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튼튼 마음 튼튼 '엄마표 아이'

조회 1570 | 2014-01-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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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튼튼 마음 튼튼 '엄마표 아이'
[중앙일보 2005.04.24 18:09:01]
                 
 

[중앙일보] 값비싼 사교육과 명품 교구. 많은 엄마가 아이의 공부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아이의 공부는 엄마의 정성과 사랑만으론 정말 해결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으로 '엄마표 아이'들을 키우는 집들이 서서히 늘고 있다. 돈 주고 시키는 사교육 대신 엄마가 직접 배워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엄마의 정성과 사랑만 있으면 사교육을 따로 받지 않아도 아이들의 적성과 재능을 꽃피우게 할 수 있다고 한다.

*** 한기훈·기혁(7·5세) 엄마 박진희씨시골 정취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3년 전 경기도 김포로 이사했다.

박씨는 이사하자마자 곧 엄마이자 선생님이 되었다. 그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시립도서관. 하루 종일 아이들과 어울려 책을 읽고 구연동화를 들었다. 아예 구연동화 자원봉사에 나서 이제 3년째가 됐다.

또 품앗이 교육도 시작했다. 혼자 힘으론 감당할 수 없는 분야를 품앗이 모임을 통해 해결한 것이다.

현재 다섯 가족이 매주 한 번씩 모여 수업을 하고 있다.

영아 3명, 유치부 2명, 1학년 1명, 2학년 2명, 6학년 1명으로 연령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기 수준에 맞게 수업을 한다. 수업은 영어.중국어.음악.미술.기타(종이접기+요리) 등 다섯 과목.

"품앗이는 철저한 준비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에 2년간 엄마 모임을 하며 준비했어요. 친목이 아니라 아이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있어요."엄마 선생님 중엔 미술교육.음악 전공자가 있다. 또 종이접기나 중국어를 직접 배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 강지나·지우(10·4세) 엄마 전영아씨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키우자는 목표로 엄마가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한 사례.

"처음에는 집 근처 공원이나 고궁.박물관을 다녔어요. 열심히 다니다 보니 점점 요령이 생기더군요. 아이가 크면서 자연체험에 가거나 미술관.공연을 자주 보게 됐지요."지나는 한 달에 최소 7~8번 정도의 공연을 관람한다. 월드컵공원.길동 생태공원.남산공원의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빠짐없이 참가한다. 또래들이 사교육에 시달리는 동안 지나는 바깥 나들이를 즐긴다.

전씨에겐 원칙이 있다.

우선 아이 혼자 보내지 않는다는 것. 체험 자체로 끝나지 않고 아이 인생의 자양분이 되려면 엄마와의 진지한 대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연을 보거나 나들이를 한 다음엔 반드시 일기를 쓰게 한다. 간단하게나마 자기 생각을 정리함으로써 눈으로 본 것이 가슴에 차곡차곡 쌓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엄마도 나들이 후기를 쓴다. 아이와 서로의 글을 바꿔 읽어보며 긴 대화에 빠지기도 한다.

"공부 잘 하는 아이보다 감성적으로 풍부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생각의 깊이가 깊어야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거든요."*** 누구나 할 수 있다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엄마와 아이의 상호작용이다. 따라서 엄마는 아이의 능력과 성향, 흥미도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에게 맞는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적성을 제대로 키워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엄마가 아이를 학원에만 보내놓고 할 일을 다 했다고 안도하거나, 잘 따라가리라고 막연히 기대한다. 엄마가 직접 가르친다면 적어도 그런 착각은 하지 않을 수 있다. 엄마들이 '엄마표 교육'을 실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의 문제점 때문이다. 방문 학습지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 교사가 방문해10분 정도 체크해 주기는 하지만 이것에만 기대다간 결국 실패한다. 아이가 매일 정기적으로 공부하고, 엄마가 체크해줘야 효과가 있다.

학원도 마찬가지. 아이는 체력적으로 힘들고, 엄마는 경제적으로 힘들고, 결국 학습효과도 낮다면 굳이 학원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요즘은 엄마가 가르칠 수 있는 교재나 교구가 다양하게 나와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엄마가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

사실 사교육은 늪이다. 유치원 때 시작한 사교육은 고3까지 간다. 유아기에는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해주기 위해 시작한 사교육이 학교에 들어가면 성적을 위해 과목별로 늘어난다.

아이는 학교 공부는 뒷전인 채 학원에만 매달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를 막으려면 엄마의 능력을 벗어나는 시기에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전에는 엄마가 꿰차고 있어야 한다는 것. 아이를 직접 가르쳐 본 엄마라야 제대로 된 학원과 선생님을 고르는 안목도 생긴다고 한다.

전유선(자유기고가) simamoto@joins.com*** '엄마표 아이'로 키우려면▶계획은 구체적으로 꼼꼼하게: 아주 쉬운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하루에 책 세 권 읽어주기, 일주일에 두 번 문제집 풀기, 주말에는 함께 공원 산책하기 등 계획을 세워서 반드시 실천한다.

▶육아 외에는 조금 둔감해져라: 아이와 함께 놀고 공부하다 보면 집안은 엉망이 되기 일쑤다. 일주일에 한번 대청소를 하는 것이 엄마나 아이 모두를 위해 현명하다.

▶엄마가 함께 공부하자: 제대로 가르치려면 엄마가 공부해야 한다. '내 아이인데 대강 해도 되겠지'라고 본다면 차라리 그만 두는 게 낫다.

▶또래 엄마를 찾아라: 같은 연령, 같은 고민을 가진 엄마들이 모여 그룹을 만들고 각자 자신 있는 과목을 맡아 아이들을 가르친다.

▶인터넷을 활용하라: 육아 사이트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좋은 자료를 공유한다. 같은 고민을 겪어본 선배 엄마가 훨씬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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