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

조회 2759 | 2014-06-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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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말과 행동 점검하기
일관성 있는 편식 교육이 필요해요!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아이도 바뀐다는 말처럼 편식 교육 역시 아이만 고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먼저 아이 편식에 영향을 주었을지 모를 잘못된 말과 행동부터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편식 솔루션 마지막 파트는 우리 아이 편식 교육의 가장 기본이 되고, 지금까지의 실천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편식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다.

누구나 처음부터 편식을 하게 태어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왜 또래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만 유난히 더 편식을 할까? 편식하는 아이를 둔 부모는 답답하다. 무엇이든 골고루 먹여서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데 아이가 잘 따라주지 않으니 속상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알 수 없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늘 고민이다. 한국편식지도자협회 조효연 회장은 “편식하는 아이를 치료할 때 함께 이뤄지는 것이 바로 부모 교육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어린아이들의 경우 가정에서, 즉 부모에게서 받는 영향이 제일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전문가에게 편식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결국 실생활에서 적용되지 않으면 편식 습관을 고치는 데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우리 가정은 문제가 없다고 믿는 부모도 상담을 해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별생각 없이 하는 부모의 말 한마디가 편식의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 편식 치료에서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100% 부모 탓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편식 습관을 제대로 고치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부터 점검해봐야 할까?

편식 교육 성공하려면 긍정적인 언어 표현을 하라!
본인은 그냥 툭 내뱉고 지나치면 그만이지만 상대에겐 상처가 되고 겪어보기도 전에 선입견을 갖게 만드는 게 잘못된 말실수다. 특히 부모의 말투는 뭐든지 처음 접하고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아이의 올바른 인지를 방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편식에 영향을 주는 흔한 실수는 “에이, 징그러워” “질기고 맛없게 생겼어” “이상한 냄새나는 것 같아” “이런 걸 어떻게 먹어” 같은 식재료에 대한 부정적인 말투. 조효연 회장은 “실제로 아이들 10명씩 그룹을 만들어 시험을 해본 적이 있어요. 과자를 주면서 긍정적 말을 했을 때와 부정적 말을 했을 때의 반응을 살펴봤는데, 같은 것을 주었는데도 ‘울퉁불퉁 딱딱하고 맛없어 보여’ 하고 부정적 말을 한 그룹은 과자에 거부감을 느끼며 거의 먹지 않았고, ‘달콤하고 바삭바삭 맛있게 생겼네’ 하고 긍정적 말을 한 그룹은 거리낌 없이 과자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만약 가정에서 부모가 먹기도 전에 ‘시금치는 이빨에 껴서 싫다’고 한다거나 ‘당근은 너무 딱딱해’ 같은 부정적 말을 한다면 어느 순간 아이도 똑같은 말로 먹기 싫다는 의사 표현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예를 든다. 아이는 같은 것을 설명해도 호기심이 느껴지느냐, 거부감이 드느냐에 따라 먹고 안 먹고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 심리는 유명한 편식 그림책 로렌 차일드의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편식이 심한 여동생 롤라에게 오빠 찰리가 콩은 ‘초록방울’, 당근은 ‘오렌지뽕가지뽕’, 감자는 ‘구름보푸라기’ 등으로 흥미롭게 표현해 먹게 만드는 내용이 그것. 이렇게 긍정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들은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편식을 예방하는 방법이면서 편식 치료에 도움이 되는 언어 습관이다.

비교하는 말투, 부담 주는 말투는 버려라!
“동생은 이만큼 먹는데 너는 형이 되어서 이거밖에 못 먹니?”
“옆집 아이는 뭐든지 잘 먹는데 넌 왜 이렇게 편식을 하니?”
“네가 먹고 싶다고 해서 해준 거니까 다 먹어야 해.”
“그럴 거면 배고프단 소리를 하지 말지. 다 남게 생겼잖아.” 
같은 표현도 위와 같이 비교하거나 부담을 주는 말투면 아이는 더더욱 먹기 싫어진다. 아이는 먹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가도 기분에 따라 먹기 싫다고 말을 바꾸기도 하는데, 그 이유 중에는 다 먹어야 하는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그러면 다음엔 먹고 싶어도 아예 말을 못하는 것이다. 대화법을 바꾸면 아이에게 스스로 먹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어를 바꿔 말하는 것만으로도 받아들이기는 천지 차이. 동생보다 안 먹는 아이와 대화할 때 “○○는 형이면서 두부도 못 먹어?”라고 말하지 말고, “○○는 두 살이나 많으니까 두부도 더 잘 먹을 수 있을 거야”처럼 말하는 것이다. “실컷 먹고 싶다고 해서 해줬더니 그렇게 조금밖에 안 먹니? 네가 무조건 다 먹어”보다는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고 남으면 다음에 또 먹을까?”라고 말하면 아이는 남긴 것에 대한 부담감 대신 ‘지금 남겼지만 다음엔 다 먹어야지’처럼 수용적인 마인드가 생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아이에게 음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끔 해주는 말투도 도움이 된다. “○○야, 우리 오늘 콩나물무침이랑 시금치무침 중에 어떤 걸 먹을까?”하고 물으면 아이는 싫어하더라도 재미 삼아 고르게 되지만 “우리 오늘 시금치무침 먹을 거야” 하면 “시금치? 그거 내가 싫어하는 건데?”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식습관을 닮는다
편식하는 아이에게 “왜 안 먹느냐?”고 물으면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데” “우리 집에서는 이거 안 먹어요” “엄마도 안 먹어요” 같은 대답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편식하는 부모는 몸에 좋은 양파나 당근 등의 식재료를 내가 안 먹는다고 해서 식탁에서 치우거나 아이에게만 먹으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나는 안 먹어도 몸에 좋은 음식이니 내 아이만큼은 먹었으면 하고 욕심을 내는 것이다. 당연히 말을 들을 턱이 없다. 부모가 안 먹는데 아이는 왜 먹어야 하는지 당위성도 떨어지고 억울한 생각도 든다. 아이는 주로 부모의 식습관을 닮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가족 모두가 편식하지 않고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식사 예절 역시 가정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고 배운다. 조효연 회장은 “아이가 돌아다니면서 먹는 경우, ‘다 같이 앉아서 먹는 것이다’라는 교육이 제대로 안 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식사 시 가족이 다 같이 앉아서 먹는 분위기가 아니라거나 돌아다니는 아이에게 어떨 땐 그것을 허용하고 또 어떨 땐 안 된다고 비일관적인 지도를 했다거나 할 때 문제 행동이 반복됩니다. 이런 행동은 편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돌아다니면서 먹는 행동 자체가 음식에 별로 흥미가 없다는 거니까요. 부모가 처음부터 가족적인 식사 분위기와 식사를 할 땐 앉아서 다 같이 먹는 것이라는 원칙을 정해 가족이 모두 실천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그것을 습관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라고 조언한다. 부모도 평생 가져온 식습관을 아이 때문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알레르기가 있다든지 하는 어쩔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이럴 땐 부모가 먹지 못하는 이유와 아이가 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부모가 실제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줄 수 없다면 식재료를 활용한 놀이나 체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긍정적 태도를 많이 보여주면 좋다.

권위적인 부모와 허용적인 부모
결론부터 말하면 두 스타일 모두 편식 교육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위적인 부모는 무조건 자기 원칙과 스타일에 맞춰 “안 돼”라는 부정적 말을 많이 하므로 아이가 불신하거나 부정적이다. 허용적인 부모는 “그래그래” 하며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을 거의 다 허용하는 부모라서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써서라도 결국은 받아내려고 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것도, 허용적인 것도 편식 교육엔 치명적이다. 엄마가 저녁에 불고기와 된장찌개로 맛있게 저녁을 차렸는데 아이가 피자나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가 먹고 싶다며 저녁을 안 먹겠다고 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권위적인 부모는 “절대 안 돼” 하고 딱 잘라 말하고, 허용적인 부모는 “그래? 그럼 시켜줄게 그거라도 먹어” 하며 아이가 안쓰러워서 결국은 시켜준다. 이럴 땐 “피자가 먹고 싶었구나!” 하고 아이의 의견도 반영해주면서 “그런데 엄마가 이미 ○○ 주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차렸는데 어떡하지? 피자는 내일 먹을까?”라고 대안을 제시해준다. 이때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굶기라는 거냐”고 질문할 것이다. 대답은 “그렇다”다. 허용적인 엄마라면 아이가 끼니를 거르는 게 안타까워서 다시 시켜주겠지만 이는 잘못된 행동이다. 조효연 회장은 “아이와의 싸움에서 지면 편식이 생기고 고치기 힘들어집니다. 이미 엄마는 아이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아이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해요. 그래야 아이가 자기 고집대로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어요. 물론 아이가 이를 수용하면 부모가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일관성 있는 교육,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요!
육아에서 일관성을 떼놓고 얘기할 수 없듯이 편식 교육도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혼란을 주는 행동은 금물이다. 부모의 컨디션에 따라 좋을 땐 기분 좋게 오케이 하고, 안 좋을 땐 갑자기 화를 낸다거나 매를 들어 훈계하면 아이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괜한 눈치만 본다. 가끔 아이가 말을 하려다가 고민하는 행동을 보이면 한 번쯤 아이에게 변덕을 부렸다는 증거다. 아빠, 엄마가 함께 일관성 있게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엄마는 안 되는데 아빠는 된다면 편식 습관이 나아지기는커녕 꾀만 늘 수 있다. 간혹 아이가 관심을 끌기 위해 안 먹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억지로 토를 한다거나 물을 엎는다거나 식탁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많은 엄마들이 동생이 태어났을 때 아이가 이런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고 말하는데, 이럴 땐 혼내는 것도 관심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계속 반복되면 적당히 모르는 척 관심을 돌리는 게 현명하다. 무엇보다 애정이 있어야 아이도 마음을 열고 부모의 말을 잘 들어주기 때문에 편식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도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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