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부모의 육아 조급증

조회 2428 | 2014-06-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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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조금은 여유 있게 키우세요
‘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부모 중에는 실제로 육아 조급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아이보다 늦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하는 부모의 조급한 마음에 아이의 몸과 마음은 힘들어진다. 아이는 저마다 성장 속도가 있고 이에 맞춰 양육이 이뤄질 때 비로소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친다. 결과적으로 육아 조급증은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하는 말 중에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빨리 밥 먹어야지” “빨리 준비해라” “빨리 가야지” 아마 “사랑해”라는 말보다 더 많이 쓰이는 말이 ‘빨리’라는 단어일 것이다. 무심코 쓰는 이 말은 부모가 원하는 기준이나 속도에 아이가 따라오지 못하면 아이를 다그치거나 위협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어떤 경우에 아이에게 ‘빨리’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할까?

설문조사 결과 ‘밥 먹을 때’ ‘옷 입을 때’ ‘외출할 때’ ‘수시로, 항상’ 같은 답이 가장 많이 나왔는데, 특히 아침 시간에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잘 안 쓴다는 엄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주 쓴다고 말한다.
‘빨리’라는 말을 많이 하는 부모 중에는 실제로 육아 조급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이정화 소장은 “육아 조급증이란 아이의 발달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부모의 기준에 맞춰 아이를 무리하게 교육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이의 발달 수준과 상관없는 자극이나 교육을 주입하는 것은 필요한 발달 과정을 성취할 수 없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속도에 맞는 육아가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빨리빨리’에 아이는 불안감과 무기력함을 느낀다

아이는 자신의 능력의 25%만 가지고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외부의 환경에 적응해나가며 발달한다. 이때 아이의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하기 힘든 과제나 행동을 요구받으면 불안감을 느낀다. 이러한 불안감과 긴장으로 위축되고 경직된 아이는 모든 일에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거나 반항적인 형태로 자기 모습을 표출한다. 그중에는 부모가 원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키는 모든 것을 수용하기도 한다.
이정화 소장은 “육아 조급증을 가진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는 부모의 지시가 없으면 무언가를 스스로 하기 어렵습니다. 전반적인 생활에 주도성이 사라져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학습된 무기력이 나타나죠. 자기 목표는 상실하고 주도성은 사라져 자신의 의지나 성취동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조건 요구되는 학습만을 하려 하는데,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또 어떤 한 영역에서 놀라울 정도의 발달을 보이는 반면, 어떤 부분에서는 발달이 확연히 떨어지는 불균형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아이는 주변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렇듯 육아 조급증을 가진 부모 아래 자란 아이는 주체 의식이 없이 의존적이며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마마보이나 마마걸이 되기 쉬운데, 새로운 시도나 스스로의 능력을 계발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성인으로 자라난다.

육아 조급증이 나타나기 쉬운 부모의 유형

능력이 중요시되는 경쟁 사회에 사는 부모에게는 조급증이 나타나기 쉽다. 하지만 ‘모두 아이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부모에게서 육아 조급증이 나타날까? 무의식중에 조급한 육아나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자.

아이를 작은 성인으로 본다_ 어린아이는 시간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지 않으며 과제에 대한 중요성도 잘 인식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부모 중에는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작은 약속이나 과제를 수행하지 않을 때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 이정화 소장은 “육아 조급증을 가진 부모는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기보다 어른인 자신의 기준으로 아이의 행동을 평가하려 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스스로를 독려하며 이끌어가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했는데, 부모는 어른에게 있는 특성을 요구하기도 하죠”라고 말한다.
자신의 성취 욕구를 아이에게 투사한다_ 부모 중에는 자신이 충분히 발달시키지 못했거나 성취하고 싶은 욕구를 아이에게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해서 육아 조급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에는 가족의 위치나 역할이 사회·경제적 위치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는데 ‘우리 아이는 이 정도로 잘한다’는 아이의 성과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아이의 성적이 좋으면 학부형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때문에 부모는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와 자신감을 위해 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하기도 한다.
아이를 통해 엄마의 능력을 보여주려고 한다_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인 분위기의 가정에서는 엄마가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정화 소장은 “특히 전업주부인 엄마는 아이가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아이의 성적이나 성취 결과에 집착해 좀 더 좋은 성과를 보여주려고 아이를 몰아붙이기도 하죠”라고 말한다.
육아 가치관이 확고하지 않은 경우_ 아이를 어떻게 키우겠다는 부모의 육아 가치관이 확고하지 않으면 사회적인 분위기에 휘둘리기 쉽다. 주변에서 조기교육을 하고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것을 보며, 자신도 똑같이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것이다. 육아에 대한 철학이 명확하게 서 있지 않으면 학습에 대한 시작 시점이 빨라지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춰 아이를 서둘러 교육시키려는 경향이 생긴다.

육아 조급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부모의 만족이나 기대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정화 소장은 “올바른 육아 방법은 아이의 감정과 속도를 고려하면서 그것에 맞춰 적절히 교육과 연관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이는 억지로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아이를 존중해주는 마음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는다_ 주변의 아이들을 보며 ‘왜 우리 아이는 저애만큼 못하지?’라고 비교를 하면 무의식중에 아이를 다른 아이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억지로 밀어붙일 수 있다. 아이마다 능력과 속도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내 아이를 관심 있게 바라보며 그에 맞는 육아와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정화 소장은 “어떤 수준으로 기르고 가르쳐야 할지는 아이가 답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는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려고 하죠. 아이가 머뭇거리거나 두려움을 가진다면 그것을 해낼 만한 발달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특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젖병을 빨리 떼려 하거나 대소변 가리기 등을 강요하는 것, 말을 배우는 속도가 늦다고 다그치는 것도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균적인 속도에서 지나치게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 주도적인 양육 패턴으로 바꾼다_ 아이의 욕구와 생각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도록 한다. 부모의 목적대로 유도하거나 기본적인 원칙을 강조하는 것을 없애고 모든 생활을 아이 주도형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성과보다 아이의 노력하는 과정과 태도에 초점을 맞춘 양육 패턴으로 바꾼다.
아이가 스스로 생활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_ 아이의 전체적인 욕구를 알아보고 스스로를 계획할 수 있는 정도에 대한 수준을 파악한다. 이정화 소장은 “아이가 스스로의 생활 계획을 세워본 경험이 없다면 부모가 옆에서 적절하게 도와주도록 합니다. 이때 아이에게 무조건 맡기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은 아이의 주도성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방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경우에도 아이는 불안감을 느끼므로 아이가 해야 할 일을 언제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 함께 의논해 결정합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수준에 맞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_ 아이의 능력이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막연히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를 음악가나 정치인 등으로 키우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는 부모들이 많다. 자신의 기대에 맞는 아이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강요하기도 한다. 아이는 모두 내 마음이나 기대와 같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부모의 목표치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아이의 성장 속도를 기다려주자. 아이에게 자기의 본능을 표출할 수 있는 경험을 다양하게 하도록 해주고, 스스로 선택할 있도록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도전하도록 한다_ 아이들은 작은 일을 해내며 주변 사람들의 신뢰감을 얻으면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한다. 기는 아이가 갑자기 뛸 수 없는 것처럼 아이는 단계에 맞는 과정을 거치며 점점 더 능력이 자란다. 꽃을 그리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라면 점이나 선 긋기부터 시도하도록 하는 것이 아이의 능력과 자신감을 기르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지시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의논한다_ 아이에게 ‘빨리빨리’ 하라고 말하는 것은 지시를 하는 것이다. 엄마가 지시를 해야 아이가 움직인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이에게 ‘다른 건 엄마가 다 해줄 테니 넌 공부만 하면 돼’라고 말하는 엄마 또한 아이에게 성적을 높일 것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지시하는 것을 줄이고, 아이의 의견이나 생각을 물어보며 함께 의논하도록 하자. 아이는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부모를 보며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 부모에 대한 존경심도 높아질 것이다.
자기 인생의 목표를 만든다_ 아이를 위해 자신이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엄마에게 육아 조급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위해 자신을 무조건 희생하는 엄마는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자기 인생의 비전을 설정해본 경험이 없거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아이나 남편에게 두는 것이다. 자신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버리고 가족의 성과에 자신의 가치를 투사하면서 아이에게 과도한 요구를 한다. 이정화 소장은 “엄마는 자식과 자신을 분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행복해지는 일에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일에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집중하다보면 아이가 가진 목표도 존중하는 마음이 생겨납니다”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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