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소한 거짓말에 대한 고찰 1

조회 2447 | 2014-06-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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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안 되고 부모는 되고?

부모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모면하거나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무심코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아이는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말을 하는 부모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아이에게 하는 부모의 거짓말은 신뢰감 형성에 악영향을 준다. 부모가 주로 하는 거짓말을 짚어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알아보자.

부모는 종종 아이의 버릇을 고치거나 위험에서 보호한다는 이유로 거짓말을 한다. “말 안 들으면 경찰 아저씨에게 잡아가라고 할 거야”라거나 “저기 가면 무서운 호랑이가 있어” 등이 그 예. 어른들은 의식하고 하는 거짓말만 거짓말이라고 여기지만, 아이는 이런 모든 말을 거짓말로 받아들인다.
연세대학교 아동가족상담센터 김태은 상담위원은 “부모가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의의 거짓말이라 해도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이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는 어른과 똑같이 생각하는 존재지만, 있는 그대로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최선입니다”라고 말한다.

부모의 거짓말에 아이의 신뢰감은 깨진다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에요!”
어른들이 아이에게 하는 말은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셀 수 없이 많다. 부모는 종종 물건을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에게 “이건 내일 사줄게”라고 말하며 상황을 모면한다. 부모는 그 말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이는 귀신같이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 이때 부모가 자신이 했던 말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이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아이는 부모가 하는 말은 거짓이라며 불신을 쌓는다. 부모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며,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부터는 부모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믿지 못하고 계속 징징거리면서 확인을 하거나 불안해한다.
김태은 상담위원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의 불안감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믿고 기다리지 못하는 인내심이 약한 아이, 타인을 믿지 못하는 아이,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과 신뢰를 받기 힘든 아이로 자라죠”라고 말한다. 아이는 ‘부모도 나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약속을 지키겠어?’라는 생각에 약속이나 신용에 대한 개념이 생기지 않는다. 부모의 거짓말은 그 어떤 목적으로도 아이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가 무심코 하는 사소한 거짓말
부모는 아이를 통제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보호하거나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고 말한다.
김태은 상담위원은 “어른들은 약속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여 지키지 못한 많은 경험을 통해 약속을 잊어버린 상대를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그런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발달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말한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강렬한 원망이나 ‘거짓말 했어’라고 여깁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아이 앞에서 그 어떤 종류의 거짓말도 하지 않아야 한다. 부모는 괜찮다고 여기지만 아이는 어느 것이 거짓말인지 모르기 때문에 부모의 거짓말을 믿었다가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배신을 당했다고 여기거나 보는 그대로 따라 배우기도 한다.

① 인간관계의 요령으로 하는 거짓말                                      
만약 부모가 아이가 보는 앞에서 텔레마케터에게 온 전화를 받아 “집 주인은 지금 집에 없고 전 이 집에 온 손님입니다”라고 하는 거짓말을 하면 아이는 그것을 모두 다 보고 듣고 있다. 또 이웃이 가져다준 빵을 먹어본 뒤에 “설탕을 많이 넣어서 너무 달다”라고 말했던 엄마가 전화로는 “빵 잘 만드셨네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라고 말하거나 엄마가 직접 산 옷을 친구에게는 남편이 선물해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아이는 엄마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며 모두 다 기억하고 있다.
대다수의 이런 거짓말에 대해 부모는 필요 없는 통화를 빨리 끊기 위한 요령이거나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보호하거나 인간관계를 순조롭게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여길지 몰라도 아이는 거짓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렇듯 부모는 스스로 의식하지 않더라도 아주 사소한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에게 거짓말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② 아이와 놀이를 하면서 하는 거짓말                                    
아이와 함께 숨바꼭질을 할 때 아이가 고개를 불쑥 내밀어 엄마, 아빠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부모가 “우리 ○○가 어디에 숨었지? 아무리 찾아도 모르겠네”라며 일부러 모른 척을 한다면? 부모는 아이와 장난을 하기 위해 악의 없이 이런 말을 한다고 여길 것이다. 그리고 아이 또한 그 순간에는 기뻐한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의 거짓말에 속은 것은 아니다. 엄마, 아빠가 자신을 봤다는 것을 아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며 놀이를 하는 것이 용인되지만, 그 사이에서 아이는 거짓말을 배운다. 이럴 땐 차라리 “앗! 거기 숨었구나~ 엄마가 잡으러 가야지”라고 말하면서 천천히 잡으러 가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③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                                          
부모는 아이가 물건을 사달라고 떼쓰거나 다른 친구와 나눠 쓰려 하지 않을 때 “이거 내일 사줄게. 오늘은 그냥 가자” 또는 “친구랑 크레파스 나눠 쓰면 다음에 새것 사줄게”라고 말한다. 상황을 모면하거나 아이를 회유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무심코 한 말들을 모두 잊어버린다.
아이들에게 그 물건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 것이다. 자신이 아끼는 크레파스를 새것으로 사준다는 말만 믿고 꾹 참고 나눠 썼는데 엄마가 새것을 사주지 않는다면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쌓이며 부모의 말을 믿지 못하게 된다. 아이에게는 이런 작은 약속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아이들은 ‘거짓말’이라 여긴다.

이런 사소한 거짓말을 하는 부모를 보며 아이들은 거짓말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진실하지 못한 행실이 일상이 돼버린다. 아이들은 정직함이 오히려 갈등을 빚어낸다는 것을 배우고, 부정직함은 갈등을 쉽게 모면하는 길이라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이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상황과 자신의 비행을 감추려고 하는 거짓말의 상황을 똑같이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점점 쉬워진다. 부모가 “너 이 종이 딱지 어디서 났어? 엄마가 전에 사준 것 말고는 사지 말랬지?”라고 말을 하면, 아이는 이런 경우를 엄마의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처럼 느낀다. 그래서 아이는 “놀이방에서 친구가 몇 개를 줬어요”라고 말한다. 물론 아이 입장에서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단지 인간관계의 요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솔직함이 최선이다
아이에게 사소한 거짓말을 하는 순간에 ‘만약 내 아이가 어른이라도 내가 이렇게 거짓말을 할 것인가?’라고 생각해보자. 아이가 뭘 잘 모르기 때문에, 어리기 때문에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거나 잘 이해하지 못할 거라 여기며 모호한 말로 거짓말을 한 적은 없는가?
김태은 상담위원은 “많은 부모가 아이가 무능력한 존재라는 생각으로 무책임하게 거짓말을 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부모의 사소한 말을 어른들보다 더 잘 기억하죠. 일상이 복잡한 어른과는 달리 아이들은 별로 신경 쓰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는 자신이 듣는 말 하나하나가 진실이자 진리이므로 어떤 이유라도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이가 믿는 진실을 배반하는 거짓말이 됩니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유리 같은 존재다. 어른들처럼 세상에 찌들지 않았기 때문에 어른들이 솔직하게 다가서면 아이들도 솔직하게 대응한다. 숨길 것을 많이 만들지 말고 아이 앞에서 솔직한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해보자. 또 어른에게 말하듯 한마디의 말을 할 때도 신중하고 정확하게 하며, 꼭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되 만약 지키지 못할 때는 반드시 아이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때 아이에게 어른을 대하듯이 말하되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주면 된다.
만약 그동안 아이에게 무심코 거짓말을 하여 아이가 신뢰감을 가지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을 건네자. “그동안 엄마가 너에게 무책임하게 말하고 그걸 지키지 못했던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자기가 말한 것은 꼭 지켜야 하는 건데 말이야. 엄마가 앞으로는 너에게 약속한 건 꼭 지키려고 노력할게”라고 말하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솔직함은 우리 아이들의 말문을 트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뒤돌아섰던 아이도 다시 되돌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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