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 ‘어덜키드’

조회 2156 | 2014-06-2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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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의 립스틱을 바르고 뾰족 구두를 신었던 기억, 모두들 있을 것이다. 어른 흉내 내는 아이들의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정상적인 발달 행동이다. 그러나 잘못된 모방 행동으로 인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충동적인 소비 성향을 지닌 아이로 자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어른들의 축소판, ‘어덜키드’ 문화 현상을 짚어봤다.

장난감은 뒷전, 하이힐 신는 아이들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키덜트’를 누르고 핫 트렌드로 떠오른 ‘어덜키드(Adultkid)’ 문화. ‘어덜키드(Adultkid)’는 ‘어덜트(Adult)’와 ‘키드(Kid)’의 합성어로 어른 옷을 축소한 듯한 의상을 입고 어른들의 전유물인 메이크업을 하고 하이힐을 신고 주얼리로 멋을 내는 등 어른을 흉내 내고 모방하는 아이들을 말한다.
연세 신경정신과의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원장은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으로 어른처럼 강한 힘과 권력,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심리적으로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해 부모의 말과 행동을 따라서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특히 아들은 아빠, 딸은 엄마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입니다”라고 말한다. 즉, 동성 어른 흉내 내기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
어덜키드 문화가 트렌드가 되면서 어덜키드를 대상으로 한 제품들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아이와 부모의 욕구 충족은 물론, 또 다른 구매를 부추기는 어덜키드 제품으로 의류, 화장품, 주얼리 등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어덜키드 문화가 사회 현상으로만 보기에 좀 지나친 부분도 적지 않다. 어른을 닮고 싶다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넘어서 성장을 저해하는 패션 요소와 충동적인 소비 성향으로 인해 각광받는 트렌드에서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전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덜키드’ 문화를 만드는 건 다름 아닌 부모
어린이의 문화를 즐기고 누려야 할 아이들이 어른들의 패션은 물론 행동, 말투까지 따라 한다고 무조건 어덜키드로 봐야 할까?
어덜키드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또래의 옷차림과 장난감 등에 대한 관심이 적거나 거부적인 태도를 보일 때, 또 어른 스타일의 옷을 못 입게 하는 부모의 지시와 요구를 거부할 때 어덜키드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때 아이를 어덜키드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부모다. 아이의 옷과 물품, 그 밖의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실질적 구매자가 부모이기 때문. 한두 명의 아이만 키우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쏟는 관심과 사랑은 남다르다. 내 아이가 입는 패션에 관심이 많고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부족함 없이 사주고 싶어 한다. 또 아이 의상과 신발, 각종 물품 구매에 지출되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맞춰 아이를 입히기도 한다.
이처럼 어덜키드 문화는 아이와 부모가 패션 트렌드를 공유하며 유대감을 쌓을 수 있고 서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좋은 영향은 사실 미미한 편이다
어덜키드 제품들이 신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활동에 불편을 주는 스키니 진, 미니스커트 등 어른 옷을 축소해놓은 듯한 아이 옷은 자유롭게 활동하기 힘들고 근력 발달과 신체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에게 하이힐 역시 발의 모양을 변형시키거나 넘어져서 다칠 가능성이 많고 무릎과 허리 관절에 문제를 일으켜서 아이의 성장과 발 건강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메이크업 제품은 화학 합성 물질에의 노출에 의한 피부 손상과 입을 통해 체내에 들어갈 경우 유해 물질 또는 중금속 축적이 우려된다. 값비싼 주얼리 착용 역시, 도난의 위험과 유괴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야기될 수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판단하는 혜안 필요해
어덜키드를 나쁘게만 단정 짓기보다는 또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다양한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지나칠 경우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심각할 수 있다.
손석한 원장은 “제가 소아정신과 전문의라서 그런지 걱정이 큽니다. 아이들이 인터넷이나 TV 등에 일찍 노출될수록 미디어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고, 청소년기에 일찍 흡연과 음주를 시작할수록 탐닉성과 의존성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어덜키드’ 문제 또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어릴 적부터 어른의 소비 성향을 그대로 따라 하고, 고가품 또는 명품을 선호하는 행동을 보이면, 추후 청소년이나 어른이 되어서도 이와 같은 행동 양식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저축하고 계획적인 소비를 하기보다 일단 사고 싶은 물건은 사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는 뜻입니다. 쇼핑 중독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행위 중독 중의 하나이므로 주의를 요합니다”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아이가 어덜키드 문화만 고집하고 심취해 있다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아이의 나이에 맞는 장난감이나 책을 주는 것이 좋고,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며 아이에게 놀이를 통해 만족과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아이는 부모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모 스스로 쇼핑을 자제하고 책 읽기와 운동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급한 마음에 한꺼번에 고치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개선해나가도록 한다.
부모의 욕심과 소망으로 내 아이에게 명품 브랜드와 값비싼 어른 축소형 옷 등을 입히는 것은 현재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기대하는 미래의 아이 모습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아이를 ‘작은 어른’이 아닌 ‘어린이’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부모가 모범적인 행동을 먼저 보이는 것이다. 아울러서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활동을 부모가 함께한다면 어덜키드 문화의 심취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동안은 아이와 함께 쇼핑하는 것을 피하고 제 나이에 맞는 장난감을 갖고 놀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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