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은 어릴 때 무얼 하고 놀았지

조회 2460 | 2014-04-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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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은 어릴 때 무얼 하고 놀았지?

전통 아기 놀이문화
전통 육아 놀이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가락과 장단이 있는 노래가 함께한다는 것이다. 이제 막 눈을 뜬 아기를 어르는 노래로 시작해서 아기와 함께 놀면서 불러주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아기 발달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노래도 있다. 경원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유아교육학과 최혜순 교수와 함께 전통 아기 놀이문화에 대해서 알아보자.

아기의 성장과 운동 발달을 알 수 있는 ‘아이 어르는 노래’
전통 육아 놀이의 가장 큰 특징은 노래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단어 또는 간단한 낱말이 반복되는 입말에 가락을 붙이고 장단에 맞춰 흥얼거리는 노래는 아이를 어르거나 아이와 함께 놀 때 늘 함께했다. 아기는 함께 놀아주는 어른들이 반복해서 되뇌는 입말이 어떤 뜻인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문화적인 동질감을 갖는 것이 전통 육아 놀이의 특징이다.
쭉쭈기와 뻐대뻐대_ 누워 있는 아기에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다리를 주무르며 불러주는 ‘쭉쭈기’ 또는 ‘뻐대뻐대’이다. 사내아이인 경우에는 기저귀를 갈아주기 전에 고환을 위로 몇 번 쓸어주어야 커서 불알이 살에 끼이지 않는다고 해서 ‘쭉쭈기’ ‘뻐대뻐대’를 반복해서 말하며 다리를 주물렀다.
깨꼬, 까꿍_ 눈을 감고 아기에게 ‘깨꼬’ ‘까꿍’ 하고 입말을 반복하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을 떠서 확인하게 하는 놀이로 목의 힘을 기를 때 유용하다. 익숙해지면 도리도리하며 스스로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게 한다.
쪼막쪼막_ ‘죔죔’과 같은 놀이지만 양손에 힘을 주어 손가락 하나하나 쥐었다 폈다 해야 하기 때문에 유아가 따라 하기에 쉽지는 않은 동작이다.
맘물레 맘물레, 범버꿍이_ ‘맘물레’는 두 손을 앞 쪽에 내고 서로 부딪히지 않게 돌리는 놀이다. 맘물레는 실을 뽑는 물레에서 나온 말로 물레가 돌아가는 모양을 흉내 낸 놀이이다. ‘범버꿍이’는 맘물레를 거꾸로 돌리는 놀이로 ‘벅구’ 곧 ‘소고’를 뜻하는 범버꿍이는 그 몸짓이 소고를 치는 것과 비슷해서 붙여진 말이다.

<tip.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되는 월령별 전통 육아 놀이>
0~2개월,
리듬감 있는 노랫말_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아기의 청각 발달을 돕는다.
2개월, 쭈까쭈까_ 엄마 배 속에서 웅크려 있던 몸을 펼 수 있는 운동으로 쭈까쭈까라는 음을 붙여 다리를 주무른다.
3개월 이후, 둥개둥개_ 온몸운동으로 아기의 목과 등을 받치고 보듬어 안아 상하좌우로 가볍게 움직인다.
4개월 이후, 업기_ 목을 가눌 즈음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업어주면 엄마의 체온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고 눈높이가 높아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충족된다.

대표적인 전통 아기 놀이 ‘단동십훈’
단동십훈은 한국의 전통 육아법으로 아이가 자라는 시기에 맞춰 어르고 달래며 함께 노는 방법에 대한 지침이다. 전통적인 놀이법이지만 아기의 운동 기능과 뇌신경 발달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소근육 발달까지 촉진하는 과학적인 놀이로 알려져 있다. 아기는 단동십훈과 함께 걸음마를 연습하고 주먹을 쥐고 손바닥을 찧으며 고개를 흔들고 손뼉을 치고 춤추는 것을 배웠다. 1훈부터 시작해 10훈으로 끝나는 단동십훈은 손짓으로 몸을 키우고 반복되는 입말로 뜻을 키운 전통 육아 놀이다.
제1훈 불아불아(弗亞弗亞)_ ‘불’(弗)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고 ‘아’(亞)는 땅에서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다. 따라서 ‘불아’(弗亞)는 단군신화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신이 사람으로 땅에 내려오고, 사람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상징에서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어린 생명에 대한 예찬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부라부라, 부와부와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 이 놀이는 유아의 다리 운동과 전신 운동을 위한 목적에 맞도록 만들어졌다. 성인이 유아의 겨드랑이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아기의 몸을 좌측과 우측으로 흔들거나 앞뒤로 흔들어서 아기의 온몸이 움직이도록 하는 동작을 연속하면서 입으로는 불아불아라는 장단을 맞춰준다. 아기의 신체 조정 능력이나 미세한 운동 기능의 발달을 자극하고 촉진하도록 고안된 놀이 방법이다.
제2훈 시상시상(詩想詩想)_ 사람의 형체와 마음은 태극에서 받았고, 기백은 하늘에서 받았으며, 신체는 지형에서 받은 것이므로 아이의 한 몸이 작은 우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를 몸에 모신 아기는 매사에 조심하고 하늘의 뜻과 우주의 섭리에 순응하라는 의미에서 아이가 앉아 몸을 앞뒤로 끄덕이게 하는 것이 바로 ‘시상시상(詩想詩想)’이다.
몸을 똑바로 세워 앉을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아이를 앉혀놓고 ‘시상시상’ 하며 앞뒤로 흔들어준다. 몸을 귀하게 여겨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에서 고안된 놀이지만 아기 몸의 중심 잡기를 위해 고안된 놀이이기도 하다.
제3훈 도리도리(道理道理)_ 자라면서 천지 만물이 무궁한 하늘의 도리로 생겨났듯 아기가 세상에 태어난 것 또한 자연의 섭리로 태어났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도(道)’ 교육의 일환이다. 아기의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게 하면서 아이에게 가르치는 십훈 가운데 제일 처음 가르치는 것이다. ‘도리도리’라는 단순한 어휘 반복을 통해 성인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시범을 보여주고 아기가 자연스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며 가르친다. 도리도리는 오랫동안 누워서 생활하는 아기에게 목운동을 시켜서 신체를 발달시키는 동작 훈련이라는 점에서 이 시기의 유아에게 꼭 필요한 신체놀이라고 할 수 있다.
제4훈 지암지암(持闇持闇)_ ‘지암’은 세상의 혼미한 것을 가려서 파악하라는 의미로 외래 사상의 전개에 대한 경고로 풀이할 수 있다. 아기가 두 손의 모든 손가락을 오그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연속으로 하게 하면서 어른들은 손놀림에 맞추어 “지암지암(죔죔)” 하는 입말로 아기의 동작을 강화시켰다.
짝짜꿍과 곤지곤지에서 이루어진 눈과 손의 협응력이 죔죔에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아기가 사물을 보고 손을 뻗쳐 붙잡아 쥘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지암지암으로, 생후 3~4개월부터 첫돌 전까지의 아기와 성인이 함께 즐기는 놀이다.
제5훈 곤지곤지(坤地坤地)_ 짝짜꿍을 할 수 있는 아기에게 가르치는 곤지곤지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왼손바닥을 펴게 한 다음 오른손 검지로 왼손바닥을 찧으며 ‘곤지곤지’라는 입말을 하는 놀이다. 십이라는 글자의 모양새를 만들어 손바닥에 찧는 것은 음양 조화를 상징하는데 이것을 알면 땅의 이치(坤地道)도 깨달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눈과 손의 협응이 이루어져 더욱 세련된 동작을 할 때 필요한 놀이다.
제6훈 섬마섬마(西魔西魔)_ ‘섬’은 ‘서다’의 줄임말로 ‘섬마’는 ‘서의 마귀’라는 의미다. 곧 서마도, 서쪽의 마귀 정신에 물들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를 지닌 놀이가 ‘섬마섬마’다. 유아의 다리 힘을 길러주어 혼자서 설 수 있도록 성인이 유아를 자기의 왼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유아의 겨드랑이를 받쳐준 뒤에 유아가 손바닥 위에 제대로 서면 겨드랑이를 받쳤던 오른손을 놓아 1~2분 정도 홀로 설 수 있게 하는 놀이다.
제7훈 업비업비(業非業非)_ 올바른 도에 맞지 않는 생활은 정업(正業)이 아니다. 따라서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저지르면 벌을 받는다는 의미를 담아 커서 놀고 일할 때 도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이 ‘업비업비’다. 아기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만지려 할 때 경고를 하기 위해 “업비”라고 큰 소리로 말하면 아기는 겁을 먹고 하려던 행위를 중단한다.
제8훈 아함아함(亞含亞含)_ 아함의 함(含)은 ‘머금을 함’ 자로 깊이 품은 생각을 함부로 내뱉지 말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는 놀이가 ‘아함아함’이다. 손바닥으로 입을 막는 시늉을 하는 것으로 두 손을 모아 입을 막는 아(亞) 자의 모양처럼 입조심하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겼다.
제9훈 작작궁작작궁(作作弓 作作弓)_ 사람으로 와서 신으로 가는 이치를 알았으니 그 기쁨을 손뼉을 치며 노래하고 춤추자는 의미가 있는 놀이가 ‘작작궁작작궁(짝짜꿍)’이다. 아기가 두 손을 활짝 펴서 양쪽 손바닥을 마주치는 동작을 연속으로 하며 ‘짝’ 소리를 내면 옆에서 작작궁이라는 입말로 흥을 돋우어준다. 짝짜꿍을 할 줄 아는 유아는 손과 눈의 협응이 어느 정도 완성된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제10훈 질라아비 활활의(支娜阿備 活活議)_ 아이의 몸과 마음이 잘 자라도록 축복하며 춤추는 모양새로 아기의 팔을 들어 춤추듯 덩실대며 ‘질라아비 활활의’라고 입말을 한다. ‘지나아비 활활의(支娜阿備 活活議)’는 하늘과 땅과 자연의 모든 이치를 갖춰 땅기운을 받은 몸이 훨훨 날아가듯 자라게 해달라는 축복을 의미한다.

돌 이후 아이를 위한 전통 놀이
다리세기_ 다리와 다리를 엇섞어 뻗고 노래 부르며 다리는 세는 놀이로 ‘발헤기’라고도 한다. 노래에 따라 손바닥으로 다리를 짚어 가다가 노래 끝에 ‘땡’을 하면 다리를 오므린다. 이렇게 계속해서 마지막까지 다리가 남은 사람이 꼴찌가 된다.
풀싸움_ 토끼풀이나 제비꽃 등 풀을 뜯어 줄기를 서로 엇걸고 잡아당겨 승부를 겨루는 놀이. 줄기가 끊어지거나 꽃이 떨어지는 사람이 진다.
팽이치기_ 팽이는 뺑이, 핑딩, 뺑돌이, 도래기 등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팽이의 모양과 놀이법이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인 승부 방법으로는 오래 돌리기, 상대방의 팽이를 넘어뜨리는 팽이싸움, 팽이를 멀리 보내 오래 돌기리를 겨루는 멀리치기, 팽이를 치면서 일정한 거리를 돌아오는 빨리 돌아오기 등이 있다.

엄한 듯 자애로운 전통 육아 놀이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말처럼 조상의 전통적인 육아 놀이는 가득 채우되 넘치는 것을 경계했다. 아기와 함께 놀 때도 하늘의 뜻과 땅의 이치를 깨닫게 하며 사람으로 태어났으되 신이 되는 기쁨을 알게 했다. 누웠던 아기가 앉고 서고 한 걸음을 떼기까지 함께하던 전통 육아 놀이의 공통점은 어떤 것일까?
단순한 놀이 명칭과 한 단어의 반복_ 이 시기 유아놀이는 놀이 명칭이 단순해서 발음이 쉽고 한 단어로 된 입말의 반복으로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특징이 있다. 한 단어를 반복해서 발음하는 것은 아기가 쉽게 듣기와 말하기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고 음성과 단어 사이의 연관 능력을 길러주어 말과 음의 이해, 기억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놀이를 통한 근육운동 기능 훈련_ 이 시기 놀이들은 목운동(도리도리), 손가락 협응(죔죔), 눈과 손의 협응력(짝짜꿍), 고급 단계의 눈과 손의 협응력(곤지곤지), 다리 힘 올리기(고네고네), 서기(따로따로), 전신 운동(불무불무), 균형 잡기(목말 타기), 리듬감 익히기(단지 팔기) 등 근육을 단단하게 하고 운동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시각적 기억력 강화_ 놀이를 할 때 아기의 눈앞에서 직접 시범을 보이고 행동해 배우게 하는 것으로 유아에게 시각을 통한 동작의 변별 능력을 키우게 한다.
사회성 발달과 사회화 촉진_ 전통 놀이의 방법은 처음에서 아기와 주 양육자와의 일대일 상호작용에서 점차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놀이로 바뀌면서 사회성 발달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계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단동십훈과 그 외의 전통 놀이에서 보인 아기 놀이는 감각 발달, 신체 운동 기능 발달, 정서 발달, 언어 발달, 사회적 발달과 더불어 인지 발달을 위한 준비를 자연스럽게 시도하고 있다. 경원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유아교육학과 최혜순 교수는 전통 놀이에서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우리네 옛 멋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전통놀이는 대소변 훈련이나 더 많은 사회적 관계 등 다음의 발달 단계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유아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유도했다는 점에서 조상의 슬기와 지혜를 엿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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