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삼키지 않고 물고만 있는 아이

조회 4613 | 2014-02-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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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A 씨는 식사시간마다 아이와 전쟁을 치른다. 이유식을 시작한 터라 아이에게 밥을 줘보지만 제대로 먹지도 않고 한 시간 넘게 밥을 삼키지 않고 물고만 있기 일쑤. 이러다 아이가 또래 아이들보다 성장이 뒤쳐질까 봐 걱정인 A 씨는 오늘도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A 씨의 자녀처럼 평소 밥을 물고 있거나 밥 자체에 관심이 없는 행동을 보인다면 ‘식욕부진’을 의심해 봐야 한다. 현재 네이버 블로그 '착한 밥상'을 통해 밥상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김수경 아이엔여기한의원 일산화정점 원장의 도움을 얻어 부모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식욕부진에 대해 살펴봤다.

 

◇ 증상 비슷하다고 다 같은 식욕부진 아냐

 

김수경 원장에 따르면 식욕부진이라도 다 같은 식욕부진이 아니다. 선천적으로 소화액이 안 나와서 밥양이 적은 아이가 있는 반면 목에 열이 있어서 밥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목에 열이 있으면 밥을 물고서 내내 딴짓을 하고 시원한 과일이나 바삭바삭한 음식은 잘 넘기지만 밥이나 침 같이 찐득한 건 잘 넘기지 못한다. 또한 아이가 편도선이 자주 붓는다던가 감기에 자주 걸리는 증상도 동반한다.

 

이는 ‘후두개’라는 뚜껑이 평소 닫혀 있다가 음식이 내려가면 열려야 하는데 목에 열이 있으면 이 뚜껑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하게 된다. 때문에 음식물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것.

 

김수경 원장은 “이 경우는 식욕부진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목에 있는 열을 내려주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라며 “목에 있는 열만 내려주면 아이가 밥을 편히 먹게 된다”고 말했다.

 

◇ 일찍 이유식 시작하면 식욕부진 생겨

 

아이의 식욕부진은 이유식 때부터 확인할 수 있다. 보통 5~7개월 사이에 이유식을 시작하는데 췌장은 만 1세가 지나야 완성되기 때문에 소화액이 안 나오는 아이에겐 이유식을 먹는 자체가 부담될 수 있다.

 

이러한 아이는 이유식을 먹이는 시기를 늦춰야 한다. 아이가 소화할 능력이 없는데 입자가 큰 걸 넣어주면 그걸 소화시키기 위해 억지로 에너지를 끌어오게 된다.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 음식이 오히려 에너지를 고갈하게 만든다는 것. 이를 반복하다 보면 만성 식욕부진이 생길 수 있다.

 

김 원장은 "이유식을 먹였을 때 아이 피부에 오돌토돌한 트러블이 올라오거나 기저귀 발진이 잘 생기거나, 코가 계속 막히고 코딱지가 잘 생기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면 이유식을 늦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유식 알레르기가 있다면 대신 분유를 먹여야 한다. 이유식이 안 부서지는 생쌀이라면 분유는 지어진 밥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아이가 문제없이 소화시킬 수 있다고. 만약 소화가 안 되는 아이에게 이유식을 억지로 밀어 넣으면 이유식과 분유 둘 다 안 먹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김 원장은 “분유량도 평소의 80%만 주는 등 한 달만 적게 먹여도 일주일 사이에 분유량이 확 늘어나게 된다. 이유식은 그때 줘도 무방하다”며 “분유량을 줄이고 이유식 끊는 걸 못 견뎌 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체했을 때 적게 먹여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전했다.

 

◇ 식욕부진 치료의 첫걸음은 올바른 식습관

 

공부에도 때가 있듯 식욕부진 치료는 어렸을 때가 가장 중요하다. 아이는 먹어야 성장하는 데 질병이 있으면 10개 중 5개가 치료를 위해 쓰이기 때문에 성장에도 좋지 않다.

 

김 원장은 “만 6세 이전에 곳간(소화기관)의 크기가 결정되는데 이 시기를 지나치면 고치기가 힘들다”며 “그러니 만 6세 이전에 식욕부진이 있다면 무조건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식욕부진을 치료하기 위해선 올바른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부모들이 먼저 고쳐야 할 것은 바로 ‘탄수화물 위주의 간식’이다. 감자나 고구마, 국수, 빵 등 탄수화물 위주의 간식은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이 아니라 에너지를 내는 성분이다. 따라서 과잉 축적된 에너지를 다 쓰지 못하면 비염이나 아토피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과일이나 과자를 먹게 되면 포도당 수치가 삐죽 올라갔다 내려오게 되는데, 포도당 수치가 올라간 상태에선 뇌가 '나는 에너지를 다 채웠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과자, 과일을 식전에 먹으면 밥맛이 떨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니 포도당 수치를 완만하게 만들고 소화를 돕기 위해선 탄수화물 위주 간식이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이 들어간 간식을 줘야 한다.

 

김 원장은 “아이들의 성장과 호르몬 소화액의 재료는 단백질과 좋은 지방에서 나온다”며 “탄수화물 간식 대신 돼지고기나 소고기 다진 것에 채소를 넣어 만든 동그랑땡 한 개나 만두 1~2개, 토마토 반개 등 약간의 과일을 간식으로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나이에 제대로 된 식습관을 가져야 식욕부진이 생기지 않고 혹여 생겼더라도 빠른 시일 안에 치료할 수 있다”며 “영유아 시기 올바른 식습관은 모든 치료의 근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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