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어린이를 위한 미각 교육 솔루션 10

조회 3576 | 2010-05-14 14:39
http://www.momtoday.co.kr/board/246

 

 

 

 

행복이 가득한 집 (2010년 5월호) ⓒ Desig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현숙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를 통해 아이는 편식을 고치고, 예절을 배우고, 환경을 생각하고, 인간성을 배운다. 하지만 아무리 영양이 풍부한 음식도 ‘맛있다’고 느끼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 우리 아이에게 ‘맛있다’는 기준을 세워주자. 미각의 둔화와 식생활 혼란의 시대, 미각 교육은 이유식부터 시작해 초등학교 시절이 가장 적당하다.  
     

평생 잆맛, 이유식이 결정하다
올해 다섯 살인 지민이는 고기 먹을 때는 상추쌈을 싸서 먹고, 곰탕을 먹을 때는 다진 파를 넣어 먹을 줄 아는 아이다. 된장찌개, 멸치, 콩은 물론 당근, 양파, 파프리카, 브로콜리 등 모든 종류의 채소를 다 좋아한다. 편식을 하지 않는 덕분인지 병치레도 그다지 하지 않고 감기에 걸려도
금방 낫는다. 지민이 엄마 김정미 씨(파워블로거 마더스고양이)는 이 모든 것이 이유식을 잘 먹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월 수에 맞는 적합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이유식을 만들어 다양한 맛을 접하도록 해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그리고 돌 이전에는 간을 하지 마세요. 아직 신장 기능이 미숙해서 나트륨을 배출하기 힘들어요. 그리고 짠맛이나 자극적인 맛에 길들인 아기는 간을 하지 않은 심심한 이유식은 먹으려고 하지 않거든요.” 이유식을 만들 때는 소금이나 설탕, 조미료 등 어떤 간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2 올바른 젓가락 사용은 기본, 식사 예절을 가르치자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느냐고? 정답은 그렇다! 식사 예절의 기본은 젓가락질이다. 식사 도구를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알면 먹는 일이 자신 있고 즐거워진다. 식사는 물론 간단한 요리를 먹을 때도 제대로 된 식기를 갖추고 식탁에 모여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먹자. 식사 예절을 통해 아이는 배려를 배운다.

3 간은 싱겁게, 순한 맛을 즐기자
우리나라 아이들은 패스트푸드의 ‘짠맛’과 ‘단맛’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짠 음식은 아이의 섬세한 미뢰를 자극해 미각세포를 죽이고 소화기관에 부담을 준다. 따라서 어릴수록 향신료나 겨자, 고추, 지나친 염분 등의 자극적인 맛을 피하고 싱겁게 먹는 습관을 길들여야 한다. 단맛 역시 식재료가 지닌 고유한 단맛을 느낄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조리할 때는 설탕 대신 조청이나 아가베 시럽, 메이플 시럽 등을 이용하자.

4 씹을 줄 알아야 즐겁다
식사가 즐거우려면 맛을 느껴야 하고, 맛을 느끼려면 제대로 씹을 줄 알아야 한다.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은 건강뿐 아니라 두뇌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만큼 매우 중요하다. 아기에서 아이로 커가는 동안 스스로 씹어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의 경도(굳기)를 조절해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훈련이 잘못되면 편식하거나 씹는 것에 대한 잘못된 습관이 형성될 위험이 있다. 씹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섬유질이 많은 채소나 단단한 견과류와 곡류, 껍질째 조리한 음식 등 오랫동안 천천히 씹을 수 있는 다양한 식감의 음식을 주는 게 좋다.

5 엄마의 강한 의지와 아빠의 협조가 필수
어릴 때 잘못 길들인 식습관은 어른이 되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내 아이를 편식하지 않는 건강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엄마의 강한 의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려면 우선 엄마의 편식 습관부터 고치자. 엄마가 생선을 싫어하면 밥상에 생선 반찬이 자주 오를 리 없고, 그러다 보면 아이는 당연히 생선을 싫어하게 된다. 또 아이에게는 탄산음료와 과자, 라면을 먹지 못하게 하면서 아빠가 먹는 모습을 보여줘서도 안 된다. 아이는 부모의 식습관을 그대로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부터 올바른 식습관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최우선해야 한다. 이소영(라퀴진 대표) 씨의 딸 재임이(5세)는 식당에서 조용하고 어른처럼 의젓하게 식사를 하며, 심지어 로메인 상추와 양상추의 맛을 구분해내는 섬세한 미각을 지녔다. 엄마의 철저한 미식 교육 덕분이다.
“재임이가 이유식과 죽 등으로 맛을 느끼기 시작할 때부터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섞어 먹인 적이 없어요. 어떤 재료에 아토피 반응을 나타내는지 테스트할 목적도 있지만 채소 각각의 정확한 맛을 하나하나 알게 했어요. 외국 책에서 읽었는데 우리는 생각지 못하지만 아기도 낯선 맛이 뒤섞이면 거북해 한다고 하더라고요.
재임이는 지금도 소스를 거의 찍어먹지 않아요.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식사 준비를 아주 철저하게 했고, 식사 시간도 늘 정확하게 지켰습니다. 규칙을 정하면 꼭 지켜야 한다는 걸 아이도 알아야 하거든요. 같이 식사할 때는 항상 아이가 엄마나 아빠가 밥 먹는 걸 바라보면서 아이 스스로 먹도록 했고, 아이가 잘 안 먹는 음식은 엄마 아빠가 맛있게 먹는 걸 보여주면서 호기심을 자극했지요. 1년간 미국에 살면서 여러 가지 맛을 느끼게 한 것도 큰 공부였어요. 레스토랑에서는 메뉴판을 다 읽어주고 선택하게 했어요. 음식을 고르고 먹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도와주는 거지요.”


6 신토불이 식재료로 만든 전통 음식과 친해지자
햄버거, 피자, 감자튀김 등 패스트푸드점의 글로벌 메뉴로 인해 전 세계 아이들의 입맛도 획일화되어 가는 추세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미각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나라들은 이런 추세에 맞서 제 나라 음식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나아가 창의성을 키우려는 노력에 열심이다. 1998년부터 초등학교에서 미각 교육을 의무화한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주 브라 Bra에서 시작한 ‘슬로푸드 운동’이 그 대표적안 예. 향토 요리와 전통 식품, 그리고 좋은 소량생산 식품과 생산자를 지키기 위한 운동으로 현재 전 세계 45개국에 협회가 생겨 교류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청소년들이 농산물 생산자나 요리사와 함께 요리를 하면서 농산물이 조리되어 입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체험하고 과정마다 재료의 맛이 변하는 것을 느끼는 미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제철 식재료와 계절의 중요성, 향토 요리를 배우는 이벤트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식 食’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의 노인들이 학교에 찾아와 지역 전통 음식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일본은 식생활 기본 지침으로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를 강조하는데, 풍토에 가장 적합한 먹을거리가 그 지역 사람들의 신체에 가장 알맞은 식재료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렇듯 자기 나라의 전통 음식을 가까이 접하다 보면 지역 식재료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데도 일조하며, 나아가 푸드 마일리지를 줄임으로써 지구 환경 보전에도 도움이 된다.

7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라는 인사로 음식을 장만한 부모는 물론, 생명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한다. 어떤 음식이든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절대로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한다. 양이 많으면 처음부터 덜어놓고 먹게 하며, 만일 밥을 남기면 그 이후 과감하게 간식과 밥을 끊어라. 한두 끼 정도는 굶어도 탈 없고, 대부분의 경우 배가 고프면 다 먹게 돼 있다. 음식을 마련하는 엄마 역시 무계획적으로 재료를 많이 구입하거나 너무 많이 만들어서 다 못 먹고 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도한 상차림 등 낭비가 심한 식생활로 인해 연간 18조 원의 자원이 음식물 쓰레기로 폐기되며, 처리 비용도 연간 약 6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

8 안전한 먹을거리 구입법을 익힌다
원산지 표시나 성분 표시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잘 이해하고 판별력을 길러 안전한 먹을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지식을 기른다. 아이가 어려도 먹을거리를 구입할 때 식품첨가물이나 성분 등을 함께 읽으며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 아닌 화학 식품첨가물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주면 서서히 식품 안전에 대한 개념이 생긴다. 기회가 되면 식품 가공공장이나 농수산 도매시장을 견학하는 것도 산 교육이 된다.

9 채소를 직접 길러 함께 요리해 먹는다
이탈리아 슬로푸드의 미각 교육 프로그램의 핵심은 스쿨 가든. 학교 내의 운동장 한쪽을 텃밭과 정원으로 가꾼다. 아이들은 식물을 기르면서 음식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단지 교사와 학생이 꾸려가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학교가 있는 마을 채소 가게나 과일 가게, 푸줏간을 운영하는 주민이 찾아와 키우는 법이나 먹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토마토라면 질색하는 아이도 자기가 키운 토마토는 맛있게 먹는다. 텃밭이나 주말농장 혹은 집에서 화분을 이용해 상추, 오이, 고추, 토마토 등을 심어 아이와 함께 키우자. 유기농법으로 채소를 키우고, 신선할 때 수확해 아이와 함께 바로 요리해 먹는다. 채소가 어떻게 자라고 조리법에 따라 식감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것이 입으로 들어가 어떻게 즐거운지 백 마디 설명보다 한 번의 체험이 확실하다.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할 때는 명령하거나 재촉하지 말고 천천히 지켜보고 칭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10 영양 밸런스에 맞춘 식생활 개선
어린이 시기부터 건강하고 이상적인 생활 습관을 몸에 익혀야 평생 건강한 일생을 영위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짜고 실천한다. 일본에서는 식육기본법에 의해 문부성, 후생성, 농림수산성이 공동으로 책정한 식생활 지침서 <영양 밸런스 가이드>를 보급한다. 곡류, 채소, 과일, 콩류, 우유 및 유제품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지방과 염분, 음주를 피하도록 하는 내용이 기본.


일본과 프랑스의 식생활 교육은? 일본은 어린이의 건강한 몸과 인성의 근본은 식육 食肉(식생활 교육)에 있다고 본다. 어린이를 기르는 사람은 체육, 지능 교육, 재능 교육보다 식육을 우선해야 한다는 사상에 따라 2005년 식육기본법을 제정했다. 나아가 국민의 건강하고 풍요로운 인간성을 유지하는 데는 건전한 식생활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정부가 법제화함으로써 의식 변화를 도모한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바른 식생활 습관’과 ‘먹을거리 안전’에 관련한 교육을 실시한다.
프랑스는 1990년부터 프랑스 국립 식문화평의회를 중심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미각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미각의 둔화와 식생활의 혼란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요리사들이 활동하기 시작해 이제는 국가 전체가 참여한다. 초등학교에서는 레스토랑 셰프가 강사로 나서 미각 수업과 향토 요리, 식문화를 체험해 가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농수축산물 생산자와 식품 가공 기업, 외식 산업 등과의 연계로 ‘미각’, ‘식문화와 역사’ 세미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이전.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