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아이, 밖에서 침묵하는 이유

조회 3592 | 2014-05-0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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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무언증의 모든 것
집에서는 가족과 재잘재잘 수다 떨기 좋아하는데, 밖에만 나가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아이. 수줍음을 타거나 낯가림을 하는 정도를 벗어나 말을 아예 하지 않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이가 사회에 나가면서 겪을 수 있는 긴장감과 불안감. 선택적 무언증은 건강한 마음과 야외 신체 활동이 해결 방안이다.

#1. 5세 여자아이 지수(가명)는 집에서는 자유롭게 말을 하는데, 유독 어린이집에 가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뛰어노는 것도 거의 하지 않고 얌전히 있기만 해서 지수 엄마는 아이에게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많았다. 결국 소아청소년정신과를 찾은 지수. 상담을 받는 중에도 지수는 행동이 많이 위축되어 있었고, 얼굴 표정이 별로 없어 생기를 잃은 상태였다. 운동 발달도 늦은 편이라 감각통합치료와 심리치료를 받은 후에야 다시 밝아진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2. 6세 남자아이 현빈(가명)이는 유치원 친구들이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놀이할 때 어울리지도 않아 친구가 없다. 말을 안 해서 벙어리라는 놀림을 받고, 따돌림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처음에 현빈이 엄마는 아이가 조금 소극적일 뿐인데 놀리고 따돌리는 아이들이 있어 아이가 적응을 못한다고만 생각했다.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고 나서도 비슷한 일이 생기자 그제야 아이가 선택적 무언증이란 사실을 알고 치료를 서둘렀다.

선택적 무언증, 일종의 사회공포증
지수처럼 집에서는 수다쟁이가 밖에서는 말을 안 한다면 부모는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집에서는 활발하고 말도 잘하다가 밖에만 나가면 입을 다무는 증상을 가리켜 선택적 무언증이라고 한다. 여기서 밖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놀이방, 마트, 좀 더 커서는 학교, 학원 등 가족 외의 사람들과 만날 일이 많은 곳을 예로 들 수 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생각과느낌 손성은 원장은 “선생님이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젓거나 하는 불안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 현빈이처럼 친구들이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고 놀이 시 잘 섞이지 않는 경우 선택적 함구증이죠. 선택적 함구증인 아이는 보육 시설에서 교육을 받는다거나 다른 사회 활동 참여가 어렵고, 친구를 사귀는 데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종의 사회공포증으로 이해하면 되는데요. 그저 쑥스러움을 타는 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당부한다. 주로 4~8세에 발병하기 시작하는 선택적 함구증.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무언증과 선택적 무언증은 뭐가 다른가요?
-소아청소년정신과 생각과느낌 손성은 원장의 답변
우선 무언증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무언증의 원인은 아이의 경우 청각장애, 언어발달장애, 지적장애, 자폐장애, 구음장애, 혀를 포함한 입 구조의 문제 등이 있습니다. 청각을 받아들이고 언어 발달을 담당하는 뇌에서 자극을 통합해 말로 표현하게 하는 신경계의 길이 발달 과정상 잘 나지 않는 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뇌 손상, 혀 손상 등이나 어른의 경우 심리적인 충격에 의해 전환장애의 일종으로 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무언증으로 말을 못하는 아이는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 특수교육을 통해 치료합니다. 이처럼 어떠한 장애로 인해 말을 못하는 것이 무언증이라면 선택적 무언증은 말을 할 줄 알고 잘하는 아이가 특정 상황에서 말을 못하거나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불안감 높은 아이, 과보호도 원인 중 하나
선택적 무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분리불안 장애, 학교 거부증, 언어 발달이 늦은 경우가 대표적. 일례로 아이가 긴장하면 말이 안 나온다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말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취약하기 때문일 수 있다.
손성은 원장은 “아이의 기질에 따라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원래 불안감이 높고 부끄럼이 많으며 사회성 발달이 조금 늦은 아이일 수 있습니다. 언어 발달이 조금 늦거나 언어를 담당하는 뇌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요. 타고난 신경계의 특징이 불안감이 상승할 때 말이 안 나오는 증상이 잘 생기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의존 욕구가 강하고 엄마와 밀착이 된 아이에게서도 선택적 무언증이 흔히 나타난다. 집에서 과보호를 하거나 다른 아이들과 만나고 활동하는 것을 많이 해보지 않았거나 하는 경우도 원인이다. 사회적 상황이 불편하고 불안해서 자꾸 긴장하고, 그것이 표현되어 선택적 무언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로 인한 것도 예외는 아니다. 엄마의 불안감이 높은 경우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환경적 원인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선택적 무언증, 치료 방법은?
선택적 무언증은 아이가 불안감을 낮출 수 있는 심리치료(놀이)와 필요에 따라 아이에게 맞는 소량의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 특히 손성은 원장은 감각통합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사회성 뇌와 언어성 뇌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요. 감각통합에 문제가 있어 이런 부분의 뇌 기능이 불안정한 아이라면 신경계 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감각통합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 발달이 늦고 신체 협응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감각통합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만약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 변화할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정의 전반적인 정서적 에너지 흐름을 조절하는 가족 치료를 권합니다.”

친구 사귀기와 야외 활동으로 예방!
가족 외에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가 다른 사람과 만나는 상황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것과 같다. 낯선 사람 앞에서 긴장해 스스로 친해질 기회를 차단하며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 따라서 선택적 무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야외 활동과 신체 활동을 통해 감각 통합을 도와주고, 활발하게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부모가 일일이 아이를 챙겨 야외 놀이를 하기 어렵다면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언어 표현력과 사회성을 키우는 야외 활동
아이는 친구와 함께 밖에서 놀아야 심신이 건강하고 사회성도 발달한다. 또한 실내에 있을 때보다 활동적이며 집중력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아이는 외부 놀이에서 또래와 좀 더 활발히 상호작용하고, 훨씬 복잡한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적극적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기민하고, 혼자일 때와 또래와 놀이 시 언제 상호적이고 의미 있는지도 느낀다.
언어병리학자이자 아동심리학자인 앤 덴스모어와 하버드대학 교수인 마거릿 바우만이 쓴 <3~7세 아이를 위한 사회성 발달 보고서>를 보면 야외 놀이를 통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이들은 자연과 더 가까이 교감하는 일이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경험을 가족의 삶에 통합시키는 것은 아이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필수적이라고 피력한다.
그뿐만 아니라, 야외 활동은 당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가 집이나 보육 시설에서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소재가 되어준다. 여러 야외 활동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키울 수 있다. 단체 생활과 야외 활동의 참여가 많은 아이일수록 가족 아닌 다른 사람 앞에서도 쉽게 적응하고, 언어 표현도 정확하게 한다. 야외 활동은 아이가 활동하기에 위험하지 않은 장소라면 언제 어디서 해도 상관없다. 농장이나 공원도 좋고, 박물관, 산과 바다 등도 괜찮다. 하다못해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심신을 달련시키는 건강한 활동이 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실천해요!
선택적 무언증이 있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가정에서의 실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족과 함께 사회적 상황이라 생각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기소개를 연습해보는 것. 친구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며 말을 시작해도 좋다. 자유롭게 장난감을 사용해 놀면서 아이가 사회에서 느끼는 불안한 마음을 표현하게 하고, 불안감을 낮출 수 있도록 적절히 위로하는 것도 필요하다. 악기를 두드리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춰도 좋다. 하지만 집에서 엄마와의 관계가 불안정할 때는 엄마와 아이의 놀이가 적절하게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엄마가 목적을 가지고 아이에게 접근하려고 하면 눈치를 챈 아이가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무작정 평소와 다르게 시도하려고 하기보다는 전문 기관을 찾아 놀이치료와 심리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손성은 원장은 아이의 건강한 말하기를 위한 부모의 자세에 대해 “아이가 하는 말에 적극적으로 눈을 보고 경청하고, 적절하고 즐거운 반응을 보이세요. 가족들과 상호작용을 넘어 가까운 사람들과 편안한 만남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너무 과보호하지 말고, ‘세상은 무섭다’ ‘낯선 사람은 무조건 무서우니 조심해라’ 식으로 아이가 겁을 먹을 만큼 과한 표현은 삼가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한다.

또래 친구와 관계 맺기에 도움 되는 부모의 대화 요령
칭찬을 해요!_ 아이 대부분이 칭찬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칭찬은 아이로 하여금 자신감을 키워주고, 칭찬과 관심을 통해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함으로써 마음을 열고 수다쟁이가 되도록 만든다.
같은 단어와 감정으로 이야기를 반복해요!_ 아이의 말을 귀담아듣고 아이가 사용한 단어를 살짝 바꾸어 말하면 아이는 자기가 느낀 것을 부모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이야기에 정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부모가 아이의 말에 동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자신이 한 말을 부모가 다시 말하는 것을 듣고 아이는 자신감을 얻음과 동시에 또래와도 훨씬 가까워지기를 원하게 된다.
확실하고, 침착하게 말해요!_ 아이는 어른의 목소리를 모방하기 좋아해서 말을 할 때 소리의 적절한 크기와 높이, 억양 등에 주의해야 한다. 침착하고 안정적인 목소리는 아이가 올바른 억양과 어조, 적절한 크기의 소리로 말을 하는 데 도움을 주어 친구들이 아이의 말을 더욱 귀담아듣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목소리에 진심을 담아라!_ 아이는 부모의 어조와 음량, 표정, 몸짓 등을 보고 감정을 전달받는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대화에도 적용한다. 그래서 자녀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는 종종 언어의 섬세함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또래 친구로부터 진심 어린 반응을 얻으면 감동을 받아 자신도 솔직하게 반응한다. 이렇게 또래와 상호적인 관계를 맺으면 저절로 사회성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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