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삶을 바꾸는 아빠의 똑똑한 질문

조회 2203 | 2014-06-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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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 질문, 토론식 대화로 아이 두뇌가 쑥쑥!

“육아는 엄마의 역할이다”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진 지 오래. 아빠의 육아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특히 엄마가 아이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 감정적이라면, 아빠는 대화하거나 훈육할 때 논리적이고 분석적이어서 엄마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정확히 지적한다. 이 때문에 아빠와의 올바른 대화는 아이의 뇌 발달뿐만 아니라 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용훈(37세) 씨는 요즘 유독 말이 많아진 아들 현수(6세)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말이 거의 없고, 질문을 해도 단답형으로 “예” “아니오”만 답해 걱정이 많았다. 엄마와는 곧잘 대화를 하는 것 같지만 자주 놀 시간이 없는 아빠와는 왠지 서먹했던 것. 이때 “질문을 많이 해보라”는 동료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그게 될까’ 걱정도 했지만 대화법을 공부하고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은지 노트에 빽빽이 적어놓고 외우기까지 했다. 단순히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을 요하는 질문을 매일 다양하게 건넸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아이가 달라졌다. 그리고 아이와 질문하고 대화하는 동안 서로 더욱 가까워졌고 아이의 속마음도 훨씬 더 잘 알게 됐다.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창의적인 질문 필요해
세상의 모든 발전은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나도 ‘적절한’ 시기에 부합되는 ‘똑똑한’ 질문을 받지 못한 아이의 재능은 고스란히 사장되기 십상이다. 특히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질문’과 이로 인한 상호간의 대화는 아이가 올바른 이성과 감성을 성장시키는 데 절대적이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 또한 그 시기에 알맞은 질문에 의해 키워진다. 특히 부모와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는지, 부모가 아이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질문을 얼마나 던지느냐에 따라 아이의 앞날은 달라진다. 김영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톨릭대학교 의정부 성모병원장)은 이때 아빠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의 발달과 교육에 적극적인 아빠를 둔 아이가 학교 성적도 좋고, 사회생활과 결혼 생활도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육아에서도 아빠는 더 이상 보조자가 아닌 든든한 주체자가 되어야 합니다.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하죠. 또한 아이와 나누는 생산적인 대화는 아이 두뇌 발달에 중요합니다. 아빠가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할수록 아이는 의사소통이 뛰어나고 사회성이 좋은 글로벌 리더로 자랄 것입니다. 태아에서 6세까지는 아이의 두뇌 발달이 급속하게 이뤄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아빠는 아이의 두뇌 발달을 촉진하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5~6세 아이는 기억력과 사고력이 상당히 발달돼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나 상황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고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질문 놀이를 많이 하는 것이 5~6세 인지 발달에 가장 좋다. 이때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을 많이 던지면 아이는 상상력을 발휘해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도 한 번쯤 더 생각하게 된다.
“5세쯤 되면 아이는 상상해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림을 보고 그 내용을 유추해서 말하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미처 끝맺지 못한 이야기의 뒷부분을 상상하거나 그림의 내용보다 확대된 이야기를 상상해서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얘기를 하다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처음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거나 그림을 보여주며 원인과 결과를 추측해볼 수 있도록 질문하세요. 그리고 점차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발전시키면서 질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상상력이 발달합니다.”
아빠와 대화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가 논리적이고 창의적이 된다. 물론 아이와의 대화는 단순한 일상 대화도 필요하지만 어떤 문제나 현상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해결점을 찾는 대화도 필요하다.
김영훈 전문의는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주는 토론에 가까운 대화가 아이 두뇌 발달에 좋습니다. 아빠는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습관을 갖고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5~6세 아이는 아빠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아빠들! 아이에게 이런 말 절대 안 돼요
질문 놀이의 효과는 3~4세부터 발휘된다. 3~4세가 되면 자기만의 낱말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주변에서 배운 낱말들을 똑같이 사용한다. 아이들이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놀이’다. 그 속에서 큰 기쁨과 만족감을 얻는다. 4세가 되면 단순한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 표현한다. “집에 엄마가 없어서 여기 왔어요” 등 연결된 문장을 사용할 수 있어 상당한 수준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김영훈 전문의는 “4세에는 6개월 동안에 250개 정도의 새로운 단어를 습득해 가장 많은 대화를 습득하며 이 시기의 아이는 1,200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합니다. 특히 3~4세 아이는 자신의 경험 안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이른바 ‘자기중심적 언어’를 사용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하는 말을 상대방이 이해하든 못하든, 듣고 있든 않든 상관없이 현재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만을 반영해서 말합니다. 이때 가장 좋은 언어교육이 바로 질문하기 놀이입니다. 이 나이가 되면 지금까지 해왔던 ‘주위 사물에 이름 붙이기 놀이’에서 약간 변형된 새로운 형태의 놀이인 ‘질문하기 놀이’를 합니다. 질문을 할 때 잘 대답해주고 부모가 되묻고 하는 식으로 놀이를 하다보면 어휘력이 급격하게 늘어납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때 아빠로서 아이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아이에게 하는 아빠의 말은 아이의 가슴속에 평생 남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눈앞에서 썩 꺼져!” 꾸짖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너도 똑같이 사랑한다’는 것을 확실히 전해주어야 한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난 아이는 정직하고 솔직한 아이로 알아서 큰다.
“너 바보냐” 아빠의 마음은 항상 아이가 빨리 발달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아빠의 기대 수준으로 아이를 평가하기보다는 아이의 발달 과정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애는 잘하는데 넌 왜 못하니”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이 부모가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그러나 발달은 개인차가 많을 뿐 아니라 아이마다 자기가 잘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보다는 아이가 잘하는 것을 찾아내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귀찮으니까 저리 가라!" 아이들은 아빠와 같이 놀고 싶은데 할 일이 많은 아빠 입장에서는 일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혼자 놀면서 얻는 것보다는 부모와 놀면서 이루어지는 발달의 성취가 더 크기 때문에 아이를 귀찮아하는 것은 아이의 발달에 큰 장애가 된다.
“방법이 없는 아이로구나” 아빠는 아이에게 열등감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은 가능하면 하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아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이런 말은 아이로 하여금 자신감을 잃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 장난감은 너무 어린애들 것이잖아” 아이도 아빠와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 아빠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선택을 평가해 무시하기보다는 아이의 선택을 이해하고 좋아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두고 가버릴 거야”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할 때 협박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아이의 공포를 이용한 협박은 아이의 심리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불안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개방형 질문으로 아이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자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경청’이다. 아이와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가장 먼저 ‘대화’를 시작한다. 아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다면 부모는 아이와 효과적인 대화를 하기 어렵다. 또한 아이는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단어를 익히고 새로 알게 되는 단어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사고가 넓어지고 언어 능력이 길러진다. 이때 아이와 무작정 대화하기보다는 정확한 언어를 사용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각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알고도 실천하기 어려운 게 아이와의 대화다. “이게 뭐야?” “이건 왜 그래?” 하는 질문에도 성의껏 대답하기 힘들고 피곤함을 느낀다. 특히 3~7세는 아이의 호기심이 왕성해지는 시기로 갖가지 질문을 쏟아낸다. 이때 잘 답해주고 적절한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면 아이의 지능 발달은 물론 사회성 발달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질문 하나로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다. 아이가 뒷이야기나 다른 결말을 상상하도록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을까?”라며 다음 결말을 상상해보도록 한다. 아빠와 함께 TV 만화영화를 보았다면, “좀 전에 만화영화 주인공은 무슨 옷을 입었지?” 유치원에 다닌다면 “오늘 점심 반찬은 뭐가 가장 맛있었니?” “친구들이랑 블록놀이 할 때 뭘 만들었니?”라는 질문을 해서 평소 세심한 관찰을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또 아이와 함께 빵이나 쿠키를 만들었다면 “이 쿠키 모양은 무엇과 닮았지?”라거나 놀이공원에서는 “회전목마 탈 때 기분은 어땠니?”라며 표현력을 길러준다. 또 비가 내릴 때는 빗소리 하나만으로도 아이의 감각을 키워줄 수 있다.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들어봐. 무슨 소리 같니?” 하며 아이와 번갈아가며 하나씩 생각나는 것을 이야기해보자.
김영훈 전문의는 “아이는 스스로 질문해서 답을 요구하기보다 질문을 받아 스스로 깨쳐서 말하는 것에 성취감을 느낍니다. 아이 스스로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개방적인 질문을 하는 게 좋습니다. 이를 ‘도파민 교육법’이라고도 하는데 먼저 아이가 좋아하고 흥미로운 것을 하게 하면서 단계별로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며 대화를 하면 아이는 끊임없이 흥미를 느끼고 대화를 즐기게 됩니다”라고 강조한다.

오가는 질문 속, 상상력 날개 단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유독 난처한 질문을 던지는 여섯 살 현수. 얼마 전 대형 마트에서 “아빠! 남자들은 다 고추가 있는데 왜 여자는 없어?”라며 큰 소리로 질문하는 통에 아빠는 순간 움찔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이가 “빨리 말해달라”며 계속 재촉해대는 바람에 아빠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이렇듯 불쑥 언제 어떤 질문을 던질지 모르는 아이들의 습성에 부모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창피하다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모른다”고 얼버무리거나 “이따가 얘기해줄게”라며 대화를 피한다면 아이의 지적 호기심은 그 순간 거품처럼 사라진다. 부모와 아이의 오가는 질문과 대화 속에 우리 아이의 언어 능력은 춤추고, 상상력은 날개를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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