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톨의 씨앗
수행자가 평소 선한 일을 하는 여인을 칭찬하며 말했다.
"하나를 베풀면 백이 생기며, 마침내는 깨달음을 얻을 것입니다."
여인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보잘 것 없는 일에 어찌 그런 복을 받겠습니까? 칭찬이 지나치십니다."
수행자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마당에 있는 500년 묵은 은행나무를 보셨습니까?"
"예. 그 은행나무에서는 해마다 수백 섬의 열매가 맺힙니다."
"그럼, 수백 섬의 열매를 따기 위해 씨앗을 한 가마쯤 심었겠군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씨앗 한 톨을 심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찌 내 말이 지나치다고 하십니까?"
이용범 (소설가)
*** 지하철 풍경소리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