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떼쓰고, 뒤집어지고… 부모 일관성이 답
아이와 함께 시장이나 마트에 가는 것이 두렵다는 엄마들. 칭얼거리고 떼쓰는 아이와 함께 한판 ‘전쟁’을 치러야 하고, 아이를 시끄럽게 울려야만 집으로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을 안 볼 수도 없고, 아이를 떼어놓고 가기는 힘들고…. 부모와 아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아이와의 장보기 요령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는 마트에 가자마자 장난감 코너부터 가자고 졸라요. 갖고 싶은 장난감을 발견하면 사줄 때까지 손에서 놓질 않고 심지어 바닥에 드러누워 울기까지 해요. 다른 것에 관심을 유도하면 잊어버리고 놀다가도 금세 또 찾아 울고불고 해서 여간 당황스럽지가 않아요.”
건희(생후 17개월) 엄마 황선영(37세) 씨는 마트에서 떼쓰는 아들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집에 비슷한 장난감이 많아 안 된다고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생떼를 쓰는 아이와 함께 고래 힘줄 같은 줄다리기하기도 지쳐 마지못해 사주다 보면 불필요한 지출이 느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상 안 좋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 아이가 쇼핑센터에만 가면 떼쟁이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와의 장보기,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이 될 수는 없을까?
장을 볼 때 울고 떼쓰는 아이 심리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 흔히 보이는 아이의 ‘떼’는 자아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직 말로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부모가 막으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신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랑발달심리클리닉 석세진 소장은 “아이들은 한 살이 지나면서 자의식이 발달하고 소유욕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직접 만져보고 탐색하고 조작하면서부터 물건을 갖고 싶은 욕구도 늘어나게 마련이죠. 반면에, 사고가 논리적이지 못하고 언어 발달이 미숙하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갖겠다고 떼부터 쓰고 봅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떼를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부모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정도가 심할 때는 바로잡아주어야 해요”라고 설명한다.
조용한 아이보다는 활동적인 아이가 더 많이 떼를 쓴다. 아이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하고, 주위의 관심을 끌려는 욕구의 표현이 바로 떼이기 때문이다. 주로 기기 시작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해 걷기 시작하는 생후 14개월 이후부터는 바닥에 엎드리거나 심하면 머리를 박는 형태로 발전한다. 고집을 부릴 때 주위로부터 관심을 더 받게 되면 아이는 자기에게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판단해, 부모의 관심을 끌고 무언가를 요구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소리를 질러 의사를 표현한다. 이때 부모가 아이의 고집에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습관이 크게 달라진다.
고집불통 떼쟁이, 알고 보면 엄마 작품?
쇼핑센터에서 아이가 떼를 쓸 때 보통 엄마들은 “다음에 사줄게” “안 돼” “계속 이러면 너 두고 엄마 혼자 집에 갈 거야”라면서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한다. 그러다가 주위 눈총이 신경 쓰이고 아이의 고집에 지고 말아 “딱 하나만이다” “다음부턴 사달라고 떼쓰면 안 돼”라는 약속을 받고서 요구를 들어준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떼를 부리면 통한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쇼핑을 갈 때마다 부모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계속 칭얼거리고 떼를 쓴다. 결국 아이가 떼를 쓸 수밖에 없게 만들고, 그 떼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엄마의 잘못된 태도다.
또한 엄마가 아이의 떼를 다룰 수가 없을 때 마트를 ‘협상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동도 아이의 떼를 부추긴다. 이럴 경우 아이의 떼쓰기를 순간 모면한 것 같지만 막상 마트에 가면 아이의 흥미를 당기는 물건이 너무 많기 때문에 더 심한 고집과 떼쓰기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석세진 소장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마트 가기’를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는 욕구 조절과 욕구 지연이 안 될 때마다 마트를 보상 도구로 떼를 부리기 때문이죠. 이럴 경우 가계 부담과 소비가 느는 것은 물론, 아이의 욕구 조절과 나아가 정서 조절까지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엄마 또한 아이의 떼를 주먹구구식으로 막아내는 데 급급해 마트가 즐거운 장보기를 통한 배움의 공간이 되지 못하도록 만들어요. 갖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서가 아닌, 엄마와의 즐거운 활동을 목적으로 ‘마트 가기’를 생각할 수 있게 훈육해 아이의 떼를 잡아주세요.”
‘대략 난감’ 아이 떼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평소 아이에게 울고 떼를 쓰면 아무것도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은 쉽지만 막상 아이가 울고불고 떼를 쓰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다가도 나중에는 마음이 흔들리기 쉽다. 하지만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처음에 안 된다고 했다면 끝까지 안 된다고 해야 한다. 일관성이야말로 아이를 떼쟁이로 만들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장을 볼 때 아이가 ‘무언가를 사달라’고 요구한다면 먼저 아이의 감정을 반영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령 “엄마 나 로봇 사줘”라고 말한다면 “○○가 로봇이 많이 갖고 싶구나. 엄마도 ○○ 마음을 알겠어”라면서 아이의 갖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읽어준다. 그런 다음 “하지만 오늘은 사지 않기로 했으니까 살 수 없어. 로봇은 생일날 사기로 했지?”라며 행동의 한계를 지어준다. 그리고 아이가 떼를 써도 일관되게 사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가 더 나은 물건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원하는 것이 불량 식품이라면 “○○가 이게 먹고 싶구나”라고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읽어준다. 그런 다음 바른 먹을거리와 비교해 어떤 점에서 불량 식품이 더 먹고 싶은지 물어 아이의 욕구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인식하고 비교하도록 한다. 아이가 ‘비교’를 올바른 선택을 위해 필요한 인지적 과정으로 배워가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색이 예뻐서’라면 “음식에 색을 넣는 것은 몸에 매우 안 좋은 것으로 두드러기, 아토피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알려주면서 다른 식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이와 같이 엄마가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하기를 통해 적절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계속해서 떼를 쓴다면 아이의 행동이 멈출 때까지 그대로 둔다. 이때 주변의 물건에 부딪히지 않도록 하고, 아이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된다면 사람이 없는 조용한 장소로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이 좋다.
“‘우리 엄마는 울고 떼쓰면 내 이야기를 더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가 인식할 때까지 엄마가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아요. 공공장소라는 오픈된 공간에서 엄마가 부끄러움, 당혹감에 맞서 강하게 침묵하고 아이의 떼에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반응을 하지 않고 무시하면 아이가 더 빨리 안정될 수 있습니다.”
엄마가 혼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아이의 욕구를 들어주고 감정을 읽어준 후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런 다음 마트 안에서 장보기 규칙을 설명해준다. 이때 ‘어떻게 해줄까?’라는 식으로 아이의 의견을 묻는 것은 자칫 말싸움이 될 수 있으므로 삼간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스스로 분을 가라앉히고 엄마에게 온다. 아이가 떼쓰기를 그만두고 착한 행동을 하면 칭찬을 해주고 안아준다. 이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된 후에는 떼쓰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사라진다. 이때 엄마가 마음이 약해져 중간에 포기하면 아이가 더욱 떼를 쓰고 아예 드러눕거나 심지어 주변 물건을 던지는 행동 등이 강화되니 꼭 일관성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빠도 일관된 태도를 보여야
아이와 장을 볼 때 아빠도 엄마와 동일한 원칙으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활동하고 교류하는 시간이 엄마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아빠는 마트에서 아이가 원하는 비싼 장난감이나 과자 등을 사주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아이는 이를 통해 아빠의 말을 잘 듣게 되고, 아빠는 그것으로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데 대한 대리 만족을 얻는다. 한편으로는 주말에 한두 번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사주면 평소에 아빠가 피곤하거나 쉬고 싶을 때 아이에게 ‘다음에 놀아줄게, 혼자 놀아라’라는 좋은 구실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에게 안 통하는 일이 아빠에게 통한다면 아이는 원하는 걸 요구할 때마다 아빠를 찾아 떼쓰기를 계속한다. 따라서 엄마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한편, 일관성 있는 단호한 태도로 아이의 떼쓰기에 대처한다.
석세진 소장은 “부모가 함께 장보기 전에 아이의 간식, 장난감 등과 관련해 구입할 목록과 지출 범위를 정해 아빠에게 지키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이에요. 최소한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규칙을 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까짓것, 얼마나 된다고 그래?’라는 생각과 표현은 좋지 않아요. 아이의 소비․지출에 대한 조절력과 경제관념, 사물에 대한 소중함을 배울 기회를 박탈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아이와의 장보기, 즐거운 나들이가 되기 위한 백서
마트 가는 횟수를 정한다_ 할인 행사를 해서, 또는 기분 전환 삼아 장을 보러 가다 보면 불필요한 소비와 지출이 늘고 아이와 실랑이를 벌일 일도 많아진다. 사람이 많지 않은 요일과 시간대를 고려해 방문 횟수를 월 또는 주 1~2회 정도로 정한다. 요일을 정해서 가면 더 규칙적이고 금방 익힐 수가 있어 아이도 마트를 가자고 떼를 쓰지 않게 된다.
쇼핑 목록을 아이와 함께 미리 작성한다_ 아이가 마트에 가면 장난감이든 사탕이든 뭐든지 챙겨야 속이 풀리는 속성이 있다면 쇼핑을 가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한다. 부모 자신이 충동구매를 하지 않도록 쇼핑 목록을 작성하고, 이때 아이를 위한 물품이 포함되어 있다면 아이에게 미리 얘기해준다. 또 아이가 자신도 뭔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부모는 미리 판단해서, 필요하면 목록에 써놓고 그렇지 않다면 사주지 못하는 이유를 분명히 말해준다. 만약 엄마가 계획에 없는 것을 구입해야 할 때에는 아이에게 그 이유와 다른 물품을 구입함에 있어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이 스스로 물건을 찾도록 미션을 정한다_ 구입할 물건을 아이가 직접 그려보게 한 후 마트에서 그 물건을 찾기 위한 놀이를 한다. 또는 ‘가장 큰 호박 찾기’ ‘파프리카 3개 가져 오기’ 등의 미션을 주어 아이가 직접 골라보도록 하자. 아이가 장보기를 보물찾기처럼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여 쇼핑이 편해진다.
대형 마트와 집 앞 마트를 번갈아 이용한다_ 대형 마트에는 온갖 장난감과 형형색색의 먹을거리, 생활용품 등이 코너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아이가 자제력을 잃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또한 시식 코너를 모두 섭렵하려면 매장 구석구석까지 모두 둘러보아야 한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부모의 충동이나 아이의 떼에 의해 필요 없는 물건을 잔뜩 사는 일이 발생한다. 대형 마트에서 사야만 경제적인 물품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집 앞 마트에서 해결해보자. 또는 인터넷 쇼핑몰을 병행 이용하는 것도 대형 마트의 방문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마트 내 문화 공간은 시간을 정해 이용한다_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는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와 휴식 공간,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문화센터, 서점 등이 있어 잘만 이용하면 가족 모두가 요긴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단, 무심코 이용하면 자칫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고, 아이가 집에 갈 생각을 안 해 실랑이가 벌어질 수 있으니 동선을 잘 짜서 필요한 공간만 정해진 시간 안에 들를 수 있도록 계획한다.
재미난 교육 공간으로 활용한다_ 아이가 평소 책이나 TV에서 접한 것이 한가득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쇼핑 공간이다. 각종 생선, 채소, 과일 등을 보며 이름을 알려주고, 냄새와 색깔을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언어 발달과 인지 발달을 촉진시키는 데 마트만큼 오감을 사용해 쉽게 배우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장소가 없다. 마트에서 본 다양한 물건을 휴대전화로 찍어 와서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활동으로도 연결할 수 있다. 또는 집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장바구니에 담는 마트놀이를 하면 경제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