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아이의 집착과 중독

조회 5926 | 2014-05-0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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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집착 어디까지 괜찮을까?
이불이나 인형 또는 장난감 등 아이마다 소중하게 대하는 물건이 있다. 그러나 어떤 아이는 좋아하는 것을 넘어 집착과 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물건에 집착하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아이의 집착과 중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사는 송현진 씨는 요즘, 네 살배기 아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기 때부터 사용해 낡고 너덜너덜한 이불을 늘 한 손에 움켜쥐고 있기 때문. 냄새도 나고 더러워진 이불을 빨려고 시도해봤지만 그때마다 아이가 울어대는 통에 제대로 된 세탁을 한 게 손에 꼽을 정도다. 아이 몰래 감춰도 보고 빼앗기도 했지만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다른 이불도 줘보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으로 유혹해봤지만 아이는 다른 물건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집에서는 물론 외출할 때도 잠 잘 때도 손에서 놓지 않는 아이를 보면 혹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숨부터 나온다는 현진 씨.
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우리 집 얘기’라며 공감할 만한 사례다. 많은 부모가 ‘우리 아이만 유별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집착은 아이 대부분이 겪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다.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이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아이, 왜 물건에 집착할까?
3~4세가량의 자녀를 둔 부모는 물건에 집착하는 아이 때문에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다. 아이들은 한 가지 물건을 지나치게 좋아한다. 좋아하는 정도가 집착에 가깝다. 아이들이 집착하는 물건들을 보면 하나같이 낡고 지저분해서 빼앗거나 감춰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아이는 그 물건이 잠시만 안 보여도 불안해하며 울음부터 터뜨린다. 빼앗으려는 엄마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아이의 실랑이 속에 엄마의 한숨 소리와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이가 하나의 물건이나 장난감을 고집하는 것을 ‘집착’이라고 한다. 아이는 집에서 놀 때는 물론 외출할 때도 잠을 잘 때도 그 물건을 손에서 놓는 법이 없다. 손질을 할 수도 없어 꼬질꼬질하고 냄새가 나는가 하면 여기저기 뜯어져 있거나 고장이 나 있다. 알아듣게 설명한 후 빨아주겠다고 하면 아이는 두 손에 꼭 쥔 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엄마는 불량한 위생 상태로 인해 아이의 건강에 해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또 다른 걱정을 하기도 한다.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아이들이 물건에 집착하는 것은 대개 만 1세 이후부터 서서히 생기기 시작해 만 3~4세쯤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간혹 아이에 따라 집착 대상이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대개 만 5~6세까지 지속되다 점차 줄어들거나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때 물건이 아이에게 주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위안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아이가 집착하는 물건은 아이에게는 친구 같은 존재이자 안정감을 주는 최적의 물건인 셈이다. 아이가 한 가지 물건에 집착할 경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우려하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엄마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던 아이가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생기는 불안감을 조절하고 엄마를 대신할 ‘무엇’을 찾다 집착할 물건을 발견하는 것이다.

집착하는 물건, 아이마다 다르다
집착하는 물건을 보면 집집마다 다르고, 큰아이, 둘째 아이가 다르다. 아이가 집착하는 물건은 성별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남자아이는 주로 자동차, 기차, 비행기, 칼, 총, 로봇 같은 장난감과 파란색의 물건인 경우가 많다. 반면 여자아이는 공주, 인형, 옷, 화장품, 동물, 예쁜 그림 등과 분홍색이나 빨간색의 물건에 집착을 보인다. 성별과 상관없이 스티커, 캐릭터 상품, 부모의 신체 일부나 스마트폰, DVD, TV, 이불이나 베개 등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마다 집착하는 대상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 아직 분명하게 알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아이의 성향이나 기호에 따라 집착하는 대상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이 집착의 대상물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경적인 부분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집안 분위기나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 아이가 집착하는 대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부모가 남자다움을 중요하게 여기는 양육 태도를 보이거나 남녀간의 차별이 남아 있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는 로봇이나 공룡 등 힘이 센 장난감에 집착하기도 한다.
만 5세가 지났는데도 한 가지 물건에 집착하는 행동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로 인한 집착이나 중독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집착, 어디까지 괜찮을까?
집착은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발달 단계 중 한 과정이다. 대부분은 자라면서 점차 없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아이마다 집착의 정도에 차이는 있다. 관심은 있지만 집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6세가 넘어서까지 집착이 심한 아이도 있다.
집착의 정도가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불안정한 경우 집착을 보이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엄마로부터 사랑과 관심이 충족되지 못하거나 애착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아이의 집착 정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엄마에게서 받지 못한 심리적 위안을 좋아하는 물건으로부터 보상받으려는 아이 나름의 처방인 셈이다. 환경의 영향에 의해 집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 중에는 부모가 좋아하는 물건을 아이가 그대로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 밖에도 아이의 성향이나 기호에 따라 집착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아이도 좋아하는 물건도 집착하는 물건도 제각각 다르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이지 않지만 병적인 행동에 의해 나타나는 집착일 수도 있다. 자폐증이나 강박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는 병적인 행동으로 인해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다.
손석한 원장은 “아이의 집착은 대부분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없어집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두 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하루 종일 특정 물건에 집착하느라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경우입니다. 또 하나는 친구나 부모 등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로지 그 물건에만 관심을 보이는 경우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아이의 집착과 중독에 엄마들이 대처하는 방법
집착하는 물건이 사라지면 아이의 집착도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물건을 빼앗거나 몰래 감춰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일심동체로 여기는 물건을 빼앗긴 아이는 더 큰 불안감을 느껴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부모 중에는 아이를 혼내거나 화를 내는 것으로 물건에 대한 집착을 막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 또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의 집착 대상을 인정해주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아이가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도록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이때는 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고 칭찬을 해주는 등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도록 해야 한다. 만 6세가
넘었는데도 물건에 대한 집착의 정도가 나아지지 않고 더 심해졌다면 먼저 아이의 심리 상태가 어떠한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집착의 정도가 심하다는 것은 아이가 어떤 상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마음의 표현일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한다.
중독의 개념에서 보자면 ‘내성’과 ‘금단’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내성’이란 집착 대상물의 이용 시간이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한 시간 보면 만족하던 아이가 두 시간을 봐야지만 동일한 정도의 만족 수준을 얻는 것을 말한다. ‘금단’이란 집착 대상물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불안, 초조, 신경질, 과격함, 무기력 등의 이상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을 숨겨놓고 못하게 했더니 아이가 심하게 울고 물건을 집어 던지면서 떼를 쓰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면 이는 금단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아이의 집착과 중독을 막아주는 육아법
1. 아이가 다른 물건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흥미로운 물건을 제시한다.
이때 아이가 집착하는 물건과 속성이 비슷한 사물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동안 플라스틱의 자동차에 집착을 보였다면 원목으로 된 자동차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2. 위험한 물건은 주지 않도록 한다.
먼지가 잔뜩 묻어 있는 인형이나 깨지기 쉬운 플라스틱 소재의 장난감은 비위생적이거나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아이에게 말도 안 하고 처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리하기 일주일 전부터 상황을 설명하면서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도록 한다.
3. 다른 활동에도 관심을 갖도록 부모가 먼저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가 집착하는 물건과 멀어지게 하는 데 부모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종류의 장난감을 가지고 엄마, 아빠가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 후 함께 놀자고 제의하자. 부모와 함께 놀이를 하다 보면 물건에 대한 집착이 조금씩 사라진다.
4. 행동에 따라 상벌을 주는 보상 체계를 이용한다.
잘하는 행동은 상을 주어 보상하고, 잘못된 행동은 벌을 주어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가 집착 대상물이 아닌 다른 사물이나 활동에 관심을 보인다면 칭찬과 함께 상을 주고, 아이가 집착 행동을 보였다면 벌로 불이익을 준다. 벌이라고 해서 야단을 치거나 매를 드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올바른 행동을 했을 때는 칭찬과 함께 좋아하는 간식을 주는 등 긍정적 강화(잘하는 행동에 대해 상을 주어 행동을 늘려주는 것)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친구와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특정 사물에 집착을 보이는 경우가 별로 없다. 따라서 아이가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맘껏 놀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면 아이의 집착 행동도 고칠 수 있다.
6.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가 집착하는 물건을 대하는 모습을 잘 관찰한 후 아이와 대화를 시도하자. 예를 들어 이불에 집착하는 아이라면 “이불을 만지면 기분이 좋니?”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니?” “엄마가 만져봐도 될까?” 등의 질문을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안아주며 사랑한다는 말을 들려주는 등 스킨십을 자주 해주고, 아이가 온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애정 표현을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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