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

조회 4903 | 2014-05-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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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터팬이다!”
긴 머리 휘날리며 자신이 라푼젤 같으냐고 묻는 아이. 공주 옷을 입으면 자신이 백설 공주가 된 줄 착각에 빠지는 아이. 동화 속 환상의 세계에 데려가 달라는 아이. 부모는 아이들의 터무니없는 질문과 요구에 당황스러운 때가 있다. 아이들의 엉뚱한 가상 세계를 들여다본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 구분이 모호하고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차이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아이가 유독 신데렐라와 백설 공주를 좋아해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공주 복장을 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떼를 씁니다. 티아라를 쓰고 요술봉을 드는 것은 기본이고요. 어린이집에 갈 때까지 그런 복장으로 가려고 해서 아침마다 실랑이를 벌이고 있어요.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예쁘다고 하니 더 그런 거 같더라고요.”
엄마는 아이가 지나치게 공주 복장에 집착하고 스스로 공주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 많다. 실제로도 다른 아이들과 놀이를 할 때면 자기만 공주 역할을 한다고 고집을 부려 다툼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의 이런 모습은 자라면서 점점 모습을 감추게 된다.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고 관심사도 변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파워레인저를 좋아한 나머지 스스로 파워레인저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매일 TV를 틀어놓고 동작을 따라 하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어김없이 파워레인저 동작을 따라 하다가 식탁 위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했죠. 하지만 잘못 뛰어내려 발목을 다쳐서 오랫동안 아프고 고생하고 나니 동작을 따라 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답니다.”
이렇듯 충격이나 아픔을 겪고 행동이 옳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상 세계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아이가 가상을 현실이라 믿는 이유
일반적으로 아이는 3세가 되면 모형과 실제를 구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많은 법칙을 이해하기에는 아이 뇌의 겉껍질(전전두엽)이 완전히 성장하지 않아 구분을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 보통 6세 이전에는 남의 관점과 자신의 관점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또 무생물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생각하고 의도가 있다고 믿는 ‘물활론적 생각’을 갖는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잠자리에 누워 인형을 보고 “곰돌이도 코~ 자. 엄마, 얘는 나랑 같이 자고 싶어 해요.” 등의 말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시기 아이들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상징의 발달’이다. 폭발적으로 언어력이 늘어나는 시기로, 하루 종일 계속 질문을 퍼붓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어떤 발음이나 문양 등이 실제의 물건이나 행동을 의미한다는 사회적 약속,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때, 아이들은 상징을 이용한 가장놀이를 즐긴다. 소꿉놀이나 병원놀이 등이 대표적인 예. 상징을 이해하는 정도와 뇌의 발달이 하루하루 급증하기 때문에 가장놀이나 상징을 현실과 혼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이 시기에는 모든 물건이 사람들과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 때로는 어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말을 하거나 행동하기도 한다. 
이처럼 가상과 현실을 제대로 분류하고 이해하는 뇌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가 되어야 어느 정도 성장한다. 따라서 그 이전에는 환상이나 꿈 이야기도 현실로 오해하는 것은 성장 발달 과정 중 흔히 일어 날 수 있는 현상이다.

아이의 상상 속 세계는 건강한 뇌 발달의 증거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유아기 이후, 초등학교에 들어갈 시기가 되어야 가상과 현실을 어느 정도 분명하게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 전에는 이해한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아이 내면에는 혼란이 남아 있다. 취학 전 아이는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사람들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어렵다. 그래서 내가 아프고 힘들면 가족들도 다 아프고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아는 동물도 인형도 다 아플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또 이 시기에는 무생물도 살아 있다고 믿기 때문에 꿈과 현실을 혼동할 수 있다.
적당한 공상과 이야기의 세계는 아이에게 현실의 여러 가지 단면을 큰 충격 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하는 중간 지대 역할을 한다. 머리가 좋은 아이일수록 상상력이 풍부하고 이 상상력의 힘을 바탕으로 성장 이후 현실 생활의 고단함도 슬기롭게 이겨나갈 수 있다. 과거에는 병적인 것이라고 여겼던 ‘상상 속의 친구’ 현상에 대해 학자들이 창조적이고 건강한 뇌 발달의 증거라는 의견을 내놓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아이가 가상의 이야기를 즐겨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아이가 현실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상 생활에 빠져 있다면 부모가 아이에게 현실에 대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현실을 설명해주고 관심사를 현실 쪽으로 끌어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아무런 정서 불안이나 주변 환경의 변화가 없는데도 가상 세계 속에서만 지내려는 모습이 지속된다면 소아청소년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두 번의 정신과 상담은 오히려 아이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성장시키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육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를 떠넘기려거나 아이에게 모든 탓을 돌리는 식의 태도는 절대 금지하도록 한다.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여유다. 부모도 잠들기 전, 방 벽지 무늬가 무섭고
어둠 속에 무언가 나쁜 것이 있을까봐 긴장하며 지내던 어린 날이 있다. 부모는 아이가 아직 동심이 충만한 모습으로 환상을 현실이라고 믿을 때, 다 크지 않은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줄 때, 그 모습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의 몇 마디 말이나 행동에 어른의 잣대를 대며 노심초사하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들은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환상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면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넘겨주는 여유를 지녀야 한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엄마! 공룡이 밤에 놀러 와서 나랑 방에서 산책했어요!”라고 으스대는데 아이에게 왜 공룡이 멸종했는지 설명한다거나, 한밤중에 다 같은 집에서 누워 있었는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아이를 무시하는 엄마의 반박은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그보다는 “어머, 그랬어? 우리 ○○가 재미있었겠구나. 그런데 지금은 어린이집 갈 시간이 다 되었네. 선생님과 친구들이 기다릴 테니 우리 같이 어린이집에 가야겠다” 등의 말로 편안하게 아이의 말을 받아주고 일상생활의 흐름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Check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_아이가 선생님이 될 수 있어요
아이를 부모의 분신이나 돌봐줘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가르쳐주는 한 인격체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부모는 아이로부터 예상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이를 통해 아이를 높이 평가하는 기회를 갖는다.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감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시험에 들게 하는 일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을 기회로 만들어 부모는 아이에게서 인생의 중요한 교훈인 인내, 조건 없는 사랑, 상호 존경, 창의적인 문제 해결, 피치 못할 변화 받아들이기,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아이가 부모의 감정을 복잡하게 만들 때면 다른 시각으로 아이를 바라보길 제안한다.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 지금 상황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애써보는 건 어떨까. 인내심이 발휘되는 순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게 되고 아이와 의상소통을 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에게
예전에는 먹고사는 문제에 치여 아이의 발달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면, 요즘은 넘쳐나는 육아 정보 사이에서 오히려 어른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국내외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임상심리학자, 육아학자들 간에 소소한 학문적 이견이 많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성장 발달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 연구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가고 사회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 소아청소년정신과에서 제시하는 부모 양육의 기본 원칙이 있는데요. ‘민감, 반응, 일관성(Sensitive, Reactive, Consistent)’ 바로 이 세 가지입니다. 아이의 요구와 상태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그에 맞게 반응해주되 각 가정, 부모, 아동 사이의 특성에 맞춰 일관성 있게 대하라는 것이죠. 어떤 책을 읽고 오늘은 이렇게, 어떤 방송을 보고 내일은 저렇게 등 일관성 없는 양육은 관심이 없는 것만 못할 때가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에 떠밀리고 하루하루 다른 모습을 보이는 아이에게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면 가만히 이 세 가지 원칙만 떠올려보세요. 민감하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반응해주되 일관성 있게 아이를 대해 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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