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촉하지 말고 아이 신호 기다려요
‘언제 똥오줌 가리려나….’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들은 고심한다. 또래 아이들이 이미 기저귀를 뗐다고 하면 조바심도 생긴다. 기저귀 떼는 시기가 꼭 정해져 있는 걸까? 아이 키우다보면 궁금한 것투성이인데, 기저귀 떼기와 함께 대소변 가리기도 그중 하나다. 우리 아이 기저귀 떼기 언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아보자.
22개월이 된 승찬이는 요즘 자꾸 기저귀에 손이 간다. 그러다 아예 벗겨내기까지 한다. 이제 기저귀가 답답하고 불편한 것이다. 그 모습을 여러 차례 본 엄마는 ‘이제 기저귀 뗄 때가 됐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기저귀를 떼야 할지 당장 고민이다. 아이 변기를 구입해 무작정 변기에 앉혀야 하는 건지, 아니면 기저귀를 벗겨놓고 아이가 혼자 변기에 앉을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하는 건지 모든 게 궁금하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기저귀 떼기가 막상 때가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대소변 가리기, 아이 발달이나 지능과 관련 없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대부분 공감한다. 대소변만 제대로 가릴 줄 알아도 한시름 던다. 이제 아이를 다 키운 것 같다. 손도 덜 가고, 비싼 기저귀 값도 아낄 수 있고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아이 기저귀 떼기를 서두른다. 두 돌이 다 돼가도 못 떼면 엄마가 먼저 초조함을 느껴 아이를 재촉한다. 심지어 옆집 누구는 기저귀를 뗐는데 우리 아이가 아직도 못 뗐다면 ‘혹시 발달이나 지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염려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육아 전문가들은 아이가 기저귀를 떼고 싶어 하는 신호를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절대 강요하거나 다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술램프 윤진 콘텐츠 개발 기획이사는 “모든 건 적당한 때가 있습니다. 기저귀를 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저귀를 떼기 위해서는 대소변 가리기를 먼저 해야 하는데, 두 돌 전에는 아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너무 급하게 훈련을 시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월령이 꼭 결정적인 게 아니라 아이가 발달학적으로 대소변 가리기 훈련을 할 준비가 됐는지 중요합니다. 뭐든지 빨리한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대소변 가리기는 아이의 지능이나 운동 기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갖게 해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소변 가리기 훈련을 조기교육으로 생각해선 안 됩니다. 부모가 아이 발달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집착하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또 실수가 잦아지면 수치심을 갖게 되고 매사에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라고 조언한다.
외국의 경우 대소변 가리기 훈련은 대부분 30개월이 넘어서야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돌이 지나자마자 바로 시작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대소변 가리기를 너무 일찍 시작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아이는 극도로 예민해져 변비가 생기거나 성인이 되었을 때 심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소변 가리기 훈련은 언제가 가장 좋을까?
대소변 가리기 훈련은 대체적으로 18개월에서 24개월이 적당하다. 신체적으로 이 시기 아이들은 방광이나 괄약근 조절 능력이 발달해 대소변 가리기 훈련 지도가 가능하다. 또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될 뿐 아니라 혼자서 바지를 올리고 내릴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간단한 명령에 따를 정도가 되면 좋다. 게다가 아이가 변기에 흥미를 갖거나 낮잠을 자면서도 오줌에 전혀 젖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의 자세나 얼굴 표정 역시 아이가 보내는 좋은 신호다. 물론 아이마다 발달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아이들은 대부분 생후 2년이 지나면 자기 몸의 많은 부분을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쯤이면 몸을 통제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자기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운동 능력도 갖게 되는데, 이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주변의 여러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제 아이들은 주어진 상황에 수동적으로 만족하던 것에서 나아가 더 적극적으로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대소변 가리기 훈련은 이러한 정서적․신체적 발달 범주 안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변기와 친하게 지내도록 해요
대소변 가리기 훈련을 좀 더 쉽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핵심은 아이가 변기와 친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성인 변기에 훈련을 시키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음악이 나오는 멜로디 아기 전용 변기를 구입해 변기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게 하는 게 좋다. 변기에 인형을 앉혀 용변 보는 모습을 흉내 내도록 하거나 누가 먼저 변기에 앉나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밖에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팬티를 구입해 아이 스스로 기저귀를 벗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변기와 친해졌다면 이제 아이에게 변기가 무엇을 하는 것이고,
어떤 때 사용하는 것인지 잘 알려주자.
윤진 기획이사는 “‘지금까지 변기에서 재미있게 놀았으니까 이제 변기에서 쉬하고 응가 하는 연습을 해볼까?’ 하고 물어본 다음, 아이가 대소변을 하고 싶어 하는지 유심히 살펴봅니다. 이때 아이가 사인을 보내면 즉시 기저귀를 벗기고 변기에 앉힙니다. 만약, 아이가 거부하거나 실수하더라도 절대 혼내거나 화내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가 변은 보지 않고 계속 앉아만 있다면 ‘다음에 다시 해보자’며 따뜻하게 말을 건네며 아이를 감싸줘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아이가 대소변을 가릴 때까지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합니다. 아이의 대소변 가리기가 성공하려면 부모의 참을성과 끈기가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특히 아이의 대소변 가리기 훈련은 동성 가족이 해주는 게 좋다. 아들이라면 아빠가 직접 용변 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딸이라면 엄마가 직접 변기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이때 변기에서 대소변 가리는 게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자주 알려줘야 한다. 아이가 대소변 자체가 더럽고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쉬’ ‘응가’ 같은 친숙한 용어를 사용하자.
간혹 아이가 대소변을 손으로 만지려고 해서 부모가 놀랄 수 있다. 윤진 기획이사는 “아이들이 만지고 싶어 하는 욕구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이럴 때 부모도 같이 더럽다며 찌푸린 표정을 짓거나, ‘에잇, 지지야!’ ‘만지지 마’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강하게 제지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원초적으로 대소변이 더럽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합니다. 대소변이 더럽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지 말고 ‘만져서 좋은 게 아니다’라는 정도로만 인식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백번 실수해도 절대 혼내지 말아요
아이를 향한 아낌없는 칭찬도 아이 대소변 가리기 훈련에 성공하는 열쇠다. 처음에는 아이가 대소변 가리기에 서툴러 실수를 거듭할 수 있다. 그럴 때는 나무라거나 혼내지 말고 잘할 때까지 기다려주자. 백번 실수하다가 한 번 성공했다면 그때를 놓치지 말고 가슴 깊이 우러나는 칭찬을 퍼부어주자. 아이는 그 칭찬에 ‘내가 정말 잘했구나’ 하는 자신감과 함께 ‘변기에 대소변을 하면 칭찬을 받는구나’ 하고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또 칭찬을 받기 위해 변기에 앉는다. 또 스스로 대소변을 조절하는 뿌듯함을 느껴 아이는 이를 신기함과 즐거움으로 여긴다.
윤진 기획이사는 “아이는 대소변 가리기를 스스로 조절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얻습니다. 아이에게 대소변 가리기는 무척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조절 능력을 갖게 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합니다. 특히 아이가 변을 보고 있다면 ‘기분이 어때?’ ‘시원하니?’ 등 아이의 심리 상태를 물어봐주고, 변기에 제대로 변을 봤을 때 듬뿍 칭찬해주면 그다음에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대소변을 재촉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아이에게 너무 자주 물어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화장실에 가야 하지 않니?’라는 질문도 대소변 가리기를 강요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대소변 가리기를 거부하더라도 강제하지 말아야 합니다. 언제든 다시 시키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변기 자체를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물 내려가는 소리에 놀라거나 변기에 빠질까봐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에게 억지로 대소변 가리기 훈련을 시키면 아이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반항적이 되고, 변비를 앓기도 합니다. 야뇨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무작정 빨리 대소변 가리기 훈련을 시킨다고 좋은 게 아니라, 아이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아이의 욕구를 파악해 해결해주어야 합니다.”
강요하기보다 부모의 예민한 직관 필요
이렇듯 기저귀를 떼는 것도, 대소변 가리기 훈련을 시키는 것도 중요한 것은 강요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물론 만 5세가 되어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아이의 바깥 생활에 문제가 일어날 정도라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들 대부분은 부모가 억지로 훈련을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기저귀 차는 것을 귀찮아할 때가 온다. 부모는 그때를 정확하게 알아채어 아이가 거부감 없이 대소변 가리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아이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배변놀이
변기에 공 넣기 놀이 변기에 공 넣기 게임을 통해 대변이 변기에 떨어지는 과정을 익살맞게 보여준다. 그러면 아이는 놀이를 통해 대변은 변기에 하는 것이라고 쉽게 인식할 수 있다. |
찰흙으로 똥 모양 만들기 찰흙으로 코끼리, 사자 등 동물이나 자신의 변 모양 등을 만들어봄으로써 대변에 대한 이미지를 친근하게 해준다. |
변기에 인형 앉혀 보기 뽀로로, 미키 등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을 변기에 앉혀 놓고 다리 사이에 구슬을 떨어뜨리며 ‘응가’ 놀이를 해보자. 인형들도 변기에서 ‘응가’를 한다는 생각에 아이도 금방 변기에 친숙해진다. |
변기를 의자처럼 꼭 용변 볼 때뿐 아니라 변기에 수시로 앉아 보게 한다. 변기에 앉힌 채 책을 읽어주고 간식도 먹여주고 재미난 이야기도 해주면서 변기를 의자처럼 사용하도록 한다. 변기에 편안하게 앉아서 노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훌륭한 배변 훈련이 된다. |
아빠와 함께 남자아이라면 아빠와 함께 용변 보는 시합을 하는 등 은연중 아빠에게 경쟁심을 갖도록 유발한다. 남자아이라면 이 방법도 꽤 쓸 만하다. |
엄마와 함께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 비해 대소변 가리기 훈련에 소극적일 수 있다. 이럴 때 엄마와 ‘변기에 빨리 앉기 게임’이나 ‘역할놀이’를 하면 아이는 변기와 대소변 가리기 훈련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