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아이에게 좋은 과일은 따로 있다!
과일은 비타민이 풍부하고 우리 몸에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기 때문에 먹으면 먹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증상에 따라, 체질에 따라, 임신 여부에 따라 그 효과를 백배 발휘하는가 하면, 때로 피해야 할 과일도 있다. 입안을 향기롭게 해주는 새콤달콤한 과일,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제대로 알고 먹으면 진정한 과일의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사람도 동물도 개인마다 가진 성격과 매력이 다르듯이 과일 역시 품고 있는 영양 성분이 같을 수 없다.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김현숙 교수는 “기침과 담을 없애주는 배와 비타민 C가 풍부한 오렌지와 귤, 그리고 목감기와 가래에 좋은 모과는 감기에 걸렸을 때 먹으면 좋은 과일입니다. 변비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사과, 배, 복숭아를 섭취하는 것이 좋고, 빈혈에는 철분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된 감, 귤이 좋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 밖에 피부를 탄력 있게 만들어주는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로는 키위, 감, 오렌지 등이 있으며,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에는 에스트로겐 호르몬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석류가 좋다. 과연 지금 내 몸이 원하는 과일은 무엇일까? 영양 성분이 풍부한 대표 과일의 특징과 기능, 언제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헷갈리는 과일 궁금증까지 자세히 살펴봤다.
바나나-산만한 아이, 비만, 변비, 고혈압
탄수화물이 풍부한 바나나는 뇌가 활발한 활동을 하도록 포도당을 빠르게 공급하는 과일이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의 기억력을 높여주는 등 뇌 기능 향상에 좋으며, 바나나에 있는 하이드록시트립토판이라는 성분은 몸에서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초조감과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다. 또 바나나는 고영양 저칼로리의 영양 밀도가 높은 과일로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없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어린이는 물론 성인, 고혈압 환자의 비만 관리에 도움이 되고 변비로 고생하는 수험생이나 임신부에게도 유익하다. 고혈압 위험군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인 칼륨을 자연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바나나는 칼륨이 100g당 335㎎이나 함유되어 체내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해 한국인의 짜게 먹는 식습관에 도움을 주므로 고혈압 위험군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사과 변비, 설사, 피로, 고혈압, 암 예방, 폐 기능
사과의 효능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사과에 들어 있는 유기산과 펙틴은 장을 자극해 변비를 해소하고 설사에도 좋으며, 피곤하고 식욕이 없을 때, 음식을 짜게 먹을 때, 다이어트가 필요할 때, 암을 예방하고 싶을 때 등 매일 사과 1개씩을 섭취하면 건강관리에 그만이다. 사과는 비타민 A, 비타민 C, 칼륨, 칼슘, 나트륨 등 무기물의 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이라 풍부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또 니코틴 해독 작용을 해 흡연자의 폐 기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고혈압 예방에도 좋다.
배 감기(열, 기침, 가래), 변비
감기에 걸리면 배즙을 먹는 것처럼 배에는 기침과 가래를 가라앉히는 성분이 들어 있다. 또 찬 성질이 있어 열이 날 때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식이섬유도 들어 있어 변비에도 탁월하다.
파인애플 신종플루, 독감 등 바이러스 질환
바이러스 퇴치의 일등 공신 비타민 C는 면역력 증강에 중요한 영양소이자 항바이러스와 항균 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히 보충하면 독감과 신종플루 등 바이러스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며, 이미 질환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증상 등을 완화시켜 빠른 회복을 돕는다. 파인애플은 열대 과일 중에서도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비타민 C가 100g당 1일 영양소 기준치의 절반에 가까운 48% 정도가 함유돼 있어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토마토 폐암, 고혈압, 성장호르몬, 당뇨병, 골다공증, 피부와 모발
토마토 속의 리코펜 성분은 폐암을 예방해주고, 루틴 성분은 혈압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 게다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성장기 어린이의 키와 성인의 근육량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잘되고, 기초대사량이 증가해 다이어트 효과도 가져온다. 수분을 조절하고 신진대사를 좋게 해 방광 기능을 촉진시켜 당뇨병에 좋으며, 미네랄이 많아 장기의 기능을 촉진시켜 신진대사를 좋게 한다. 특히 칼슘 부족으로 오는 골다공증과 치매 등 노인 질환을 예방하며, 피부와 모발에 생기를 불어넣는 효과가 있어 여성에겐 거의 만병통치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위 피부 탄력·미백, 간 기능, 변비
변비에 좋은 것으로 잘 알려진 키위는 비타민 C가 사과의 17배, 오렌지의 5배나 많을 정도로 비타민 C가 가장 많이 함유된 과일이다.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에 관여해 피부에 탄력을 주고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억제해 피부 미백 효과를 주기도 한다. 또 발톱이 파고든 상처도 잘 아물게 도와준다. 최근에는 국내산 골드 키위가 간 손상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요리 시 키위를 갈아 넣으면 키위가 단백질 분해 효소인 아티니딘을 많이 함유해 육질을 부드럽게 해준다.
망고 피부 미용, 암 예방
비타민 A, C, D와 마그네슘 등 무기질이 풍부한 망고는 특히 많은 양의 비타민 A가 들어 있다. 비타민 A는 피부 미용에 좋아 각종 화장품 원료로 망고의 성분이 이용되기도 하다. 암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려면 망고를 먹으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망고에 있는 항산화제는 세포 손상을 막아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블루베리 시력 보호, 노화 방지, 고혈압, 뇌혈관 장애
블루베리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빛의 자극을 전달하는 작용을 하는 로돕신의 재합성을 촉진해 시력 회복에 우수한 힘을 발휘하며, 시력 저하나 망막의 질환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다.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장인, 눈의 피로를 느끼는 수험생, 노안으로 눈이 침침한 노년층 모두에게 좋은 과일. 안토시아닌은 시력 보호뿐 아니라 혈압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는 효소를 억제해 고혈압을 예방한다.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뇌혈관 장애를 예방하기도 한다. 안토시아닌은 껍질과 씨앗에 많이 함유되어 블루베리를 껍질째 먹었을 때 가장 좋은 효과가 있다.
파파야 상처·염증 치료, 주부습진
비타민 K와 비타민 E가 풍부한 파파야는 실제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상처와 염증 치료에 사용할 만큼 죽은 세포를 제거하고 새로운 세포가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일이다. 상처 치료를 돕는 단백질 분해 효소(Proteolytic Enzyme)를 포함해 상처가 쉽게 생기는 어린이들에게 더없이 좋고, 주부습진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귤 열, 피로 해소, 콜레스테롤 저하, 동맥경화, 혈액순환, 생리통
비타민 C와 수분이 풍부해 섭취 시 열을 내리게 한다. 귤껍질에는 구연산이 들어 있어 피로 회복과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고,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작용과 불포화지방산의 산화를 방지한다. 더불어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압을 안정시키는 작용도 한다. 혈액순환 장애나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이 먹으면 더없이 좋다.
포도 피로 해소, 이뇨 작용, 빈혈, 고혈압, 기관지염, 천식
체내 흡수가 빨리 되는 포도당, 과당 함유로 피로 해소와 이뇨 작용을 원활하게 도와준다. 특히 포도는 철분이 많아 빈혈에 특효가 있고, 기관지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신장병에도 좋다. 껍질과 씨를 함께 먹으면 항암 효과도 볼 수 있다.
<체질에 따라 득이 되고 실이 되는 과일>
아이와 과일을 고르다보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좋아한다고 무조건 사주기도 그렇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날까 걱정이 돼 종류별로 조금씩 사기도 한다. 이럴 땐 아이의 체질을 생각해 과일을 선택하면 장보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과일은 같은 과일이라고 해도 사람의 체질에 따라 득이 될 때도 있고, 실이 될 때도 있다. 아이의 체질에 따라 취약한 장기를 강화시키기도 하지만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는 찬 기운과 따뜻한 기운을 더욱 강화시켜 체온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으로 이해하면 쉽다. 일례로 감과 모과는 폐와 심장의 열을 내려주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에 좋지만 반면 사과, 밤, 대추는 좋지 않다. 또 호흡기와 순환기 계통이 좋지 않은 아이는 기침을 멈추게 하고 기관지에 좋은 배, 잣, 호두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감, 모과는 좋지 않다.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김현숙 교수는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이뇨 작용을 도와주는 파인애플, 바나나, 포도 같은 따뜻한 기운이 있는 열대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좋지만 사과, 밤, 대추는 좋지 않은 과일입니다. 몸이 차고 위장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는 위장 기능을 튼튼하게 해주는 사과가 좋고 감, 포도, 배는 좋지 않습니다”라고 예를 든다. 이어 “그러나 과일은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인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식이섬유와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골고루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임신부 과일 섭취에도 요령이 있다>
배 속 아기를 생각해 영양가 높은 과일을 닥치는 대로 섭취하는 임신부라면 꼭 알아야 할 과일 상식이 있다. 임신 중에는 입덧 때문에 시거나 단 과일을 찾게 되기 마련이지만 이때 아무 과일이나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 김현숙 교수는 “바나나는 칼륨 성분이 풍부해 입덧을 막는 데 효과적이고 사과는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로 고생하는 임신부에게 좋은 과일입니다. 비타민 C가 풍부한 키위는 기형아를 예방해주는 엽산이 풍부해 임신부에게 도움이 되지요. 피로 해소와 이뇨 작용을 도와주는 포도 역시 임신부가 꼭 챙겨 먹으면 좋은 과일입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임신 중에는 피해야 할 과일 섭취 방법도 있다. 수박이나 배, 참외 같은 여름 과일은 차가운 기운을 가지고 있어 차게 해서 먹지 않는 것이 좋고, 파인애플, 두리안 같은 열대 과일은 뜨거운 기운이 강해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면 좋지 않다. 따라서 어차피 산모와 배 속 아기를 위해서 먹는 과일이라면 최소한 과일마다 가진 차갑고 따뜻한 성질을 이해하고 먹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