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슬복슬 강아지, 우리 아이에게 친구일까? 적일까?

조회 3521 | 2014-05-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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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아이
복슬복슬 강아지, 우리 아이에게 친구일까? 적일까?

품 안에 쏙 들어오는 복슬복슬한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것은 많은 아이의 소망이다. 하지만 부모는 대소변 치우기 귀찮고, 이불, 소파 등에 동물의 털이 붙는 것도 끔찍하며, 무엇보다 아이 건강에 해를 끼칠까 염려되어 일언지하에 거절하곤 한다. 반면 아이 정서 함양에 좋고 특히 혼자 크는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는 이유로 선호하는 가정도 있다. 반려동물은 우리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섯 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지연(38) 씨는 물고기, 강아지, 고양이 등 집 안이 온통 동물 농장이다. 혼자 자라는 외동아들이 외로울까 봐 키우기 시작했던 강아지가 발단이었다.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얼마 후 아이가 고집을 부려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고, 물고기는 옆집 친구가 새끼를 낳았다고 줘서 덤으로 키우고 있다. 처음에는 아들을 달래보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이내 아들의 성화에 승낙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연 씨는 “세 식구만 살다가 강아지와 고양이까지 있으니 정신이 없더라고요. 처음에는 아이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동물까지 어떻게 키울까 하는 생각에 화가 났는데 지금은 정이 들었는지 정말 예쁘고 귀여워요. 이제는 아이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엄마, 아빠 대신 강아지와 고양이가 잘 지냈는지 먼저 확인까지 할 정도라니까요. 이제 한가족이나 다름없어요”라고 말한다.
 

애완동물 아닌 반려동물이에요.
지연 씨의 경우처럼 반려동물과 한가족처럼 지내는 가정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동물을 단순한 장난감으로 받아들여 애완동물이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해 함께 사는 동물이라는 반려동물로 일컫고 있다. 키워보고 싶은 마음에 무심코 선택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 그만큼 정성을 들여 키워야 할 반려동물,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얼마 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설문 조사에서 30% 이상이 반려동물이라고 답했다는 보고가 있다. 동물을 키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로 인해 행복감을 맛볼 수 있는 하나의 존재, 즉 반려동물로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정서가 풍부해지고 사랑하는 마음도 커져 아이들의 사회성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있다. 맞벌이 부부 자녀에게 2년간 반려동물을 키우게 한 뒤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성적인 아이의 성격이 활발하게 바뀌고 사회성이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보리스 레빈슨은 반려동물이 아동에게 인지 발달과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아이는 반려동물로 인해 스트레스가 완화되며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줄 대상이 생겨 운동과 놀이를 할 기회가 많아지고 친구 같은 느낌으로 외로움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인 상호작용의 증가, 책임감 증가, 자존감과 자신감 고취,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이타적 사고 등 아이가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다양한 감정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 가족에게 반려동물이 필요한 이유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반려동물이 폭력적이고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주인의 성향을 대변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주인의 무관심과 학대가 자칫 동물을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기를 때는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반려동물을 단순히 아이에게 살아 있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고 선물한다면 반려동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보다 생명을 경시하는 잘못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서 부모 또한 아이와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사랑하며 아이와 소통하는 도구로 잘 활용해야 훌륭한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가족에게 반려동물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것부터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서울호서전문학교 애완동물학부 정성곤 교수는 “문제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에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면 장난감 가지고 놀듯 아이는 금방 싫증을 내고 부모 또한 처치 곤란한 동물로 여겨 오히려 가족 분위기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반려동물을 집에 들일 때 아이와 충분히 상의하고 반려동물이 들어오면 일어날 다양한 상황을 잘 설명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맞이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반려동물이 알레르기 질환 감소에 도움이 되기도..
반려동물을 키울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건강과 위생에 관련된 문제다. 이로 인해 아이의 건강을 해치지 않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반려동물을 키우면 아이의 면역력이 향상되어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정성곤 교수는 “현대사회는 갖가지 질병과 이름 모를 바이러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균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균이나 병균이 자녀들에게 해가 될까 우려해 요즘 부모들은 필요 이상으로 위생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지요. 이 때문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이 위생상 괜찮을지 걱정을 하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아이가 선천적으로 개나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거나 심한 천식을 앓고 있다면 털을 가지고 있는 동물 자체가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물이 위생상 좋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을 갖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한편 반려동물이 아이들의 알레르기 질환을 감소시킨다는 색다른 학설도 있다. 미국 조지아 대학 연구팀이 10년간 수행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신생아가 출생 후 적어도 1년간 개나 고양이와 함께 지내면 6~7년 후 알레르기 발생 비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동물 털뿐 아니라 먼지, 진드기, 바퀴벌레, 곰팡이, 꽃가루, 잡풀가루, 오염 공기 등 각종 알레르기 질환이 감소되었다는 것이다.

그 까닭은 개나 고양이의 피부나 타액 속에 서식하는 균 속에 내독소(endotoxin)가 있는데 이 독소는 개나 고양이가 어린아이와 접촉할 때 어린아이에게 감염된다. 이 독소가 알레르기 발생을 일으키는 임파구(Th-2)를 감소시키고 대신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임파구(Th-1)를 증가시켜 모든 종류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반려동물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위생적으로 기르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부모가 아이에게 동물과 접촉하고 난 뒤 항상 청결하게 손을 씻도록 교육시킨다면 동물과의 접촉만으로 질병에 걸릴 위험은 매우 낮다.


아이와 궁합이 맞는 반려동물을 선택하자
소극적인 아이, 산만한 아이 등 아이의 성향에 따라 궁합이 잘 맞는 반려동물이 있다. 따라서 어떤 동물을 키울 것인지 결정할 때 아이의 성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성곤 교수는 “활달한 성향의 아이는 모든 동물이 다 적합하지만 특별히 소극적인 아이의 경우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자주 접촉하고 다양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동물이 적합합니다. 소극적인 아이가 동물과 자주 접촉하면 책임을 지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점차 자신감을 찾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주로 흥미를 유발하고 관찰할 수 있는 열대어, 소형 조류, 애완 파충류 등 이색적이면서도 다양한 행동 패턴으로 흥미를 자주 유발할 수 있는 반려동물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반려동물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어 사전에 꼼꼼히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보통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스터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 움직임을 관찰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햄스터는 기르기는 편하지만 번식력이 왕성해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나중에는 관리가 어렵다. 반면 번식력이 약한 사슴 햄스터는 낮에 활동하지만 동작이 빨라 아이들이 놓치는 일이 많다.

강아지는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종류가 많기 때문에 포멜러니언이나 미니핀은 피하는 것이 좋고 온순하고 애교 많은 시추가 좋다. 미니 토끼는 귀엽지만 손을 타면 쉽게 죽을 수 있으므로 아이들 품 안에서 오랜 시간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일반 토끼보다 작기 때문에 만지다가 떨어뜨리면 죽을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 밖에 곤충류도 많이 키우는 반려동물 중 하나다.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는 털도 없고 생김새도 귀여워 자연 관찰하기에도 적합하다. 파충류로는 카멜레온, 레오파드게코, 그린에놀 등을 기르는데 카멜레온은 아이들이 키우기에는 손이 많이 가고 힘들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레오파드게코는 색이 알록달록해 귀엽지만 온도 조절이 필요하다. 특히 겨울에는 전기방석이나 열선으로 온도 조절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동물도 사람과 같아서 싫어하는 행동은 ‘NO’  
반려동물은 돌발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키울 때 눈여겨봐야 할 행동이 있다. 일단 동물과 사람의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동물도 주인이 자신을 학대하면 슬픈 감정을 느끼며 반항할 수도 있다는 걸 인지시키고 만약의 경우 동물이 아이를 물거나 할퀴어 아이가 놀라거나 당황하면 충분히 대화를 통해 그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놀라서 아이만을 감싸고 반려동물을 치워 버린다면 아이는 그 반려동물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생길 수 있다.

개에 공포를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이 어렸을 때 개에 물린 경험이 있어 그에 대한 트라우마로 공포심을 갖게 된 경우가 많다. 물론 자신이 기르던 동물에게 물린다는 건 아이에게 굉장한 충격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동물이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아이가 동물에게 어떤 행동을 해서 공격할 수밖에 없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면 대부분 아이는 반려동물에게 미안한 감정을 지니며 동물에게 해선 안 되는 행동들을 인지하게 된다.

정성곤 교수는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나 고양이는 주인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다만 발정기나 출산 시기의 불안정한 상황일 경우, 뼈가 가늘고 관절이 약한 소형견을 잘못 들어 올리거나 꼬리를 갑자기 잡아당기면 고통을 느끼고 놀라서 갑자기 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놀라게 하는 행동들만 조심하면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이 맹수로 돌변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같은 종 내에서도 개체의 특성상 그런 경우도 간혹 있지만 반려동물 역시 어린아이와 똑같습니다. 꾸준한 학습으로 해야 되는 행동과 해선 안 되는 행동들을 반복해야 불의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한다.

다치거나 아파도 끝까지 책임지고 길러야 
반려동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 경제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순간의 감정으로 키우겠다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10년 전후의 수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프거나 다칠 수도 있고 심지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정성곤 교수는 “반려동물을 기르기로 결심했다면 동물이 아파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누가 책임지고 기를 것인지 등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뒤 집 근처에 반려동물을 진료할 수 있는 동물병원이 있는지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동물의 건강 체크를 한다면 무리 없이 잘 기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부모는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환경 등을 공부하고 숙지해야 한다. 자신의 스케줄이 아니라 동물이 요구하는 식사량, 식사 시간 등을 잘 챙겨줄 수 있는지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입해 같은 종류의 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기를 때는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단순히 동물이 있으면 아이에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면 나중에 서로 책임을 피하게 되고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Tip 반려동물에 따른 질병
고양이의 대변에 있는 톡소플라즈마 기생충은 사람에게 전염되면 임파선이나 목 부위가 부을 수 있고 가장 흔한 파상풍균은 동물의 대변에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아이가 고양이를 쓰다듬고 그 손으로 눈을 비비면 고양이의 침이나 털에 있는 세균이 몸에 들어오는 묘조병에 감염될 수도 있다.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아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강아지는 광견병에 유의해야 하는데 개나 고양이에게 물렸을 때는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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