 임신 중에 DES를 복용한 임산부에서 태어난 딸들이 젊은 여성이 되었을 때
매우 드믄 여성생식기 암인 질암(vaginal cancer)에 걸렸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후 이 내용이 사실인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자궁 내에서 DES에 노출되었던 여아들에게서 질암 발생이
약 40배가 높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 결국 DES는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이후 DES는 약물로 인한 대표적
환경호르몬(내분비계장애물질) 노출 사례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두 가지 역사적 사건들은 직접적으로는 약물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사건들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또한 선천성 기형을 일으키는 환경적 요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기도 하였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환경이 태아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여러 조사와 연구들이 시작되었고,
환경노출과 선천성 기형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금씩 밝혀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