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워킹맘의 개조 프로젝트.

조회 1884 | 2014-02-1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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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소재와 탠저린 오렌지빛 그림을 감각적으로 매치한 이 집은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집주인 김인영 씨는 시댁에 살면서 4년 동안 자기 집 개조를 준비했다. 직접 디자인 시안을 잡고, 시공 업체를 선정하고, 패브릭과 소품까지 훌륭하게 매치한 워킹맘의 열정적인 리모델링 스토리.
원하는 스타일대로 개조하는 법

1. 그녀가 한눈에 반했다는 오렌지빛 그림은 이용석 작가의 ‘식물원’. 프라이어스 아트(02·545-4701)에서 구입했다.
2. 현관 신발장은 눌러 열도록 디자인해서 마치 벽처럼 깔끔하다. 식탁 뒤 파티션 끝에 자작나무 판을 2장 세워 디자인적인 재미를 주면서 답답한 감을 덜었다.
3. 그녀의 작업 테이블이기도 한 6인용 식탁 뒤로 자작나무 파티션을 세웠다. 이곳은 앞으로 컬러풀한 그림으로 장식해볼 생각이다. 본래 있던 ㄱ자 주방은 아일랜드 테이블을 시공해 11자로 구조 변경하고, 키큰장을 짜 넣어 수납 문제를 해결했다.

스타일리스트에게 맡기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인테리어를 해볼 욕심이 있다면 그녀의 방법을 참조해볼 것. 그녀는 개조 공사를 논리적으로 접근했다. 일단,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머릿속에 있는 집에 대한 막연한 개념부터 정리한 것. ‘집’ 하면 막연히 떠오르는 단어들을 쭉 적어가며 ‘편안함, 마당, 아이, 나무, 돌, 흙, 브라운, 이불, 리넨’이라는 낱말들을 바탕으로 내추럴이라는 아우트라인을 잡았다. 그리고 틈틈이 잡지, 영화, 호텔 사이트 등 주거 공간이 등장하는 모든 매체를 뒤져 맘에 드는 공간 사진들을 스크랩해 구체적인 스타일을 찾아냈다.
그녀의 집을 고친 오상화 실장은 집주인이 침실, 거실, 주방, 화장실 등 각 공간마다 최소 5~6장씩의 샘플 시안을 내놓아 놀랐다고 한다. 구체적인 사진들 덕분에 집주인과 디자이너 사이의 의사소통이 수월해졌고, 몰딩, 손잡이 등 소소한 디테일까지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시공할 수 있었다. 결국 이런 사전 작업은 공사 중간에 불거질 수 있는 오해나 이것저것 다 맘에 들어 혼란이 오는 상황을 막아 개조 공사가 수월해지도록 돕는 것.

 

호텔에서 힌트 얻은 멀티 플레이스
바느질 좋아하는 아내는 작업실이 있었으면 좋겠고, 음악이 취미인 남편은 AV룸이 필요했다. 아이방도 당연히 필요하고, 거실, 주방, 침실은 살림집의 기본 요소다. 125m2(37평), 방 3개짜리 아파트에서 김인영 씨는 이 모든 공간을 마련했다. 침실이지만 TV, 책상, 티 테이블을 갖춰놓은 호텔 룸에서 힌트를 얻은 것. 그녀의 집 안방에서는 잠도 자고, 책도 읽고, TV도 보고, 한쪽에 앉아 차도 한 잔 할 수 있다. 거실은 음악이 취미인 남편을 위한 AV룸이자 서재, 가족실로 꾸미고, 주방에는 6인용 식탁을 두어 다이닝 룸이자 자신의 작업 코너가 되도록 했다. 다섯 살짜리 딸 민진이 방에는 침대 대신 라텍스 매트리스를 두어 넉넉한 놀이 공간을 확보했다.

 

리빙에 관심 많은 워킹맘

1. 거실 전면에는 책장과 책상을 배치하고 전동 스크린을 달아 서재, AV룸, 가족실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자작나무 책장은 직접 디자인해서 퍼니그램에서 제작했다.
2. 거실 소파 맞은편 양쪽으로 세덱에서 구입한 1인용 소파를 배치했다.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로즈메리 화분도 집주인이 직접 가드닝한 것.
3. 소나무 선반과 느릅나무 덧문으로 인테리어한 침실은 집 안의 어느 공간보다 내추럴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침구는 퀸사이즈보다 일부러 약간 크게 맞춰서 매트리스를 덮도록 주문 제작했고, 선반을 두른 벽의 차분한 스카이 블루 컬러도 그녀가 직접 선택했다.

집에 놓인 스타일리시한 화분들은 그녀가 직접 가드닝한 것이고, 안방과 아이방의 세련된 컬러의 침구와 쿠션들도 원단 선택부터 디자인까지 그녀가 결정해 주문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대화를 할수록 그녀는 여느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만큼 인테리어 관련 지식이 풍부하고, 기자도 처음 들어보는 공법이나 인테리어 브랜드들도 꿰고 있어 놀라웠는데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대단했다.

 

디자이너의 도움말
벼르고 별러온 리모델링을 위해 김인영 씨는 미리 찾아둔 시안을 들고 동네 인테리어 업자부터 잡지에서 본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건축사무소까지 족히 10여 개의 업체를 만나 상담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대학 선배인 오상화 실장을 만나 공사를 맡기게 되었는데 둘 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우면서 자연스러운 인테리어 취향이 일치해 신나게 개조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완성된 집을 놓고 보니 이들이 인테리어와 관련 없는 ‘전산학과’ 출신이라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그간 열심히 공부(?)를 해온 집주인은 공간별 사진 시안과 함께 주방 상부장 떼어내기, 주방에 작업대를 겸한 6인용 식탁 두기, 몰딩 없애기, 문틀은 천장이 높아 보이도록 천장까지 연장해 시공하기(첫 번째 페이지 사진 참고) 등 꽤 구체적인 위시 리스트를 내밀었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집주인이 미처 생각지 못한 수납 및 동선, 실용성, 소소한 마감에 관련된 문제를 보완해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세탁기를 두기에는 다용도실이 비좁아 고민이었지만 그렇다고 베란다 빗물관으로 하수가 내려가면 불법이니 베란다에 둘 엄두는 못 내고 있었는데 하수관을 안방 화장실로 빼는 공사를 해주었고, 주인 욕심대로 6인용 식탁을 두자니 냉장고 둘 공간이 마땅치 않자 드레스 룸의 창턱을 허물어서 다용도실에 냉장고 넣을 자리를 마련했다. 주방 키큰장의 상단 몰딩을 없애 고급스럽게 마무리한 것은 공사를 해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노하우다.

 

모던하게 풀어낸 풍수 인테리어

1. 오렌지와 라임 컬러로 산뜻하게 인테리어한 딸아이의 방. 책장과 장난감 서랍의 동글동글한 구멍은 ‘핀 아트’라는 시공법으로 자작나무에 모양을 낸 것이다.
2. 여닫이 벽장문을 미닫이로 바꾸고 철판을 깔아 자석도 붙는 칠판으로 만들었다. 손으로 매만진 듯한 느낌의 자동차 장식도 그녀가 오래전에 구입해둔 소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던한 그녀는 엉뚱하게도 은근히 풍수를 믿고, 실제로 가구나 소품을 배치할 때 이를 적용하기도 했다. 거울을 현관 오른쪽에 두느냐 왼쪽에 두느냐에 따라 애정운과 금전운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발장을 옮길까도 심각히 고민했다고 털어놓는다. 현관 거울이 지나치게 크면 안 좋기 때문에 아랫부분에 돌과 식물을 두었고, 모서리에는 나쁜 기운이 모이기 때문에 바닥 등과 초로 환하게 밝혔다. 안방 중앙에 침대를 배치한 것도 벽이나 모서리에 닿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고, 헤드 보드 대신인 선반의 높이를 나지막하게 시공한 것도 풍수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이었다. 기자가 감탄했던 거실에 놓인 화초도 잎이 큰 화분이 있으면 좋다기에 둔 것이었다. 평소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 풍수 인테리어가 이렇게 모던하게 풀린 것이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다.

4년 넘게 취미 삼아 리빙 관련 여러 분야를 섭렵한 그녀가 집을 고치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샘플로 꼽은 것은 ‘호텔’. 그저 인터넷에 감사할 뿐이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해외 호텔 사이트를 줄줄 읊었는데, 그녀가 꼽는 최고의 호텔 사이트는 세련된 프로방스풍, 내추럴 콘셉트의 샤토 위제 호텔(www.chateau-uzer.com), 갤러리 같은 세인트 마틴스 레인 호텔(www.stmartinslane.com), 빈티지한 첼시 호텔(www.chelseahotel.com) 이렇게 3곳이다. 그녀의 블로그(blog.naver.com/ceint_home)에 가면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위해 열심히 다녔던 해외 브랜드 사이트나 시안을 잡았던 사진 등 방대한 자료를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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