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가 마음을 전하는 수단 ‘신체 언어’

조회 2130 | 2014-07-0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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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알아들을 거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
아이는 자신의 상태를 말로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거나 시선을 돌리고 발을 구르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낸다.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아이의 감정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몸짓, 얼굴 표정 등의 신체 언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무심히 넘기지 않고 예민하게 포착하여 반응해줘야 아이 언어 능력의 기초를 잘 닦을 수 있다.

10개월 된 지훈이의 아빠 김성환(33) 씨는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기를 범보의자에 앉혀둔다. 아빠는 지훈이를 보며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고 힘들다는 표정을 하면서 “지훈아, 아빠가 설거지하는 동안 잠시만 의자에 앉아 있어줄래”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울음을 터뜨리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던 아기가 나중에는 주먹을 쥐고 꾹 참는 표정을 하고 기다리더라는 것. 성환 씨는 자기를 이해해주는 아기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고 말한다.
아이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눈빛이나 표정, 의성어, 몸짓 같은 다양한 신체 언어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표현한다. 그런데 신체 언어는 말로 표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무엇을 표현하려는지 정확히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정아동청소년발달센터 이정은 원장은 “아이의 신체 언어가 어떤 의미인지 알기 위해서는 예민하게 봐야 합니다.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신경을 쓴다면 아이의 신체 언어를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소리를 지를 때 기쁜 건지, 화가 나서 그런 건지 등 사소한 차이를 알아채야 아이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죠. 특히 아이가 30~36개월이 될 때까지 아이의 신체 언어에 민감하게 반응해주면 언어 능력이 뛰어난 아이로 자랍니다”라고 조언한다.

아이의 신체 언어에 충분히 반응해줘야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3~4세까지의 아이들은 감정 표현이나 원하는 것을 다양한 신체 언어를 통해 표현한다. 아이가 보내는 무수한 신체 언어를 별생각 없이 보면 그냥 스쳐 보내기 쉽다. 부모가 아이의 몸짓을 예민하게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자극을 주어야 아이의 언어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아이의 신체 언어는 몸짓, 손짓, 소리는 물론이고 시선에서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아이의 마음이나 욕구를 잘 알아채기 위해서는 사소한 행동까지 유심히 봐야 한다. 아이가 시선을 돌리거나 고개를 숙이는 행동을 할 때 아이가 화가 나서 그런 건지, 무서워서인지 자세히 살펴본다. 그리고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언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도 신경 써서 봐야 한다. 이정은 원장은 “엄마가 아이를 안고 서 있을 때는 울지 않다가 앉았을 때 심하게 울었다면 아이는 엄마가 앉는 게 싫다는 의미입니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는 물론이고, 언제 그 행동이 나타났는지도 신체 언어를 알아채는 데 좋은 실마리가 되죠”라고 말한다.
아이가 신체 언어를 보일 때는 무엇보다 충분히 반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신체 언어에 반응해주면 더욱 많은 표현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체 언어로 표현을 잘하고 그것을 엄마가 잘 받아주면 아이는 의사소통을 하는 데 의욕을 느끼고 언어 능력의 기초를 기를 수 있다. 아이와 부모 사이에서 신체 언어가 잘 통했을 경우, 시간이 지나 말까지 하게 되면 ‘아 하면 어’ 하는 정도로 마음도 잘 통해 의사소통이 원활해진다. 또한 부모가 자신의 의사 표현을 잘 받아주고 민감하게 반응해주면 아이는 더 섬세하고 풍부한 표현력을 지니게 된다.
특히 내성적인 아이의 경우 눈을 돌리거나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이는 등의 사소한 행동도 유심히 봐야 한다.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반응을 적극적으로 해주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해준다는 느낌을 받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어 내성적으로 타고난 아이라도 자기표현을 잘할 수 있다.
이정은 원장은 “만약 아이가 신체 언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혼자서 놀기만 한다면 평소 부모가 아이의 신체 언어에 잘 반응을 해주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소극적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표현을 해도 부모의 반응이 별로 없다거나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면 아이는 표현하고자 하는 의욕을 잃게 됩니다. 그러면 점점 부모에게 의사표현을 할 의지를 가지지 못해 혼자서 놀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아이의 신체 언어 능력 길러주기
일상에서 신체 언어를 충분히 표현한다_ 사실 부모는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신체 언어를 주고받고 있다. 아빠가 출근할 때 아이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 “아빠에게 인사하자. 바이바이~”를 한다거나 “그건 안 돼” 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거나 “안녕하세요”라고 할 때 고개를 숙인다든지 하는 것들이 모두 신체 언어다.
이정은 원장은 “부모는 아이에게 신체 언어를 하며 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는 고개를 가로젓는 행동과 ‘그건 안 돼’라는 말의 뉘앙스를 함께 들으며 자기도 모르게 의사소통 표현을 익힐 수 있죠. 또 아이가 배가 고파서 울 때 ‘배고파? 꿀꺽꿀꺽 우유 먹을까?’라고 말하며 우유를 마시는 시늉을 하면서 말을 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이런 몸짓이나 손짓을 통한 소통이 활발해지면 아이와 부모 사이에 통하는 특별한 신체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죠”라고 말한다. 생활 속에서 다양한 말을 할 때 신체 언어를 함께 해주면 아이가 다양한 표현을 익히는 데 좋다.  
아이가 신체 언어로 표현할 때는 눈을 맞춰준다_ 아이가 신체 언어를 표현할 때는 아이와 눈 맞춤을 하면서 반응해준다. 아이가 울면서 엄마를 바라볼 때 왜 우는지를 알아차린 뒤 “물 마시고 싶어?” “기저귀가 젖었어?” “엄마가 안아줄까?” 하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말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설거지를 할 때 아이가 울면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래그래 알았어. 설거지 다하고 안아줄게”라고 말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때 아이는 말의 뜻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표현이 받아들여지지 못했다고 여길 수 있다. 아이를 쳐다보고 눈을 맞추고 그에 맞는 표정과 행동을 보여주면서 말을 해야 아이는 자신의 신체 언어가 받아들여졌음을 느낀다.
신체 언어에 대해 빨리 반응을 보인다_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일 때 빨리 눈치채고 반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작은 행동을 보였을 때 엄마가 반응해주지 않으면 점점 더 격한 행동을 하는데, 아이가 강하게 행동했을 때야 엄마가 알아차리면 아이는 점점 더 거칠고 강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나중에는 사소한 표현도 과격해져 아이는 물론이고 엄마도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아이를 세심하게 보고 신체 표현을 하는 초기에 반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의 신체 표현에 대한 반응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아이에게 안 된다고 말할 때는 단호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허용해줄 때는 웃는 표정과 부드러운 목소리를 사용해야 아이가 헷갈리지 않는다.
아이의 신체 표현은 받아주되 행동은 제한한다_ 아이의 마음은 읽어주되 행동은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아이가 신체 언어를 통해 바라는 것이 아이에게 위험하다거나 안 되는 것이라면 설명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포크에 손을 뻗으며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애절한 눈빛을 보인다면 엄마는 “포크를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구나. 신기하게 생겼다 그치? 그런데 포크는 뾰족뾰족하잖아. 그래서 다칠 수 있어. 그러니까 포크를 가지고 노는 건 안 돼”라고 정확하게 말해준다. 아이가 이런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 없다 하더라도 말 속에 담긴 뉘앙스는 전해 받을 수 있다.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충족감을 얻어 원하는 것이 제지당하는 것을 참을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이정은 원장은 “아이가 우는데 막연히 울지 말라고 한다거나 소리를 지른다고 무조건 지르지 못하게 한다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신체 언어가 제지당하면 마음속에 울분이 맺히며 점점 속으로 쌓이죠.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보이는 신체 언어는 무조건 윽박지르기보다는 그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아이 발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아둔다_ 신체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발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의 행동이 발달상의 특징인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아이가 손가락을 빠는 시기에는 구강기로 빠는 욕구가 강한 것일 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행동을 두고 아이가 잘못된 건 아닌지 하고 손가락 빠는 것을 무조건 막는다면 아이는 욕구불만이 쌓인다.


부모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아이는 자신이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부모가 표현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배우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모도 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힘든데도 그걸 꾹 참고 억지로 웃어 보이면 아이는 자신도 감정을 숨겨야 한다고 무의식중에 받아들일 수 있다.
엄마가 아이 때문에 힘들다면 힘들다는 표정을 보이면서 “○○야~ 엄마가 어깨가 너무 아파서 좀 쉬어야겠어. 여기 잠깐만 쉬자”라고 이야기하고 아기를 뉘어놓는 것도 필요하다. 아기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말 속의 뉘앙스를 전달받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계속 울더라도 이런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다보면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받아들인다. ‘저런 방식으로 말할 때는 엄마가 피곤해서 나를 바닥에 놓아둔다는 뜻이구나’라는 걸 알게 되면 나중에는 바닥에 뉘어도 잘 울지 않는 것이다.
이정은 원장은 “평소에 부모가 아이의 욕구를 잘 들어주고 신체 언어에 반응을 잘해주었을 때 아이도 부모의 마음을 이해해주려 합니다. 아기는 평소 충분히 욕구를 충족 받았기 때문에 가끔은 부모의 상태를 참아주거나 기다려주기도 하는 것이죠”라고 말한다. 만약 부모가 평소에 반응을 잘해주지 않았다면 아기는 부모가 피곤하다는 말투로 아무리 말해도 전혀 반응이 달라지지 않는다.
부모가 자신의 상태를 신체 언어로 표현할 때는 표정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말과 신체 언어로 표현할 때는 손짓이나 눈빛 표정을 평소보다 더 과장되게 하도록 한다. 부모의 모습을 통해 아이는 어떤 감정일 때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감정을 풍성하게 느낀다. 손동작이나 표정이 풍부한 외향적인 부모의 경우 평소처럼 하면 되지만, 내성적인 부모의 경우에는 일부러 더 신경 써서 표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Tip_ 아이가 좋아하는 일반적인 신체 언어
전화하기_ 주먹을 쥔 상태에서 오른손을 올려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편 뒤 귀 옆으로 갖다 댄다.
책 보기_ 두 손바닥을 펴서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한 뒤 양쪽으로 붙인다. 붙인 두 손을 접었다 폈다 한다.
토끼_ 두 손을 머리 양쪽으로 올린 뒤 쫑긋거리듯이 접었다 폈다 한다. 조금 더 큰 동작을 하고 싶을 때는 깡충깡충 뛰면서 하는 것도 좋다.
사랑해요_ 두 팔을 가슴에 얹고 어깨를 번갈아가며 약간씩 앞뒤로 흔들어준다.
화가 나다_ 두 손의 검지를 펴서 머리 양쪽에 댄다. 흔히 말하는 뿔난 상태를 만들어 사용한다.
무섭다_ 두 손바닥을 펴서 손가락을 오므리고 눈을 가린다.
먹다_ 한 손은 약간 모아서 접시 모양으로 만들어 앞에 놓고, 다른 한 손은 숟가락을 쥔 모양처럼 만들어 접시 위에서 떠먹는 모습을 흉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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