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먼지진드기가 아토피피부염이나 알레르기비염, 천식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것은 이제 너무 뻔한 상식이 되었다.
알레르기에 대한 걱정으로 모두들 퇴치해야 할 대신 1호로 여기는 집먼지진드기를 연구용으로 키우려고 애를 쓴 적이
있었다. 가정에서 집먼지진드기를 없애려는 노력들이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은데, 막상 이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유지해 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집먼지진드기의 특성을 알아보고 이들을
몰아내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 집먼지진드기가 발견된 것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집에서 수거한 먼지가 근원이었다. 1921년 Kern이
천식이나 비염 환자의 집에서 먼지를 수거하여 피부 반응을 확인했더니 많은 환자들에서 양성을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집먼지에는 다양한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1960년대가 되어서야 집먼지진드기의
중요성이 인식되었다. 이 시기에 천식을 앓으면서 집먼지진드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어린이들을 산에 있는 요양
지로 보냈더니 증상이 좋아졌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회피요법, 즉 환경관리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라 하겠다.
집먼지진드기는 약 0.3mm 정도로 맨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고, 시력이 없다. 피부 비듬이나 부스러기를 먹고 살기 때문에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몸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진드기는 일부 소화된 음식물을 분변으로 분비하고, 가끔은 이 분변을 다시 먹기도
한다. 이들이 분비한 분변이 알레르기 증상을 나타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습도에 매우 민감해서 다리 관절에
나와 있는 흡수성 물질을 이용해 수분을 흡수하지만 수분을 찾거나 마실 수는 없어 전적으로 주변의 수분에 의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진드기는 잘 자랄 수 있는 적정 온도가 18~27oC 사이로 범위가 상당히 좁다.
집먼지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적정 습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흔히 대기 중의 습도만을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드기가 실제 서식하는 카펫이나 소파, 매트리스, 의복 등의 습도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습도가 떨어지면 집먼지진드기는 침구류나 패브릭 제품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매우 건조한 환경에서도 진드기가
죽는데 약 2개월이 소요되고, 카펫, 소파, 매트리스에서 진드기 농도가 떨어지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진드기를 퇴치하는 환경 관리는 단기간이 아니라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지역의 집먼지진드기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예를 들면, 가정의 85%에서 집먼지진드기가 검출되었는데,
침구먼지에서의 집먼지진드기 농도는 4월에 가장 낮았고, 7월을 전후로 해서 급격하게 증가하여 10월~1월까지
지속되었다. 바닥에서의 농도는 여름철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가을, 겨울, 봄 순이었다.
즉,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부터의 환경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2010년 국내 처음으로 전국의 일반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흡입 알레르겐(Allergen)에 대한 알레르기 피부시험을 시행하였는데, 큰다리먼지진드기
(미국형 집먼지진드기)와 세로무늬먼지진드기(유럽형 집먼지진드기)가 가장 흔한 감작의 원인으로 나타난 바 있다.
높은 습도를 좋아하고 천으로 만들어진 제품에서 주로 서식하는 집먼지진드기의 특성과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집먼지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한 생활 속 관리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가정 내 습도는 40~50%를 유지한다
● 침대 매트리스와 베개를 알레르겐 방지용 덮개로 싸주는 것이 좋다
● 침구류는 정기적으로(1주일에 1회) 55oC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한다
● 카펫, 털이 많은 동물, 천 소파, 천 커튼,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물건 등을 치우도록 한다
● 헤파 필터나 필터백이 장착되어 있는 진공청소기로 자주 청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