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나쁜 소식’ 잘 전하는 법

조회 2389 | 2011-05-1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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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지진과 방사능 소식으로 연일 떠들썩하다. 아이가 이런 '부정적 뉴스'에 관심을 보이거나 두려움을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앞에서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 '나쁜 소식'을 충격 없이 전하는 요령.

죽음이나 이별, 경제적 어려움 같은 '어두운 소식'은 아이에게 전하기 쉽지 않다. 아이가 충격을 받는 건 아닌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자녀에게 주변의 소식이나 정보를 모두 알려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이도 곧 알게 될 일이거나 생활의 변화에 관련된 일이라며 이야기가 다르다. 부모가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이는 '얼마나 안 좋은 일이면 미리 알려주지 않았을까'라고 느끼며 불안감에 휩싸이기 십상. 마치 자신이 잘못해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 같은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행복한아이연구소의 서천석 소장은 "부정적인 소식은 아이의 기질과 사건의 강도, 주변 상황을 고려해 오픈하되 아이에게 꼭 알릴 필요가 있는지, 그로 인해 아이가 겪을지 모르는 힘든 상황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령 앞뒤 설명 없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라는 소식만 전한 채 부모가 장례 준비로 정신이 없어 아이를 내버려둔다면 아이는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차분하게 일어난 일을 설명하고 아이가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다독여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모의 이혼 ▶ "여전히 너를 사랑해"

더 이상 엄마 아빠가 함께 살 수 없다고, 그래서 아이가 부모 중 누군가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고 말하기란 몹시 고통스럽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변할 생활환경에 대해 차분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최선.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 중 한 사람을 매일 볼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므로 '결코 너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며 안심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3~5세 아이라면 부모의 이혼이 '네 잘못'이 아니며 "비록 떨어져 살더라도 보고 싶으면 언제든 엄마(아빠)를 만날 수 있어.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야"라고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6세 이상이라면 '엄마 아빠 중 한 명이 같이 살지 못하는 것 외에 지금의 네 생활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장기 출장을 간다는 식으로 적당히 둘러대거나 배우자를 욕하거나 '모든 게 네 아빠(엄마) 때문이야' 식의 발언은 절대 금물. 소식을 전하는 부모가 낙담하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흥분 상태여서도 곤란하다. 차분하되 안정감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죽음 ▶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라고 기도하자"

함께 산다거나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굳이 아이에게 죽음을 알릴 필요는 없다. 아이도 곧 알게 될 일을 둘러대거나 숨기는 건 곤란하지만 주변의 모든 부정적 소식을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9~10세까지도 '죽음'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고, 4~5세 아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못 보는' 정도로 죽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떨어져 살던 조부모보다는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에 더욱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생활에 즉각적인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사람은 오래 살고, 강아지는 그보다 짧게 살도록 돼 있어서 언젠가는 같이 살 수 없을 때가 온다'는 사실을 전하고 '그 강아지가 다른 곳에 가서도 잘 지내라고 마음속으로 함께 빌어주자'고 다독인다. 혹여 죽음을 '잠'에 비유해 이야기하면 아이 자신이 잠들었을 때 다시 깰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므로 주의할 것.

 

이별 ▶ "영원히 못 보는 게 아니야"

죽음과 마찬가지로 '헤어진다'거나 '이별'의 개념 또한 유아기에는 잡혀 있지 않다. 만약 이사를 가게 되더라도 아이가 먼저 묻지 않은 이상 '친구와 만나기 어렵다'는 이별의 의미를 알려줄 필요는 없다. 1~2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서서히 잊는 게 보편적. 만약 아이가 친구를 왜 만날 수 없느냐고 묻는다면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만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화상 통화 등으로 직접 안부를 묻게 하는 것이 좋다.

 

경제적 어려움 ▶ "나아질 때까지 함께 노력하자"

이런 상황에 처한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에게 내색하지 않고 부모의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이들에게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5세 정도라면 이런 상황을 상당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이가 그동안 누려왔던 것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면 이를 무조건 숨기기보다 돈이 부족해 엄마 아빠가 곤란한 상황이고 이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정도는 알려주는 게 좋다. 부모의 기대와 사랑을 충분히 받은 아이라면 비싼 장난감을 못 사주고, 학원에 다니지 못하게 됐다고 해도 크게 실망하거나 부모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녀에게 예전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미안함에서 벗어나자. 예컨대 아이가 다니는 학원 중 몇 가지를 줄여야 한다면 "엄마 아빠가 가진 돈으로 미술, 발레, 피아노를 배웠는데 이번 달부터는 이 중에서 한 가지만 할 수 있어. 어떤 것이 좋겠니?" 하고 '포기'보다는 선택할 기회를 줄 것. 아이가 서운해하거나 불안해한다면 "엄마 아빠가 더 열심히 일하고 네가 조금 더 크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라고 설명한다. "엄마도 집안 사정이 좀더 좋아질 때까지 갖고 싶었던 구두를 사지 않을 거야. 너도 엄마를 도와주면 좋겠어"라고 덧붙인다면 어려운 가정을 위해 온 가족이 노력한다는 사실까지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것이다.

 

지진 ▶ "이젠 안전할 거야. 다시 나더라도 지켜줄게"

지진을 경험하거나 영상을 본 아이들은 '다시 지진이 나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을 흔히 한다. 그때 '괜찮아, 별 걱정을 다 하는구나'라고 넘기기보다는 지진이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차분히 설명해줄 것. 안정적이고 구체적인 정보 제공만이 아이를 안심시킨다.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혼자가 되는 공포'이므로 가장 먼저 "이제 큰 것은 지나갔어. 안전할 거야. 다시 일어나더라도 널 지켜줄게.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니까"라고 말하는 것이 정석. 평소에 무서움이 많은 아이라면 가급적 지진 관련 영상은 보여주지 않는 편이 좋다. 만일 지진 소식을 듣거나 관련 영상을 보고 놀랐다면 느낌과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고 그날 밤은 아이와 함께 자도록 한다.

 

아이의 충격을 줄여주는 R·I·C·H 기법

아이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는 RICH 기법이 유용하다.

먼저 아이의 감정을 존중(Respect)해준다. 감정을 무시하거나 '넌 몰라도 돼'라는 반응을 보이거나 쌀쌀맞게 대하면 아이는 '2차적 타격'을 입는다. 지금 겪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힘든데 부모의 격려마저 받지 못한다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빠지는 것. 다음으로는 정확한 정보(Information)를 전해야 한다. 부모의 감정을 섞어 과장하거나 부정적으로 말하지 말고 '팩트' 위주로 전할 것. 필요 이상으로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위기가 닥친 후 말하는 것보다는 길게 끌지 않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서적 유대(Connection)는 '부모와 아이'는 한 팀이며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것임을 알려줌으로써 용기와 힘을 얻게 하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에는 희망(Hope)을 준다. '앞이 안 보인다', '큰일났다' 같은 부정적인 말 대신 '어려운 상황이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나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거나 온 가족이 똘똘 뭉쳐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더 진한 가족애를 느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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