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은 금물, 기생충으로부터 내 아이 지키는 법

조회 2787 | 2014-05-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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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환경이 좋아진 요즘에도 기생충이 생길지 걱정해야 할까? 결론은 ‘그렇다’이다. 최근 7년 동안 기생충 발병률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아이들은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처럼 단체 생활을 하는 곳에서 요충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가 알아야 할 기생충의 종류와 예방, 치료법과 각종 궁금증을 정리했다.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 각 가정에서 봄가을에 한 번씩 연례행사로 구충제를 복용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 사라져가는 추세다. 과거에는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해 재배한 채소들을 먹었기 때문에 기생충이 우리 몸으로 잠입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인분을 사용하지 않아 거의 사라진 것이 이유. 또 위생 환경이 좋아진 것도 한몫한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내과 교수팀의 조사 결과 최근 7년 사이 기생충이 1년에 평균 1.15배씩 증가 추세를 보여 여전히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생충 발병률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의들은 생활양식의 변화와 더불어 기생충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진 것을 이유로 꼽는다. 서울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우경 전문의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유기농 채소, 생식 등의 이용도가 높아지고 있고, 가정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 기생충이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과 길거리 배변물 치우기, 목욕시키기 등의 위생 관념이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고, 유기견 등이 늘면서 동네 어린이 놀이터가 기생충 오염의 주요 지대가 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 기생충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진 데다 기생충 감염을 과거의 질병으로 생각해 가볍게 여기는 경향도 기생충을 더욱 증가시키는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흔한 기생충은?
일반적으로 기생충이라 하면 요충, 회충, 개회충, 간흡충, 머릿니 등을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에 흔한 기생충으로 최근 다시 늘고 있는 종류이기도 하다.
요충은 유백색으로 사람이 유일한 숙주다. 요충의 성충은 맹장과 그 주변에 기생하고 밤에 잠을 자면 항문 주위로 나와 산란하는 특징이 있다. 주요 증상은 복통과 림프절의 염증, 항문 주변의 가려움증, 가려움증으로 인한 수면장애 등이다. 여자아이의 경우 요충이 질과 나팔관에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치료에는 구충제가 사용되지만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청결에 신경 써야 한다.
회충은 기생충 중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 중 하나다. 감염 경로는 인체→대변→채소류→인체로, 복통과 설사 등의 위장 증상을 주로 초래한다. 또 감각 이상, 경련 등의 신경 증세를 나타내는 것 외에 폐렴, 충수염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생하는 숙주의 이름에 따라 돼지회충, 개회충 등으로 구분한다. 회충이 있는지 여부는 대변검사를 통해 간단히 알 수 있고, 치료에는 구충제가 주로 사용된다.
개회충은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높은 기생충이다. 애완견과 입을 맞추거나 먹을 것을 주는 과정에서 개회충의 알이 옮을 수 있다. 처음에는 자각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올챙이처럼 배가 볼록해지고 행동이 느려지면서 구토와 고열이 난다. 또 사람의 회충과는 달라서 배변을 통해 나가지 않고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폐․간 질환을 일으키며 실명까지 이르게 하기도 한다. 개회충은 적당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흡충은 간디스토마라고도 하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감염률이 높은 기생충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민물고기를 통해 감염된 뒤, 간 속 담관에 기생한다. 간흡충에 감염되면 소화불량, 허약, 상복부 불쾌감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담관암과 담관염 같은 합병증이 발병하기도 한다. 일반 구충제로는 치료가 어렵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머릿니는 사람의 머리카락에 기생하며 피를 먹고 사는 기생충의 일종이지만 질병을 전파하지는 않는다. 다만 심하게 물린 자리는 가려움으로 자주 긁어 피부 손상에 의한 2차 감염이 생길 수 있다. 머릿니 치료는 흔히 약국에서 치료약을 구입해 반복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까지 국내에서 별도의 치료제나 연구 결과가 없는 상태여서 주의해야 한다. 김우경 전문의는 “모든 머릿니 약의 주성분은 살충제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살충제를 반복해 사용할 경우 아이에게 경련, 주의 집중력 약화, 학습장애, 신경 계통 장애 같은 심각한 약 독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손이나 빗으로 직접 머릿니를 제거해주는 것이 머릿니 퇴치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또 긴 머리라면 짧게 자르고 감염자가 사용하던 빗이나 모자, 머리띠, 침구류 등은 항균액에 담가 소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쉽게 감염되는 요충
아이들은 먹는 것이 어른과 달라서 기생충에 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아이에게도 기생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가장 감염되기 쉬운 기생충이 요충. 아이가 엉덩이나 항문 주위를 자주 긁는다거나 자면서 이유 없이 칭얼거리다가 변에 섞여 나온 하얀 실처럼 생긴 요충을 발견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통 어미 요충은 한밤중에 항문이나 그 주위의 피부에서 알을 까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항문 주위에 투명한 접착테이프를 붙였다가 바로 뗀 후 그 접착테이프에 요충이나 알이 붙은 것을 보고 진단할 수 있다.
요충은 아이들이 항문 주위를 긁으면 손톱 밑으로 들어가서 손톱을 통해 다시 아이 입으로 전염되기 때문에 재발률도 높다. 요충이 항문이나 그 주위 피부, 외부 생식기나 그 주위에서 기어 다닐 때는 피부가 근질근질 몹시 가렵고, 그로 인해 긁게 되면서 잠을 잘 수 없기도 한다. 감염 경로는 요충의 알이 아이의 옷과 이불 등의 물건에 붙어 있다가 걸리는 것이 보통. 특히 아이가 놀이방, 어린이집에 가면서 감염률이 높아진다. 또 이식증에 걸린 아이일수록 감염될 확률이 높다. 김우경 전문의는 “이식증은 아이가 먹지 않아야 하는 물건들, 예를 들면 흙, 모래, 머리카락, 애완동물의 배설물, 작은 장난감, 벌레, 연필 등을 지속적으로 먹는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 보통 2~3세의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아이가 손에 잡히는 물건은 무엇이든지 입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요충의 알이 붙은 물건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죠”라고 설명한다. 호기심에 기인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아이가 이런 증상을 1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보일 경우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요충에 감염되었을 때는 아이가 항문이 가려워 긁는 과정에서 손톱에 알이 숨지 못하도록 아이의 손톱을 짧게 깎아주어야 한다. 또 손가락을 빨지 못하게 하는 등 개인위생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아이가 사용하는 베개, 이불 등의 침구는 삶거나 말려 소독하는 한편, 항문 주위를 물휴지로 두드리듯 닦아 습진을 예방한다. 가려움을 심하게 느낄 때는 좌욕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요충은 구충제를 먹는 것으로 쉽게 없앨 수 있는데, 구충제를 먹이면서 동시에 아이의 옷과 침구를 빨고 잘 말려줘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기생충 종류에 따라 약 복용법도 달라
구충제는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기생충이 없더라도 예방적인 차원에서 기생충 약을 먹이는 것이 좋다. 김우경 전문의는 “1년에 2번 정도 복용하는 것이 좋고, 먹을 때는 온 가족이 함께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구충제 한 알로 모든 기생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구충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함으로써 상당수 기생충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한다.
구충제를 복용할 때는 어떤 기생충인지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복용해야 하므로 먼저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회충은 시중에 나와 있는 구충제를 구입해 설명서에 따라 봄가을 1회씩 복용하면 되지만 요충은 치료를 달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요충은 재발이 잦아 봄가을에 1회씩 복용하면 치료가 되지 않는다. 1년 중 시기를 임의로 정해 1회 복용 후 2주쯤 뒤에 1회 더 복용해야 완전히 없앨 수 있다. 이때 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복용해야 효과적이다. 기생충은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변기를 사용하고, 같은 이불을 사용하는 한집에 동거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옮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충제는 두 돌 이후부터 복용이 가능하다. 두 돌 이전의 아이는 신경계 손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임의로 약국에서 구입한 구충제를 먹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대신 1년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기생충 검사를 받도록 한다. 약의 형태는 알약이 가장 흔하고 시럽으로 된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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