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더듬는 아이를 위한 부모의 행동 요령

조회 7601 | 2014-05-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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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더듬는 아이를 위한 부모의 행동 요령
윈스턴 처칠도 어릴 때는 말더듬이였대요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2세 이상의 아이가 말을 더듬을 때 부모가 아이를 야단치거나 지적하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하면 50∼80%는 수개월 내에 저절로 나아진다. 그러나 몇 개월 동안 증상이 지속된다면 가족의 도움은 물론 전문기관을 찾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어어어 엄마, 나 우우우유유 마시시실래.”
말을 곧잘 하던 상진이(4세)는 얼마 전부터 말을 더듬기 시작했는데, 간단한 문장을 말할 때도 한참을 더듬는다. 어렸을 적 약간 말더듬증이 있었던 엄마 경희(37세) 씨는 아이도 혹시 자신을 닮아 말을 더듬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근 놀이방에 가기 시작한 아이가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말을 더듬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로 언어치료실에 다녀야 할지도 고민 중이다.

말더듬증이란 남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자신의 생각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많은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말을 더듬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6개월 이상 말을 더듬을 때 말더듬증이라고 진단한다. 말을 더듬는 아이는 단어 대신 음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으로 초기에는 첫 음절의 반복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저저 자장난감 가가가지고 놀래’ 같은 식이다. 그 이후에 자신이 말을 더듬는 것을 인식하면 말을 더듬지 않기 위해 머리를 흔들거나 손으로 박자를 맞추는 등의 신체 행동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또 ‘저…’ ‘그러니까…’ ‘어…’ 같은 필요 없는 말을 붙이기도 하며, 문장의 순서를 뒤섞어서 말하기도 한다.


말더듬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말더듬증은 2~7세 아이들에게 자주 나타나는데 100명 중 5명꼴이며 가족 중에 말더듬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3~4배나 많이 나타난다.
말더듬증의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원인보다는 여러 원인이 복합되거나 포착하기 미묘한 원인의 영향을 받는데, 보통 기질적 원인, 언어·심리적 원인, 환경적 원인 등으로 많이 나타난다고 본다. 기질적 원인으로는 뇌의 좌·우반구의 청각과 언어 정보 처리의 부조화 등이 제기되고 있으며, 심리적·환경적 원인으로는 아이가 자라온 환경과 여기에 기인한 이상 심리의 형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기질적 원인>
신체 이상 때문에 나타난다. 말을 더듬는 아이는 말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인과 약간 다르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성대의 섬세하고 복잡한 근육 운동이 필요한데 성대 근육이 긴장하고 있어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길언어임상연구소 이병수 소장은 “말을 더듬는 것이 잘 고쳐지지 않는 아이는 신체적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호흡을 자연스럽게 해야 말이 술술 나오는데, 호흡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죠. 아이가 말을 할 때 배가 볼록거리지 않는다면 호흡 작용의 문제로 말을 더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기질적 원인이 언어·심리적 원인, 환경적 원인과 결합하면 말을 더듬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심리·환경적 원인>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원인이 되어 말을 더듬기도 한다. 정아동발달센터 이정은 원장은 “아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말을 더듬기도 합니다. 유치원에서 친구들이나 선생님과의 관계, 그리고 부모에게 야단을 크게 맞아 심리적으로 위축되었을 때, 동생이 생겼을 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두 번 말을 더듬어 크게 야단을 맞았을 때도 말에 대한 공포가 생겨 말을 계속 더듬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아이가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계속 말을 더듬는 경우가 있으며, 간혹 영재인 아이가 아는 것은 많은데 그것이 말로 잘 표현되지 않아 말을 더듬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말더듬증을 유발하는 심리적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환경적 원인으로는 부모가 말을 더듬거나 주변 사람 중에 말을 더듬는 사람이 있을 때 은연중에 아이가 말을 더듬기도 한다. 간혹 아이들 중에는 놀이방이나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가 말을 더듬는 것을 보고 모방을 하다 말더듬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말을 더듬을 때 지적하거나 야단쳐서는 안 된다
말을 잘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말을 더듬으면 부모는 당황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말을 더듬을까 봐 걱정해서다. 그래서 아이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너 왜 계속 말을 더듬니?” “천천히 똑바로 말해야지” “다시 말해봐” 하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말을 더듬을 때 “말을 천천히 해라” “더듬지 마라” 하는 것은 ‘지금 너는 말을 더듬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므로 아이는 더욱 긴장한다. 아이는 그 후부터 말을 할 때마다 말을 더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것이 말을 더듬는 것을 더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사랑샘터 김태훈 원장은 “말더듬증은 틱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말을 더듬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말을 더듬기 시작했을 때 주위에서 지나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이에게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아이는 자신이 말을 더듬는지를 지각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부모는 모른 척하며 아이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대해주면 대부분은 증상이 오래 가지 않고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아이가 말을 더듬는 증상은 자연 소멸할 수 있는데, 부모가 유달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조바심을 내며 빨리 치료하려고 하면 아이는 불안감에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것. 말더듬증 치료는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말을 더듬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지적하기보다 아이가 잘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해주어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면 말을 더듬는 것도 함께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 천천히 말하는 습관을 가져야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나 가족의 태도가 아이의 말더듬증을 낫게 하는 데 효과가 크다. 아이가 빨리 걷거나 뛰면 넘어지기 쉽듯이 빨리 말하면 막히거나 더듬기 쉬우므로 부모는 아이에게 말할 때 되도록 말 속도를 늦추도록 노력한다. 낱말의 모음을 약간씩 길게 늘이며 “○○야, 바압 머억으을까아”라든지, 말을 하는 중간에 자주 쉬며 쉬는 시간 자체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면 “바압 먹고” 한 템포 쉰 뒤 “깨끗하게 이 닦자”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때 부모는 좀 더 짧고 단순한 문장을 사용해 말하고 간단한 답변을 할 수 있는 말이나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또 부드럽고 조용한 소리로 이야기해 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부모와 대화하도록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의 성대 근육이 부드러워지고 호흡도 차분해지고 자연스러워져서 말을 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병수 소장은 “말을 더듬는 아이는 일단 천천히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때 엄마는 빨리 말하면서 아이에게 천천히 말하라고 하기보다는 가족 모두 말을 천천히 하는 것이 필요하죠. 가족이 말을 천천히 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말을 천천히 하고 호흡이 제대로 조절되어 말을 점차 더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헤드폰을 끼고 자신이 말하는 것을 한 박자 느리게 귀로 듣는 어학기를 사용해 말하는 연습을 하면 말을 천천히 하고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아이가 말을 빨리하거나 호흡 조절을 잘 못한다면 엄마가 천천히 말하면서 적적한 순간에 호흡을 크게 하면서 말을 하면 아이도 그것을 보고 배울 수 있다.

또 아이가 짧은 말이라도 정확하게 했을 때 충분히 칭찬을 한다. “우아, ○○의 발음이 정말 좋은데? 나중에 크면 아나운서 해도 되겠다”라거나 “너하고 이야기하니까 참 재미있구나” 같은 칭찬을 하면서 아이를 꼭 끌어안는 등의 스킨십을 한다. 아이는 이런 상황이 많아질수록 긍정적 강화가 되어 말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며, 억지로 말을 더듬지 않으려고 하기보다 점차 말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심리적 원인 해결이 우선
말더듬증은 심리적 원인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말을 더듬는 행동이 없어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본다. 아이가 말을 더듬는 것만을 문제 삼는 부모가 많은데, 말더듬증은 아이의 심리적 원인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말을 더듬는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말을 더듬는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강압적으로 시킬 때 말더듬증이 생겨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조기교육의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말더듬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정은 원장은 “내면에 쌓인 불만이나 화가 말을 더듬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어린아이가 큰 아이들 반에 다닐 때도 말을 더듬는가 하면, 동생이 태어났을 때, 전학이나 이사 등의 변화가 있을 때, 부모가 자주 싸울 때도 말을 더듬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을 해결하도록 도와줘야 말더듬증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한다. 화가 날 때는 참지 말고 왜 화가 났는지를 이야기하도록 하고, 항상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언제, 어떻게 힘든지를 세심하게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태훈 원장은 “성격이 급하고 충동적인 아이는 말을 더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성격이 급해 말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다보니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아 말을 더듬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또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나 동생이 태어난 후 말을 더듬는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좀 더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2~3개월 이상 말더듬증이 지속되면 전문기관을 찾아야
가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말을 더듬는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릴 때는 아이가 말더듬증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러나 조기에 치료하지 않고 말더듬증이 계속되는 경우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말더듬증으로 인해 놀림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보면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혼자 있으려고 하고 전화가 오면 끊어버리는 행동을 하기도 하여 사회생활에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말더듬증이 진행되고 있는 아이들은 여러 원인을 고려해 언어치료실에서 상담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 보통 2∼5세 때 치료를 시작하면 성공률이 높은데, 특히 5세 이전이고 말더듬증이 나타난 지 6개월 이하이며 기질적 원인이 작으면 성공률은 훨씬 높다. 


Q&A
Q.  말을 더듬는 아이, 지능에 문제가 있는 걸까?
A. 말을 더듬는 아이를 보면 뭔가 모자라거나 지능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말을 더듬은 아이는 말을 더듬는 것 외에 나머지는 모두 정상이다. 아이가 어린 경우에는 말을 더듬는 것에 대해 크게 문제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상황이나 환경에 적응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유명한 정치가이자 웅변가인 원스턴 처칠도 어릴 적 심각한 말더듬이였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처칠은 자신의 연설을 위해 말 한마디뿐 아니라 동작 하나하나에 예민했으며 대중 연설을 할 때 자신의 약점을 계속해서 고쳐나갔다고 한다. 처칠의 어머니는 아이가 말을 더듬는 것을 한 번도 꾸짖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처칠이 “나는 왜 말을 더듬을까요?”라고 묻자 “너는 너무 똑똑하기 때문에 너의 혀가 너의 똑똑한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뿐이란다”라고 말해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었다고 한다. 처칠이 말더듬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부모의 긍정적인 생각이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가 말을 더듬으면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보다 말을 더듬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아이의 재능과 장점을 키워주는 것이 오히려 말더듬증을 치료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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