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혼자 자도록 훈련시켜야 하는가. 엄마들이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입니다.
최근에는 아기를 혼자 잠이 들도록 실행에 옮기는 엄마들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아기가 혼자 자야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미국의 이론을 들여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외람되지만 필자의 개인 경험을 먼저 얘기하겠습니다. 30년 전 쯤 미국에서 첫아이를 낳았을 때는 소아과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소아과교수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아기를 키우려고 했지요. 시간 맞춰서 먹이고 밤에는 부모와 따로 재우면서 시간이 되면 아기 침대에 들여 놓고 불을 끄고 나와야 하고 운다고 금방 달려가지 말아야 하고 등등. 아주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둘째 아이는 소아과가 끝난 후 소아정신과 공부하면서 낳았고 셋째 막내는 소아정신과를 끝마치고 낳았지요. 소아정신과에서는 육아의 방법이 소아과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소아의 심리 발달에 기초를 두었고 무엇보다 아기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소아정신과식의 육아는 우리나라 전통의 육아와 아주 많이 흡사했습니다. 아기가 잠이 들 때에는 옆에서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이 좋고 대소변훈련도 스트레스가 되지 않게 융통성을 갖고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 좋고 아기를 많이 안아주라고 하고 등이었습니다.
먼저 아기를 혼자 자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기들은 지금의 오늘이 지나고 잠에서 깨면 내일이 온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약간의 이론이 있기는 하지만 만 3세쯤 되면 내일이라는 개념이 생긴다고 합니다. 누구나 잠이 오고 졸리기 시작하면 우리의 오감은 조금씩 둔해집니다.
아기의 느낌으로는 엄마가 잘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거지요. 그럴 때 아기는 불안해집니다. 아직 내일의 개념을 확실히 알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엄마가 멀어진다는 건 아주 불안한 일이지요. 이러한 불안감은 아기가 자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나 잠투정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어떤 아기는 무거워지는 눈까풀을 억지로 뜨고 있으려고 노력하기도 하지요. 곰 인형을 안거나 자신의 담요를 꼭 끌어안고 심리적 애착을 갖게 되는 것도 이러한 불안감을 혼자의 힘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입니다.
물론 잠이 올 때에 손가락을 더 열심히 빠는 것도 같은 맥락이구요. 이렇게 잠이 올 때 아기가 느끼는 불안감을 엄마가 다독거려 주어야 합니다. 따뜻하게 엄마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 주고 안심을 시켜주고 언제나 엄마가 곁에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어야 하는 거지요. 우리나라처럼 업고 재워도 좋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아기를 토닥거리면서 노래를 불러 주는 것입니다. 제발 밤마다 자장가를 불러 주라고 엄마들께 얘기하면 ‘아, 자장가 테이프가 집에 있는데' 하십니다. 테이프 말고 엄마의 육성으로 노래를 불러 주십시오. 그리고 아기가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십시오.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 놓고 아기에게는 우유병을 주어서 혼자 우유병을 빨면서 잠들게 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약간 어둑컴컴하고 조용한 곳에서 잠이 더 잘 오겠지요.
그 다음은 아기의 울음입니다. 우는 아기는 반드시 즉시 엄마가 가보아야 합니다. 아기는 말도 못하고 울음이 아주 중요한 대화방법입니다. 대화 중에서도 급하게 도움을 청하는 대화이지요. 어쨌건 우는 아기를 달래고 왜 우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미국 소아과의사 중에는 아기가 울 때 즉각 가지 말고 뜸을 들였다가 가라고 하거나 아주 심하게는 아기에게 약을 먹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연구 논문도 있습니다. 아기가 귀찮게 많이 울면 그 옆에 진공청소기를 틀어 놓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기의 입장이 되여 보십시오. 배가 고파서 또는 엄마 손이 그리워서 아니면 그냥 외로워서 울었는데 엄마는 아주 한참 만에 오거나 진공청소기 소리가 크게 나면 아기는 일단 놀라고 이런 경험들이 여러 번 반복되면 아기는 실망하고 이 세상을 믿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으로 아기는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보다', 또는 ‘나는 별 볼일 없는 인간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소아정신과 의사도 있습니다.
아기가 태어난 후 첫 일년 동안의 심리 발달 중 가장 중요한 과업은 이 세상을 믿고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기본 신뢰감(basic trust)라고 명명한 전문가도 있고요.
이 기본 신뢰감은 일단 엄마를 향한 신뢰감이고 범위를 넓히면 세상 전반에 대한 신뢰감이 됩니다. 뿐 만 아니라 앞으로 사람들을 만나서 인간관계를 맺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대인 관계의 기초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본 신뢰감은 출생 후 첫 해에 많이 이룩된다고 봐야 합니다. 기본 신뢰감을 단단히 쌓아 올리는 것이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이나 식구들은 아기가 처음부터 탄탄한 기본 신뢰감을 구축해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 가지 구체적 방법이 있습니다만 밤에 혼자 불안에 떨면서 잠이 들지 않도록 토닥거리는 것도 또 아기가 울 때에 가서 들여다 보는 것은 기본 신뢰감을 쌓아 가는 구체적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아기의 입장을 헤아려 주고 아기가 혼자 힘으로 못할 때에는 달려가서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기가 기본 신뢰감을 구축하고 원만한 성격으로 성장하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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