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취성과 리더십을 갖춘 나는야 외둥이
버릇없고 이기적인 아이로 인식되기 쉬운 외동아이. 그러나 외동아이라고 반드시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냐오냐하며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감싸고 키우는 탓에 이기적인 성향을 갖는 것뿐. 부모의 사랑과 적절한 관심으로 키운다면 외동아이도 충분히 사회성이 좋은 아이로 자랄 수 있다.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갈등이 생기면 상호작용을 통해 타협이나 양보를 하며 사회성 발달에 필요한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친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 분산되어 한 아이에게 과도한 애정을 쏟는 경우가 별로 없다. 반면 아이를 한 명만 키우는 부모는 ‘지나친 관심’으로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경우가 생긴다. 아이가 해야 할 것을 대신해주거나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것이 사랑을 쏟는 방법이라 생각하지만, 이로 인해 자기만 생각하고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 그러므로 외동아이의 사회성 결여 문제는 단순히 형제자매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 방식의 문제라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과잉보호만 없다면
진취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어
외동아이에게 보이는 대부분의 문제점은 과잉보호로 인해 생겨난다. 이로 인해 이기적인 성향, 의존성, 외로움을 느끼는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며, 조숙증이나 마마보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외동아이들은 몇 가지 단점이 부각되어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데, 부모가 양육 방법 몇 가지만 주의한다면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 부모가 현명한 양육법으로 키우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면 외동아이들이 여러 형제와 자란 아이들에 비해 대체로 진취적이며 리더십이 높고 지능과 언어 발달도 빠르다고 한다.
한국아동발달센터 이정근 소장은 “외동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 옆에서 모든 것을 해주거나 과잉보호를 할 우려가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도록 하여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잘 못하더라도 시간을 충분히 주고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키워주세요”라고 말한다.
주목! 외동아이 키우는 부모에게 알림
- 과잉보호를 하지 않는다
외동아이 부모들은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하나’ 하며 전전긍긍하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금만 위험한 곳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하고, 무조건 감싸기만 하면서 과잉보호를 하면 아이는 의존적으로 되기 쉽다. 이정근 소장은 “부모가 무슨 일이든 대신해주는 것은 금물입니다. 물론 아주 어린 아기라면 부모가 많은 것을 해줘야 하지만, 3세 이상부터는 물을 마시거나 자신의 물건을 가져오는 정도의 작은 일부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죠. 특히 아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가 자주 먹는 음식을 아이의 손에 닿는 곳에 두어 스스로 챙겨 먹도록 하고 양말을 신을 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혼자서 하도록 합니다. 이때 아이가 실수를 하거나 잘하지 못하더라도 야단치거나 대신해주지 않고 지켜봐줘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아이가 자신의 힘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해내면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만족감과 자신감까지 얻을 수 있다.
-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준다
때로는 아이와 친구처럼 놀아주거나 형이나 동생처럼 대해주도록 한다. 친구 같은 부모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이해해주는 부모를 말한다. 아이가 화가 나서 속상해할 때, 부모는 ‘별것도 아닌데, 얘는 왜 이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이때 아이는 ‘왜 내 이야기를 안 들어주는가’ ‘엄마는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억울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때 ‘내가 아이라면 이 상황에서 마음이 어떨까’라고 아이의 입장과 수준에서 이해해주고,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에게 현명하고 올바르게 잘 정리해서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그래 힘들었겠구나” 하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면 아이는 다른 이들의 마음이나 입장을 알아주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사회성 발달에 효과적이다.
또 외동아이가 형제 관계에서 익히고 배우는 것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형제자매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형제 관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동등한 권리 주장, 요구, 분배 등의 수평 관계를 경험하도록 도와준다. 맛있는 간식을 아이가 혼자서 먹으려고 하면 “엄마도 그 간식 먹고 싶은데, 나랑 나눠먹자”며 요구하고 양보하며 타협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또래 친구와의 관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아이가 혼자 자라는 탓에 외로움을 느끼거나 다양한 관계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친척이나 이웃의 친구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웃에 있는 아이들이나 친척 오빠, 형을 자주 만나게 해주면 아이에게 형제자매가 있는 효과를 대신할 수 있다. 3~4세 이상부터는 또래 친구들이 많은 놀이학교에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모가 아무리 친구같이 이야기를 하며 상호작용을 해준다 해도 또래 친구들이 해줄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고 생활하면서 양보하고 타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아이를 한 명만 키우다보면 부모의 관심과 기대가 커지기 마련이다. 가장 좋은 것만 주려고 하다 보니 소위 ‘귀족병’이나 ‘육아 흥분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듯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은 아이에게 기대가 큰 원인도 있지만, 부모 자신이 최고라는 것을 아이를 통해 보여주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심리도 크다.
이정근 소장은 “외동아이를 기르는 부모 중에는 하나이기 때문에 뭐든지 잘하고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너무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잔소리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아이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불안감과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엄마가 기대치를 정해두고 거기에 도달하길 바라기보다 아이가 잘한 것은 칭찬하고 못한 것은 바로잡아주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 없이 격려와 칭찬을 충분히 받으면서 큰 외동아이는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게 된다. 이는 부모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넘치는 자신감을 가지는 반면, 기대에 대한 부담이 없어 자신의 능력에 대한 한계를 느끼지 않아 진취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부모의 일정한 규칙과 규율을 따르면서 자유를 누리며 자랐기 때문에 사회의 규율을 따르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 물질적인 보상은 절제하자
하나뿐인 아이를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것은 결코 아이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물질적인 욕심을 절제하지 못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모두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 적절한 좌절의 경험이 있어야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이라도 다 가질 수 없으며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양보해야 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준다
버릇없는 아이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적절한 규칙에 대한 규제는 필수인데, 특히 공공장소나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기본적인 예절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아이 수준에 맞는 적절한 예절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엄마가 직접 말해주고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인사를 하는지 엄마가 직접 보여주고 아이가 따라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놀 때 양보나 배려,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엄마가 먼저 가정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시키고 훈련해야 한다. 만약 게임을 한다면 여러 명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차례를 지켜야 하며, 상대방이 할 때는 기다리는 등의 기본적인 예절을 알려주어 왜 기다리고 양보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도록 연습해야 한다. 엄마가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그냥 둔다면 아이는 유치원에 가서도 똑같이 행동한다.
이정근 소장은 “예의 바른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배려하고 존중해주면, 아이는 인격체로 존중받은 경험을 토대로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됩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갖춰진 후에 어떻게 인사하고 배려해야 하는지 등의 예의범절을 가르치면 그것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 나누는 법을 가르쳐주자
외동아이는 많은 것이 아이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나줘주거나 양보하는 것을 익히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음식을 먹을 때도 엄마, 아빠와 나눠 먹는 습관을 들이고, 친구들과 놀 때는 자신의 장난감을 다른 아이에게 빌려주는 등 나눔의 연습을 시킨다. 또 아이에게 작은 옷이나 쓰지 않는 물건을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나눠주도록 하여 다른 사람과 나누는 즐거움을 알도록 한다. 그리고 자신의 용돈을 조금씩 모아 불우 이웃을 돕게 하거나, 아이가 조금 더 자란 경우에는 함께 봉사 활동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 가족이 식사를 함께 한다
가족이 적을수록 하루에 식사 한 끼는 꼭 함께 한다. 대부분 가족들이 모두 모여 이야기할 기회가 적은데,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가족 간의 유대감을 높여 아이에게 소속감을 준다. 이때 아이에게 부모의 수저를 챙기거나 엄마, 아빠가 모두 모일 때까지 밥을 먹지 않고 기다리는 등의 식사 예절을 가르치면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효과적이다.
-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외동아이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애착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로움을 탄다는 것은 불안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랑샘터 김태훈 원장은 “형제가 없더라도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은 아이는 외로움을 잘 타지 않습니다. 부모와 애착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었다는 것은 안전성을 획득했다는 것으로, 아이는 혼자 있어도 ‘난 외롭지 않아. 좀 있으면 부모님이 나에게 올 거야’ ‘어려운 일이 생기면 부모님이 날 도와주고, 내 얘기도 잘 들어줄 거야’ 하는 믿음이 마음속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죠”라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나누는 것의 바탕도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부모에게 배려와 따스한 사랑을 받은 아이는 그것을 온몸으로 기억한다. 어린 시절 사랑받은 기억은 감정을 처리하는 중추인 해마에 저장되는데, 이는 온몸으로 기억되어서 인생 전반적으로 무의식중에 작용한다. 그래서 부모와 스킨십이 많고 사랑받는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사회성이 좋다. 김태훈 원장은 “배려해서 키운다는 것과 소위 ‘아이를 끼고 키운다’는 것은 다릅니다. 존중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조건 부모가 챙겨주기만 하는 것은 배려가 아닌 과잉보호일 뿐이죠. 그런 아이는 겉으로 보기에 부모에게 많이 받고 자란 것 같지만, 다른 사람에게 베풀거나 타인을 존중하는 능력은 가지지 못합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하게 해주며 하나의 존재로 인정해주는 것이 아이를 존중해서 키우는 것으로 존중받은 아이는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TIP. 맞벌이 부부, 외동아이 키우기
- 기준을 가지고 선물을 준다
아이에게 선물을 줄 때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엄마가 늦게 들어와 미안해서’ ‘혼자 하루 종일 잘 놀아서’라는 이유로 선물을 준다면 아이는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착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유 없이 선물을 자주 받은 아이는 이기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어 배려심이나 이해심이 없다. 선물이나 보상은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청소를 깨끗이 한 것 등 아이의 노력에 따른 보상으로 해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사주지 않아 원하는 것은 모두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좌절의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
- 퇴근 후 저녁 시간 집중해서 대화를 한다
낮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하는 맞벌이 부모는 퇴근 후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하루 종일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놀았는지 귀 기울여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준다. 만약 아이가 친구와 싸웠다거나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 이유를 들어준다.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화를 통해 해결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