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키워주는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관심사다. 하지만 독서는 습관인 만큼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 법.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부모 역할과 가정에서의 독서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가 책을 가까이하기 위해 온 가족이 실천해야 할 생활 습관은 무엇일까?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자산인 독서 습관은 오롯이 부모의 역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있듯이 독서 습관 역시 부모의 솔선수범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읽어주고,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등의 꾸준한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아이의 독서 흥미가 쑥쑥 자랄 수 있다.
즐거운 책 읽기의 기본 전제는 아이가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책을 읽어주면서 책 자체에 친근감을 갖게 하고, 단 한 권의 책에서도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부모의 욕심이나 과도한 기대는 아이의 행복한 독서를 그르치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이에게 책 읽기가 즐거운 생활의 일부임을 느끼도록 해주는 온 가족 생활 습관에 대해 알아보자.
행복한 독서 습관, 부모 하기 나름이다
부모가 먼저 읽는다 | 아이는 부모를 본능적으로 모방한다.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보던 아이는 당연하게 책을 집어 든다. 반면 부모의 주변에 책을 두고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 좀 읽어라”라고 잔소리만 한다면 부모의 말에 당위성을 갖기 곤란해진다. 책꽂이에서 아이 스스로 책을 꺼내 읽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면 먼저 부모가 자신을 위해 고른 책을 재미있게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의 모범이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도서 목록을 만들어 붙여둔다 | 이달의 가족 도서 목록을 작성해 아이의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놓는다. 도서 목록을 작성할 때는 “여보, 당신은 이달에 무슨 책을 읽을 거예요?” “아빤 OO 책을 읽을 건데, 우리 OO는 무슨 책을 볼까?”라는 식으로 유도한다. 책을 다 읽으면 도서 목록이나 그래프 등을 만들어 체크해놓는다. “우리 ○○가 책을 제일 많이 읽었네”라고 칭찬하면서 ‘이달의 독서왕에게 주는 선물 또는 상’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요리나 필요한 선물을 해주면 더 즐겁게 실천할 수 있다.
가족 독서 시간을 정해 책을 읽는다 | 온 가족이 함께 정기적으로 독서 시간을 갖는다. 아빠는 신문, 엄마는 잡지를 읽거나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등 시간을 정해서 함께 독서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독서 습관이 잡힐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책 읽는 시간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상관없지만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부모가 직접 읽어준다 | 짧게는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좋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다정하게 책을 읽어주자. 아이에게 들려지는 부모의 목소리는 부모와의 친밀감과 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해주며, 실제로 어휘력과 문장력 발달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엄마, 아빠 품에 있다는 것만으로 아이는 그림책 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 부모와 교감하는 것을 스스럼없이 즐거워한다.
도서관을 자주 방문한다 | 도서관에서는 아이 스스로 책을 찾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때 아이 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보이는 분야를 자유롭게 탐구하고 접근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가까운 도서관에서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어 각자 읽고 싶은 책을 빌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집의 책장 한쪽을 비워 도서관 대출책 코너를 만들고 대여 기간 동안 꾸준히 읽는 시간을 가지면 아이는 놀이처럼 책 읽기를 재밌어 할 것이다.
독서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 동네 도서관, 보건소, 문화센터, 서점 등에서 하는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전문가 선생님이 읽어주는 동화 구연이나 스토리텔링 등 아이의 책에 대한 흥미가 배가될 만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강사들이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방법이나 어떤 기준으로 그림책을 고르는지 등을 눈여겨볼 수 있어 부모에게도 일석이조다. 특히 도서관의 경우 독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인형극, 영화 등을 관람할 수 있고 각종 전시회가 열리기도 해서 부모들의 호응이 뜨겁다.
책에 맛들이게 하는 독서 환경
거실을 서재로 꾸민다 | TV 대신, 또는 TV와 함께 거실 한쪽에 넓은 책장을 마련해 서재처럼 꾸며보자. 책장에 아빠 책 코너, 엄마 책 코너, 아기 책 코너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기 책 코너는 아기 스스로 책을 꺼내고 다시 갖다 꽂을 수 있는 위치로 정한다. 공간에 여유가 있다면 아기가 바른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편안하고 아늑한 의자와 책상을 놓아주는 것도 좋다. 책 읽기에 적당한 밝기의 조명과 조용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도 준비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어디든지 책이 있도록 해준다 | 책꽂이에 꽂아놓는 것보다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책을 놓는다. 아이가 노는 공간에, 식탁 위에, 거실에, 유아 변기 옆 등에 그림책을 3~4권씩 놓아서 언제라도 아이가 원할 때는 쉽게 손을 뻗어서 책을 가까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만약 아이가 책을 보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고 격려해준다.
책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진열한다 | 아이가 직접 손이 갈 수 있는 책장의 위치에 아이의 나이에 맞는 책을 놓는다. 만약 부모의 욕심으로 나이에 맞지 않는 책을 놓는다면 오히려 아이가 책을 멀리할 수 있으니 유의할 것. 또한 책꽂이에 책을 정리할 때는 순서나 크기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은 보기에는 좋지만 자칫 장식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크기나 두께, 순서 여부에 상관없이 아이가 언제든지 손쉽게 꺼내어 읽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고려해 책을 진열하는 것이 좋다.
책 표지가 잘 보이게 정면으로 꽂아둔다 | 책장에 책을 꽂을 때 철제 책꽂이 등을 이용해 책 표지가 잘 보이도록 정면으로 진열해보자. 아이의 눈에 쉽게 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갖고 한 권이라도 더 읽게 된다. 또한 책을 다 본 뒤에 스스로 정리 정돈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데도 요긴하다.
TV, 이별할 수 없다면 공존하라
아이의 독서 습관을 방해하는 요소 중 가장 손꼽히는 것으로 TV를 빼놓을 수 없다. 쉬는 날 TV를 부여잡고 종일을 뒹구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심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내와의 말다툼은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 돼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습관처럼 TV를 틀어놓는 엄마의 모습도 아이의 책 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건 마찬가지다. 또는 집안일을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아이를 TV 앞에 앉혀두거나 아이에게 부대끼지 않고 편안한 시간을 가질 생각으로 TV 채널을 맞춰주고 있는 사례도 남의 집 일만은 아닐 터. 아이의 정서와 생활 습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듯해 변화를 주고 싶으면서도 막상 TV 없는 거실은 상상하기 힘들다.
유아 때부터 TV 노출이 잦으면 언어․읽기 능력이 저하될 수 있으며, 그 맛에 길들여져 진득한 기다림이 필요한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기 어렵다. 아이의 독서 습관을 위해 TV를 없애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어렵다면 공존하면서 TV 시청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 TV를 거실에 놓지 않고 다른 방으로 배치하거나 문이 달린 진열장에 넣어두어 아이가 이전보다 TV를 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또는 부모가 TV의 유혹을 견뎌내기 위해 과감하게 케이블 방송을 끊거나 TV를 안 볼 때 코드를 뽑아놓는 것도 TV 시청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TV 시청은 뉴스, 다큐멘터리 등 가족이 함께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정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볼 수 있도록 계획을 짜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