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둥이vs다둥이, 여러분의 아이는 지금 행복한가요?

조회 3197 | 2014-05-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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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둥이 vs 다둥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의 아이(들)는 지금 행복한가요?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빠지지 않는 질문이 바로 “자녀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이다. 물론 모두가 “하나요” “둘은 낳아야죠” “저는 외롭게 자라서 셋은 낳고 싶어요” “아이들이 서로 든든하게 의지하려면 다섯이나 여섯은 돼야죠” 등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자녀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이렇게 세운 자녀 계획이 시간이 갈수록 다섯은 셋이 되고 다시 둘이 되었다가 금세 하나가 되기 마련이다. 양육비가 만만치 않고 양육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자녀 갖기를 늦추거나 외둥이로 만족하는 것이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처럼 외둥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며 기르는 것이 형제자매가 아옹다옹 싸우며 크는 것보다 낫다고 믿는 부모들이 있다. 반면에 형제자매는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며 다둥이를 낳아 기르는 가정도 있다. 저 먹을 것은 타고 난다는 옛말처럼 다둥이 가정은 형제자매가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이 곧 교육이요, 행복이라고 믿는다.
 

3040 낀 세대에게는 외둥이가 딱이야

2007년 통계청이 발표한 출생 통계에 따르면 총 출생자 중 첫째 아이의 비중이 2000년 47.2%에서 2007년 53.5%로 증가했다. 외둥이의 비중이 해마다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각 가정에서 외둥이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죠. 하나이기 때문에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다는 점이 외둥이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공교육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교육 환경에서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사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데요.”

초등학교 1학년인 한울이의 엄마, 김숙자(41세) 씨는 외둥이에 대한 장점으로 경제적인 부분을 가장 먼저 꼽았다. 부모 입장에서만 본다면 외둥이를 기른다는 것은 장점만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외둥이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어요. 노후를 아이에게 의탁할 생각이 없는 저희 부부로서는 원하는 만큼 교육시킬 수 있고 경제적인 부담이나 아이를 기르는 데 투자해야 할 시간이 둘, 셋보다는 덜하다는 면에서 외둥이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많을수록 아이가 정말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이것저것 시켜볼 수도 있지요.”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이들은 3040 세대를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자녀에게 자신의 노후를 의탁할 수 없고 독립해야 하는 의무감을 갖고 있는 낀 세대라고 한다. 이 때문에 김숙자 씨는 낀 세대에게 적합한 자녀의 수는 외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야말로 자식한테 노후에 대한 기대가 없는 첫 번째 세대잖아요. 그래서 하나만 낳아서 제 앞가림이나 잘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드는 거지요. 물론 외둥이라서 어려운 점이 있겠지요. 저희 아이 같은 경우에는 외로움이 가장 커요. 휴일이나 방학이면 아침마다 친구들을 찾거나 친척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그리워하는 거지요. 부모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외둥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외롭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인슈타인, 존 레논, 레오나르도 다빈치, 간디’ 모두 외둥이
외둥이에 대한 연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브라질의 한 연구팀에서는 동전을 삼켜서 응급실에 실려 온 아이들 가운데 외둥이가 더 많은가에 대한 사례를 찾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외동딸이 고등학교 시기에 섭식장애를 더 많이 보이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스라엘의 한 학자는 외둥이가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보다 천식 발병률이 더 높은지를 연구했다. 영국에서는 외둥이가, 사마귀가 덜 나는지를 연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연구의 결과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에 열거한 주제들과 외둥이의 상관관계는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1898년 아동심리학자 G. 스탠리 홀이 ‘외둥이는 그 자체로 질병이다’라고 주장한 이래 외둥이에 대한 연구는 쉬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외둥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이면에는 ‘외둥이는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숨어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아동 전문가들은 외둥이에 대한 장점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유아교육 전문가이자 심리학자인 다고 아키라는 <외둥아들 이렇게 키워라>에서 외둥이의 장점을 얘기한다. 곧 외둥이는 규칙을 잘 따르기 때문에 조직 생활에 능하고 신중함과 대담함을 동시에 갖추어 어디에서든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모의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자기를 표현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고 적극적인 성향을 보이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많은 대화를 하다보니 언어 능력과 인지 능력이 뛰어난 것도 외둥이의 장점이다. 이것은 교육을 받거나 사회생활을 할 때 폭넓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외둥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립심과 독립심이 강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부모의 보살핌 속에 응석받이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형제자매 없이 또래 집단 속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지켜야 하는 외둥이에게 자립과 독립은 필요조건인 셈이다.

천재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아인슈타인은 외둥이로 자랐다. 비틀스를 있게 한 존 레논도 외둥이다. 인도의 혁명가로 알려진 간디 또한 외둥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인물들이 외둥이라는 것은 외둥이가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로 인해 정서적인 안정은 물론 창의력까지 발휘할 수 있음이 아닐까.



Tip 외둥이의 경쟁력
①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적극적인 성향을 만들어요.
② 어른들과의 잦은 대화로 또래보다 뛰어난 언어 능력과 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③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울 수 있어요.
④ 부모의 적극적인 지지로 정서적인 안정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어요. 



 
경쟁도 협력도 가정에서 먼저 배우는 다둥이

형제자매가 함께 뒹굴며 자라는 다둥이는 어떨까? 다둥이는 가정에서 경쟁과 협력, 나누는 즐거움 등을 먼저 배운다. 고만고만한 또래 형제들 사이에서 제 것을 지켜야 하고 나름의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승부욕을 느끼기도 한다. 나아가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책임과 의무를 자연스레 체득하기도 한다. 다둥이를 둔 가정에서는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가르치기 때문에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들 한다. 류(7세), 류원(5세), 류민(3세)이의 엄마인 손미연(34세) 씨는 세 아이를 키우는 것이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류민이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셋째까지 낳을 생각은 없었어요. 아이 셋을 키울 자신이 없어서 나쁜 생각까지 했었죠. 남편과 친정어머니께서 하늘이 준 인연을 끊으려 한다고 어찌나 말리시던지 할 수 없이 셋째를 낳았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말려준 남편과 친정어머니께 정말 감사해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서로 감싸고 노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다니까요.”

30대 중반에 아이 셋을 기르려니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손미연 씨는 손사래를 쳤다. 아이들끼리 놀면서 소꿉장난도 하고 글자를 가르쳐주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엄마가 하나하나 봐주지 않아도 알아서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둥이를 기르는 엄마보다 시간이 더 여유롭다고 한다.

“같은 동네에 사는 외둥이 엄마들은 아이가 밥달라, 놀아달라, 책 읽어달라, 친구 집에 놀러 가자는 등 하루 종일 엄마 곁을 빙빙 맴돌며 치근댄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들끼리 차 한잔하고 싶어도 외둥이 엄마는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데 저희 집은 아이들끼리 잘 놀아서 오히려 저만의 시간을 낼 수 있어요.”

두 살 터울이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싸움이 일어날 법한데도 오빠는 오빠대로 동생들을 잘 돌보고, 동생들은 그런 오빠 말을 잘 따르며 끼리끼리 잘 논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제 일곱 살인 큰아이한테 한창 응석 피우고 귀염을 받을 시절을 너무 일찍 빼앗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한창 어리광을 피울 시기에 동생을 둘이나 봤으니 너무 일찍 오빠가 되게 해서 안쓰럽기도 해요. 하지만 밖에 나가서 놀 때 동생들을 챙기며 오빠 노릇을 하는 걸 보면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벌써부터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까운 한편 마음이 놓이기도 하니 이게 부모 마음인가봐요.”

다둥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현실적인 고민은 없을까? 미연 씨는 교육비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입히는 것이야 얻어 입히기도 하고 형제자매 간에 물려 입는다고 해도 당장 아이 셋을 교육시키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공교육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잖아요. 유치원이며 영어, 피아노, 운동 등 누구나 다 하는 것들만 시키려고 해도 저희 집은 셋이나 되니 외둥이를 키우는 가정보다 세 배가 들어가는 거잖아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있다지만 지역마다 다르고 지원 수준이 생각보다 적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아 걱정이 큽니다.”

미연 씨는 세 아이가 사랑스럽지만 아이를 더 낳을 수 없는 이유가 사교육비와 높은 물가 때문이라고 했다.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 형제자매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남들보다 못한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더 낳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Tip 다둥이의 경쟁력
① 형제자매들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저절로 형제애가 싹터요.
② 또래 형제와 부딪치다보니 또래 집단의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어요.
③ 민첩하고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어요.
④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요.



외둥이어서 또는 다둥이어서 행복한 아이

외둥이든 다둥이든 나름의 고충은 있다. 외둥이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이 창의적인 힘이 될 수 있지만 의지가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에 반해 다둥이는 형제자매들과 부모의 사랑을 나누다보니 외롭기도 하지만 세상 어디에 갖다놔도 제 몫을 해내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조교수이자 임상심리 전문가인 조선미 교수는 외둥이가 형제가 있는 아이보다 문제가 있다는 근거는 확실하게 확인된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다만 임상적인 경험이나 지식에 비추어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은 있다고 한다.

“외둥이를 키우는 부모는 한 아이를 키운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자연스럽지 않은 양육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많습니다. 아이에 대한 과잉보호나 과도한 배려심이 오히려 아이의 활동 반경이나 경험의 폭을 좁게 하는 거죠.”

부모가 외둥이라는 콩깍지만 벗겨낸다면 가족 내에서 든든한 지지를 받아 학업이나 다른 분야에서 성취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로는 또래와 부딪치는 시간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어른들과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또래와 부딪쳤을 때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갈등이 생겼을 때 어른들과는 말을 통해 자기표현을 하면 대부분의 갈등이 해결됩니다. 하지만 또래들과는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기도 하죠. 또 무조건 고집만 피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외둥이는 생각지 못한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축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반면에 형제자매가 다투며 생활하는 다둥이는 이러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나름의 해결 방법들을 저절로 알아가는 장점이 있다. 맏이는 맏이대로, 막내는 막내대로 나름의 위계질서 속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고만고만한 또래 형제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는 혼자 크는 외둥이 가정보다 많고 다양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다둥이 가정의 아이가 좀 더 민첩하고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해 눈치가 빠르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반면에 혼자 크는 외둥이는 그렇게까지 눈치 볼 상황이 없기 때문에 원칙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원칙적인 사람과 눈치 빠른 사람의 장단점이야 누구나 알겠지만 여러 사람이 경쟁하는 분위기에서 아무래도 원칙적인 사람이 당하는 불이익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면에서도 경험을 통하기보다는 이론적인 학습으로 배웠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대에 대한 교감이나 민감성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조선미 교수의 의견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근거나 100% 확실한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보자면 외둥이나 다둥이나 삶을 좌우하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조선미 교수의 의견이다.

“외둥이로 자라든 다둥이로 자라든 삶의 질을 좌우할 만큼 큰 차이를 발견할 수는 없습니다. 임상적인 경험으로 보아 이런 부분에서 약간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정도일 뿐, 그 때문에 인생을 바꾸거나 삶의 지표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종합하면 외둥이와 다둥이는 소소한 차이가 날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큰 차이는 아니라는 겁니다.”

하나만 낳아서 저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게 해주자는 외둥이 부모의 주장도 맞다. 나중에 자라고 보면 형제만 한 재산도 없으니 늦기 전에 형제자매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다둥이 부모의 의견도 일리는 있다. 분명한 것은 형제자매의 수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감을 느끼는가이다. 외둥이든 다둥이든 우리가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은 ‘지금 나의 아이(들)는 행복한가?’ 하는 것이다. 외둥이 또는 다둥이이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닌 외둥이든 다둥이든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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