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지만 꼭 거쳐야 하는 관문
성교육, 어떻게 시작할까?
요즘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에서 송종국이 딸에게 성교육을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절대 아무나 안아주면 안 되고, 누가 안으려고 하면 “싫어!”라고 정확히 표현하라는 것. 딸바보인 그가 시도 때도 없이 아이를 안아주다 보니 딸아이도 오빠를 안거나 안기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아빠의 단호한 태도에 수긍하기는 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3세 전후부터 유아에게 성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유아 성교육은 성에 대한 지식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성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문제인 만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어릴수록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하다. 부모 중 한 명에게 미루고 나 몰라라 한다거나, 뜬금없이 앞에 앉혀 놓고 설명하는 부모들은 유아 성교육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탁틴내일청소년문화센터의 정태경 실장은 부모가 성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다면 유아 성교육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한다. “우선 부모부터 성별에 대한 고정 관념이 없어야 합니다. 부모로부터 전해진 성별에 대한 틀이 왜곡되어 있을 때 자녀 또한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모 준비를 할 때부터 성교육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 자신이 먼저 성교육을 통해 마음을 열어 놓아야 아이도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부모의 태도에 따라 성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말할 수 없는 것인지 인지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효과적인 성교육 지도법
1.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심어준다
몸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성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이 성에 대해 부끄럽다고 생각하면 아이도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는다. 내 몸의 소중함과 함께 친구와 주변 사람들의 몸의 소중함도 알려주도록 한다.
2.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알려준다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 안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괜히 잘 노는 아이를 불러서 성교육 한다고 음경, 고환, 자궁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말해줄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활 속에서, TV를 보다가 뜬금없이 아이가 질문하거나 일상생활 속에서 성에 관한 단어가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3. 곤란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는다
아이가 곤란한 질문을 했을 때 “몰라도 돼!”라고 회피하거나 얼굴이 굳어지는 등 당황해서는 안 된다. 좋은 질문이라고 칭찬한 후 “그것이 왜 궁금한데?” 역으로 물어보거나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라고 질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그리고 아이의 답변에 대해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모를 때는 “전문가 선생님한테 물어봐서 알려줄게”라고 답변을 미루고, 나중에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4. 성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유아를 위한 성교육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아이의 관심도를 파악하거나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인형극으로 성에 대해 알려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아이 눈높이에 맞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5. 부모가 일관되게 행동한다
엄마는 목욕시키고 난 후 속옷을 입혀서 거실로 내보내는데, 아빠는 속옷을 입지 않고 그대로 거실로 나와 나체를 보여주면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부모가 서로 의견을 많이 나누고 일관된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연령 단계별 성교육법
몸의 이름을 제대로 알려준다
부모가 성별에 관계없이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남자아이나 여자아이 중 한 성을 편애하거나 성을 바꿔 여장이나 남장을 시키는 등 성별에 따라 차별하는 행위는 아이에게 잘못된 성 고정관념을 심어 줄 수 있다. 여자아이에게 예쁘다면서 “미스코리아에 나가라”고 하거나 남자아이에게 “장군감이네!” 등과 같이 부모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말들도 주의해야 한다.
또 생활 속에서 아이를 목욕시키거나 옷을 갈아입힐 때도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다. 눈, 코, 입, 단어를 가르칠 때 배꼽, 배꼽 밑에 소변 나오는 곳 ‘음경’, 아기씨가 만들어지는 곳 ‘고환’ 등과 같이 정확한 성기 명칭을 알려줘야 한다. 아기를 열 달 동안 키우는 곳 이름은 ‘자궁’, 아기가 나오는 길 ‘질’ 등을 손가락 발가락을 설명하듯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면 된다.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게 한다
3~4세 무렵 언어가 트이기 시작하면 남녀의 차이를 느끼고 성 고정관념이 생기기 시작한다. 사물의 지각과 동시에 언어로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왜 나는 고추가 없어?”, “나는 왜 서서 오줌을 눠?” 등 남녀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한다. 이때 남녀의 신체적인 차이를 설명하고 아이의 질문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해야 한다. 신체적 특성에 따라 남녀를 구분하고 대소변을 보는 방법과 행동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아이가 성별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이성 부모보다는 동성 부모가 목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성의 부모가 좀 더 세밀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매라고 해서 굳이 따로 할 필요는 없고, 연령에 따라 아이 수준에 맞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 역할을 알려준다
아이의 심도 있는 질문에 피하지 말고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라는 질문에 “마트에서 주워 왔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아이마다 차이가 있지만 5~6세에게는 “엄마 몸과 아빠 몸에 있는 아기씨가 만나면 아기가 된다” 정도로 설명하는 것이 적당하다. 부모가 성 역할에 있어서 모범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모습을 흡수하고 머릿속에 영상 자료처럼 남게 된다. 남녀의 성 역할에 차이가 있을 뿐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느끼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