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은 평균일 뿐, 조바심 내지 말자!

조회 2263 | 2014-05-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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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다 큰 아이를 아기 대하듯 하는 부모들이 있다. 기고, 앉고, 서고, 먹고, 마시고, 놀고, 자는 매 순간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아이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또래와 똑같거나 또래보다 더 빠른 성장과 발달을 보이지 않으면 모든 면에서 뒤처지는 듯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비슷한 또래들의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된 소아과 성장과 발달에 대한 지표가 내 아이의 성장과 발달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을까?

키는 평균보다 큰데 치아는 왜 늦게 날까요?

아기의 손가락, 발가락이 열 개인지, 얼굴은 온전한지, 아픈 곳은 없는지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라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어느 순간 변해서 뭐든지 또래들과 비교하며 다른 아이보다 더 빠른 성장과 발달 정도를 보이기를 원하는 욕심 많은 부모가 된다. 모든 부모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지 않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의 성장 속도와 평균을 비교하며 애면글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태어나는 아기마다 몸무게와 키가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듯 일반적인 통계를 가지고 내 아이의 성장과 발달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객관성을 잃을 수도 있다.

“아이마다 성장하는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병원에 오는 분들은 대부분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부족한 부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을 하지요. 예를 들면 다른 아이보다 키가 큰 것은 당연한데 치아가 늦게 나는 것에는 조급증마저 보이거든요.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지켜보는 것이 아이나 부모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좋습니다. 물론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더 말할 것이 없겠지요.”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대 교수는 부모의 조급증이 오히려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방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성장과 발달로 인해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며 아이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또래들보다 빨리 걸음을 떼고, 말을 빨리 배우며, 글자를 빨리 떼서 책을 읽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다소 늦게 걷고, 말이 느리고, 글자를 늦게 떼는 것은 경기를 일으키는 부모들. “때가 되면 다 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프로이드의 발달 단계

프로이드는 원본능, 자아, 초자아의 발달에 의해 발달 단계를 거친다고 보고 일련의 단계들을 ‘심리 성적 단계’라고 했다. 각 단계마다 채워야 하는 무의식적 단계가 있는데 이를 채워야만 다음 발달 단계로 옮겨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곧 무의식적인 욕구 해결이 자연스럽고 건전한 발달을 이루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운동 발달>
전문가들은 영아의 운동 발달은 신체 성숙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대 교수 또한 “소아과 성장 발달을 살펴보면 6~7개월이면 혼자 앉고, 15개월이면 혼자 걸을 수 있습니다. 24개월이면 계단을 혼자서 오르내릴 수 있지요. 물론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첫돌을 맞은 아기가 여전히 걸음을 떼지 못하고 무릎으로 기는가 하면, 첫돌 한참 전에 이미 걸음을 뗐다는 아기도 있으니까요. 성장 발달 기준은 그저 기준일 뿐 유일한 잣대가 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아기의 신체는 위에서 아래로, 안에서 밖으로,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발달하는 보편적인 법칙을 따른다.

웅크리고 있는 태아 자세에서 턱을 들고 가슴을 들기까지 2개월이 걸린다. 3개월에는 물건을 잡기 위해서 손을 뻗고, 4개월에는 받쳐주는 것이 있으면 앉을 수 있다. 5개월에는 무릎에 앉아 물건을 잡고, 6개월에는 유아용 의자에 앉아 매달려 있는 물체를 잡는다. 7~10개월에는 잡아주면 꼿꼿하게 서고, 뭔가를 잡고 스스로 서다 마침내 기어 다니며 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을 갖는다. 13개월에는 어렵사리 계단을 오르고, 15개월에는 혼자서 걸으며 마침내 독립을 한다. 24개월에는 계단도 혼자서 오르내릴 수 있어 마음대로 공간을 이동한다.

<언어 발달>
출생한 뒤에 만 2세까지 영아의 언어 발달은 옹알이, 한 단어, 두 단어, 문장으로 나타낼 수 있다. 엄마와 아빠 등 주변의 어른들을 통해서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한 단어를 반복하며 표현하는 것으로 언어를 배워나가기 때문에 무작정 새로운 단어를 주입시키며 폭발적인 언어 발달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출생한 아기는 울음으로 자기의 의견을 전달한다. 2~3개월에는 목을 울려 낮게 내는 소리로 즐겁다는 표현을 할 수 있다. 4~5개월에는 자음과 모음이 반복되어 연결된 옹알이를 시작한다. 12개월에는 10단어를 사용하는데 한 단어로 말을 할 수 있다. 20개월이 되면 50단어를 사용하며 21~23개월에는 세 단어를 조합해 말을 하면서 어휘를 기하급수적으로 익힌다. 24개월에는 200단어를 사용해 말하고, 정확하지 않지만 문장을 만들어 말을 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영유아들은 10개월이 되면 엄마, 아빠를 지칭해 말을 합니다. 15개월이 되면 3~5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통계에 불과합니다. 소아과 성장 발달에 따르면 출생 시에 키와 몸무게는 50㎝에 3.3㎏입니다. 24개월이면 85㎝에 13㎏이 되죠. 그렇지만 모든 아이가 이 기준에 딱 들어맞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키는 더 작으면서 몸무게는 더 많이 나가기도 하죠. 곧 통계가 기준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영유아의 언어 환경에 따라 익히는 속도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 발달>
감정을 표현하는 정서 발달은 서서히 진행된다. 정서 발달은 표현, 통제, 이해, 반응, 유대 등으로 나뉘어 발달한다. 정서 발달은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정신분석학자인 에릭슨은 “정서는 인간 행동의 기초가 된다”고 했다. 아울러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에서는 반대되는 정서를 중심으로 한 갈등이 핵심으로, 갈등은 유아가 반드시 겪어야 하는 발달의 단계”라고 했다. 따라서 정서 발달은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난 정서를 표현하고, 스스로 통제할 줄 알며, 다른 사람의 정서를 이해하고, 반응하며, 긍정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5가지 단계는 성장 발달 과정에서 중요하다.

에릭슨의 정서 발달



사회성 발달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성향을 사회성이라고 한다. 사회성은 자신에 대한 인식을 정확하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아들은 4개월이면 엄마의 얼굴을 알아본다. 12개월이 되면 음료는 컵에 담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15개월이면 손가락질의 의미를 알고 행동한다. 24개월이 되면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을 수 있다.
개념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기술을 습득해 문제를 해결하는 응용 능력을 인지라고 한다. 인지 발달을 위해서는 외부 자극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지각 발달과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감각운동 지능 발달, 대상이 보이지 않을 때도 대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대상영속성 발달로 이루어진다. 낯선 사람을 구별하는 시기가 6~7개월, 12개월이 되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에게 반응을 보이며 갈 수 있다. 24개월이 되면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한다.


성장·발달 정도에 목매지 말자

소아과의 성장과 발달 통계는 참고 사항일 뿐이다. 통계에 따른 기준에 내 아이가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조바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지나치게 늦거나 질병이 아니라면 아이는 저마다의 속도로 자기만의 발달을 해나갈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성장이 빠르다고 해서 모두가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서 성장이 빠르다면 성조숙증으로 인해 키가 작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하의 나이에서 고도비만을 제외하고는 빠른 성장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지요.”
보통은 과체중이 문제가 되는데 또래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해서 성장이 빠른 것은 아니다. 또 과체중이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는 근거도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성장이 느리다면 찬찬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의와 상담을 해본 뒤에 진단이 됐다면 선천성인지, 체질에 의한 것인지, 영양장애인지, 내분비장애로 인한 문제인지 원인을 따져봐야 합니다. 느린 성장의 원인을 찾아 빨리 교정을 해서 자신에게 맞는 성장과 발달 속도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김영대 교수는 성장장애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문제가 모두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성장장애를 단순히 같은 연령대에서 또래들과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성장 도표를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성장 과정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곧 성장과 발달에 대한 관심은 끊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는 객관적인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그맨들은 무대에 올라 개그를 하고 난 뒤에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고 외친다. 내 아이도 지금 “기준은 통계일 뿐 척도는 아니다” 하고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Tip. 성장 도표로 보는 성장장애
① 같은 나이, 같은 성별 아이들과 비교해 5 백분위 수 미만, 100명 중 다섯 번째로 작을 때
② 연령이 증가하면서 정상 성장 곡선에서 점점 차이가 심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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