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성장 발달 늦추는 우리 아이 ‘적색경보’

조회 3047 | 2014-05-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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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만 코를 고는 게 아니다. 아이들도 밤새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아대느라 깊이 잠들지 못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들의 불면은 더욱 심하다. ‘저러다 숨넘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 밤잠 설치며 아이 곁을 지키기 일쑤다. 왜 아이들은 이렇듯 코를 골아대는 걸까.

요즘 동현(4세) 엄마는 잠을 못 자 눈에 핏발이 가득하다. 코골이가 심한 동현이 때문이다. 신생아 때부터 계속된 동현이의 코골이 때문에 한시도 편할 날이 없다. 코골이 때문인지 비염도 늘 달고 산다. 감기에 한번 걸리기라도 하면 동현이의 코골이는 더욱 심해진다. 집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코 고는 소리는 물론, 수면무호흡까지 보이는 바람에 자는 아이를 도중에 몇 번씩 흔들어 깨워야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동현이의 코골이,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을까.

정서 불안, 학습 능력 저하 등 수면장애 부작용

국제수면전문의인 코모키수면센터 신홍범 원장은 “코를 심하게 고는 아이는 밤에 잘 때 숨을 제대로 못 쉽니다. 이는 뇌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숙면을 못하면 뇌 발달이 안 돼 머리가 나빠지고 성격도 산만해집니다. 또 잠을 못 자면 어른들은 낮에 졸음이 쏟아지고 피곤해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증상을 못 느낍니다. 대신 짜증을 많이 내고 투정을 부리지요. 또한 수면장애는 행동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을 감소시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서 불안과 학습 능력 저하 역시 수면장애를 겪는 아이들의 특징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코골이가 심한 아이들 대부분은 수면 중에 땀을 흘리며, 계속 돌면서 잠을 자고, 목을 뒤로 젖히거나 앉는 자세로 자는 등 특이한 수면 자세를 취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숙면을 못하면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아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고 학습 능력도 저하되는 등 많은 면에서 성장 발달이 늦어집니다. 또 잘 때 입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턱 모양이 변형되거나 치아부정교합, 주걱턱, 아데노이드형 말상 얼굴 등 얼굴 변형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 때문에 코골이가 심한 아이를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에게 코골이가 생기는 걸까. ‘코골이’란 잠을 자는 동안 여러 가지 원인으로 코를 통해 정상적인 호흡을 하지 못하고 입으로 숨을 쉬는 현상을 말한다. 코부터 목젖까지 통로에 좁아진 부위가 발생해 공기의 압력으로 주변이 떨리기 때문이다. 코를 고는 직접적인 원인은 상기도(코에서부터 기관이 시작되는 부분)가 좁아진 탓이다. 상기도가 좁아지면 숨을 들이마실 때 상기도 연부 조직과 공기가 마찰을 일으켜 소음에 가까운 거친 소리가 난다. 아이의 상기도가 좁아지는 것은 입천장 쪽의 구개 편도나 목젖 뒤의 아데노이드가 정상보다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유아 코골이 대표 증상
1. 베개가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많은 베개를 의지하는 비정상적인 자세로 잠을 잔다.
2. 코를 크게 자주 곤다.
3. 짧은 기간 동안 숨을 멈춤으로, 콧김을 내뿜고 숨을 헐떡거리거나 완전히 잠에서 깬다.
4. 수면 중에 땀을 많이 흘린다.
5. 학습장애 또는 다른 행동장애를 가진다. 6. 밤새 뒤척이며 잠을 잔다.
7. 충분히 잠을 자도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다.
8. 주간, 특히 아침에 머리가 아프다.
9. 화를 잘 내고, 공격적이거나 투정을 부린다.
10. 또래보다 키가 작고 산만하다.

다. ‘아데노이드’란 편도선의 일종으로 코와 목 사이에 위치해 호흡기의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축농증이나 기관지천식,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어도 코를 곤다. 특히 코골이는 비만과 관련이 깊어서 뚱뚱할수록 코골이가 나타날 확률도 높아진다. 뚱뚱한 어린이가 코를 골면 살부터 빼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아이는 일반적으로 부모의 구강 구조를 그대로 닮고 태어날 확률이 높아 부모의 코골이가 심하다면 아이도 코골이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인체의 면역력이 완성되는 만 14세 전후까지는 지속적인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수면다원검사로 정확한 진단 필요해
유아 코골이는 2∼8세 아이 중 25%가 증상을 보일 정도로 비교적 흔하다. 그러나 이 중 10%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후군을 나타낸다. 만약 코골이가 심해 수면장애를 일으킨다면 먼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 어린이 환자의 경우 수면장애 진단 여부를 임상적인 검사에만 의존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시 혈중 산소 농도, 코골이의 정도와 횟수, 무호흡의 정도와 횟수 등을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도중 호흡이 정지되는 횟수가 많아지는 증상을 말한다. 잠자는 동안 1시간에 5번 이상, 또는 7시간 동안 30번 넘게 숨을 쉬지 않는 상태가 되면 수면무호흡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유아의 경우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그 정도가 심하다면 수술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코골이로 인한 수면무호흡증은 신생아부터 청소년까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2∼8세의 취학 전 아동에게서 가장 흔하다. 편도와 아데노이드를 비롯한 상기도의 림프 조직이 이 시기에 체격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코모키이비인후과 박정혁 전문의는 “심하게 코를 골면 수면무호흡증이 올 수 있습니다. 이때 편도와 아데노이드 절제술이 일차적인 치료법입니다. 따라서 수면호흡장애가 있다면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몸무게가 10㎏ 이상이 되면 전신마취를 하고 편도와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할 수 있습니다. 수술할 수 있는 나이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가 어릴수록 전신마취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모가 수술을 망설이기도 하지만 수면다원검사상 수면호흡장애가 있다면, 아이는 매일 밤 전신마취를 당하는 것 이상으로 뇌에 산소 공급이 문제되거나 이산화탄소에 의해 기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코골이가 심해 아이의 성장에 문제가 생길 정도라면 수술이 필요합니다. 수술 후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며 수술 성공률 또한 75∼100%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수술 후 출혈돼 재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100명 중 한 명 꼴로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코골이 예방 위한 실천 지침
첫째 아이를 옆으로 눕혀서 재운다. 옆으로 누워서 수면을 취할 경우, 인후부의 구조물들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공기 통로를 막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바로 누운 자세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연구개, 목젖, 혀와 같은 연조직들이 아래로 처짐과 동시에 기도가 좁아져 코골이, 무호흡이 발생, 악화될 수 있다.
둘째 비만인 경우 다이어트를 한다. 아이가 비만하면 수면무호흡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과다 체중이 목 조직과 폐에 압력을 가해 호흡에 방해를 주기 때문이다.
셋째 평소 비염이나 축농증 등 코 질환을 잘 관리한다. 특히 환절기에는 코가 충혈 되거나 막히지 않도록 항상 세심하게 관찰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
넷째 잠자기 전 TV 보기나 컴퓨터 활동 등을 금한다. 규칙적인 수면과 숙면을 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다섯째 잠자기 3시간 전에는 되도록 음식물 섭취를 제한한다. 자기 전 과식을 하면 소화기관이 부담을 받아 코의 호흡 통로를 긴장시키고 코골이가 유발된다.
여섯째 철분ㆍ마그네슘이 부족하지 않도록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한다.

그러나 편도와 아데노이드의 크기가 작거나, 절제술 이후에도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지속되거나,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에게는 양압 호흡기 치료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시팹(CPAP)이라 불리는 양압 호흡기 치료는 중증도 이상 수면무호흡증에 사용한다. 수면 중에 코로 공기를 불어넣어 숨을 잘 쉴 수 있게 하는 치료법이다. 다만 잠자는 동안 인공호흡기처럼 생긴 기계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수면무호흡 증상, 수술 적극 고려해야

박정혁 전문의는 “이비인후과에서는 코골이 증상이 있으면 수면 양상에 대한 문진과 키, 몸무게 측정 등을 통해 성장장애나 비만이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또 머리와 안면 모양의 특성을 자세히 관찰하고 주로 입으로 숨을 쉬는지, 치아의 부정교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편도와 아데노이드는 상기도에 포함되는 림프조직의 일부분으로 만 10세가 되면 그 기능이 퇴화합니다. 따라서 편도와 아데노이드 조직이 없다고 해서 성인이 되었을 때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또 성인이 되면 목구멍이 커지기 때문에 유아의 코골이가 자연스레 치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를 예상해 현재의 아이의 코골이를 치료하지 않으면 중요한 시기에 아이의 성장 발달을 늦추는 결과를 초래합니다”고 조언한다.

올바른 수면 자세와 적절한 습도 유지로 예방

어린이 코골이를 일상생활 속에서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아이가 코를 곤다면 고개를 젖히고 약간의 자세를 바꿔주자. 좁았던 통로가 넓어져 코골이가 없어질 수 있다. 또한 적정 수준의 습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코모키수면센터 신홍범 원장은 “높은 베개는 피하고 젖은 빨래나 가습기를 이용해 적정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실내 온도는 18~22℃, 습도는 50~60%를 유지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코의 정화 활동은 콧속 점막이 촉촉할 때 효과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장마철 고온 다습한 환경으로 인해 나타나는 곰팡이를 주의하고, 여름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합니다. 겨울에는 2시간에 한 번씩 창문을 열어 실내를 환기하고,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라면 약간 서늘하게 해주는 게 좋습니다. 잠옷을 제대로 입히고 집 안을 시원하게 해주는 게 아이 코골이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낮은 베개를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 지나치게 높은 베개는 공기 통로를 좁게 해서 코를 골게 만듭니다. 베개 높이는 벨 때 머리가 30°쯤 유지되는 정도가 적당합니다”라고 말한다.
어린이 코골이는 성장기 아이들의 치명적인 ‘빨간 신호등’이다. ‘저러다 말겠지’ 또는 ‘크게 문제되겠어?’ 하고 자칫 방심하고 내버려뒀다가는 코골이에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내 아이, 포근하고 달콤한 꿈나라에서 행복한 날개를 펴고 있는지 확인하자. 만약 아이가 수면을 힘들어하고 있다면 당장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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